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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준] 국악·힙합 뒤섞인 난장…수퍼 루키, 객석을 들었다 놨다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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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힙합 뒤섞인 난장…수퍼 루키, 객석을 들었다 놨다
2020.03.28 /
서울예대 학생들이 만든 뮤지컬
코로나19 뚫고 예상 밖 인기몰이

관객과 같이 놀듯 흥 넘친 무대
“사람 심장 때리는 필살기 고민”
[아티스트 라운지] 뮤지컬 ‘외쳐, 조선!’ 주연 양희준

양희준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받았다. 전민규 기자
스타 배우도, 유명 창작진도, 첨단 장비를 동원한 세트도 없다. 그런데 인기절정이다. 초연 6개월만에 앙코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얘기다. 서울예대 재학생들의 ‘학사 뮤지컬’로 개발된 풋풋한 무대지만 올해 초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녀 신인상을 모두 수상한 뮤지컬 시장의 뜨거운 이슈다.

낯선 얼굴의 주연 배우 양희준(30)은 이 작품과 동의어다. 데뷔 무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실력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그가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에 관객도 덩달아 힘을 얻는다. “공연 자체가 잔치분위기라 더 잔치스럽게 즐길 수 있는데, 상황이 아쉽죠. 요즘 같은 시기에도 매일같이 보러 오시는 팬들이 저를 지켜주신다 생각해요. 힘든 발걸음에 확실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조(時調)’가 국가 이념이었던 가상의 조선에서 역모 사건으로 시조 활동을 금지당한 백성들이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이야기다. 허름한 한복 의상을 걸치고 시조를 읊는 무대가 전혀 예스럽지 않다. 국악과 힙합이 뒤섞이고 봉산탈춤과 스트릿댄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 시대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이랄까.

양희준은 이 작품의 인기를 최근의 트로트 열풍에 비유했다. 자칫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을 현대적인 연출로 세련되게 재해석해냈다는 것이다. “사실 ‘트로트’하면 할아버지 세대가 좋아하는 장르로 알고있었는데 지금 가장 핫한 장르가 됐잖아요. 저희도 한국적인 요소가 옛것처럼 보이지 않고, 재밌고 색다른 매력으로 느껴지게 연출한 것이죠. 한국 고유의 정서와 현대적인 것을 잘 융합하면 충분히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것 같아요.”

객석엔 유난히 ‘덕후’들이 많다. 매일같이 ‘회전문을 도는’ 관객들이 사소한 개그에도 빵빵 터진다. 뛰어난 예술성이 아니라 학생들의 풋풋함으로 가득한 무대가 한껏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한과 흥이라는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라 공감이 쉬운 것도 있지만, 배우들이 관객과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같이 노는 기분으로 공연해서 그런 것 같아요. 관객들을 가리키며 ‘많은 백성들이 증인이 될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무대와 객석을 동화시켜 다같이 공연하는 느낌인 거죠. ‘싱어롱 데이’ ‘스페셜 커튼콜 데이’ 등 이벤트도 많고, 정말 같이 잔치하는 기분이에요. 노래 따라 하시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죠. 제가 부르는 어려운 랩까지 소화하시던데요.(웃음)”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아 신인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본투비 배우’같지만, 방황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무대에 대한 로망을 묻고 진로가 무난한 경영학과에 들어간 것이다. “한 학기를 다니고 이 길이 아닌 걸 확실히 깨달았죠. 바로 자퇴부터 한 뒤, 뭘 해야 되나 고민했어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무대를 보면 뜨거워지는 게 있었거든요. 학교 축제만 해도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이 있고 무대 아래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무대 위에 있고 싶었어요. 무작정 무대를 동경해 밴드부에 들기도 했죠. 그때 느낀 뜨거움이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길을 찾은 건 군대에서다. “배우하려면 무조건 대학로 극단 찾아가 벽보부터 붙여야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군대에서 크게 배웠어요. 제가 조교라 애들 신상을 보니 예대를 나온 애들이 있길래 앞으로 불러놓고 ‘너 뱀 해봐, 3초 준다’ ‘사과 해봐, 3초 준다’고 했죠. 정말 기가 막히게 하는데, ‘이건 사과다’ 싶더군요.(웃음) 그 당당함도 멋있었구요. 애들은 웃지만 저는 충격이었죠. 예대를 가야겠다는 목표를 그렇게 세웠어요.”

기왕 가장 뜨거운 무대를 찾아 뮤지컬을 택했단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에너지를 주체 못해 온몸으로 연기하듯 대답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뮤지컬의 과장된 에너지 그 자체다 싶다. “노래만 하거나 춤만 추거나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역동적으로 다 하며 뜨겁고 화려한 걸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게 뮤지컬이었어요.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 것도 멋있고요. 난데없이 몇 십 명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 에너지도 너무 좋았죠. 홍광호 선배가 롤모델인데, 가창력이 아니라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벅차게 하고, 심장을 때리는 저만의 무기를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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