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무대, 세련된 음악, 처음 대본 읽고 감동해 눈물… 우리 부부에 선물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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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 타운’에 중년 부부인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출연하는 김우형(왼쪽) 김선영 부부가 지난 4일 서울 명동에서 인터뷰하다 포즈를 취했다. 권현구 기자
“감정 소모가 많은 역할을 맡으면 그 여파가 일상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은 작품 출연을 피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는 같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올 거로 막연히 생각했는데, ‘하데스 타운’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습니다.”(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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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 타운’의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선영씨가 캐스팅돼서 제게도 제안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니 너무 좋은 작품이라 바로 하고 싶었습니다. ‘하데스 타운’은 우리 부부에게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김우형)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김우형은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남녀 주역으로 만나 연인이 됐고 2012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하데스 타운’의 어떤 매력이 부부를 10년 만에 함께 연기하도록 이끌었을까.
“그리스 신화를 잘 몰라도 사랑의 힘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작품에서 바로 알 수 있어요. ‘하데스 타운’은 살면서 필요한 용기와 희망의 토대가 사랑임을 말해줍니다. 단일 세트이지만 장면마다 바뀌는 독창적인 무대, 포크 음악과 뉴올리언스 재즈 등 다양하고 세련된 음악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 눈을 뗄 수가 없어요.”(김우형)
“저도 우형씨와 비슷해요. 캐스팅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을 때부터 감동받고 울었습니다. 관객분들도 저처럼 이 작품에서 위로를 받기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김선영)
10년 만에 함께 연기하면서 어색하거나 힘든 점은 없었을까. 김선영은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까 둘 다 자연스럽게 배역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김우형은 “연습을 시작할 때 다른 스태프와 배우가 우리가 부부라서 다르게 보거나 특별 대우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면서 “선영씨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니까 이런저런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팬덤이 강력한 국내 뮤지컬계에선 결혼이 배우의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김선영과 김우형은 결혼 이후에도 예전 같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선영은 출산으로 2005~2006년 공백기를 가졌지만, 복귀 이후 다양한 신작에 캐스팅되고 있다. 김선영은 “배우로서 배역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기 어렵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내려놓을 때를 알았던 것 같다”면서도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새롭고 재밌는 배역을 더 맡게 됐다”고 겸손해 했다. 김우형은 “선영씨는 연기 선배로서도 존경스럽다. 겸손하면서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데스 타운’에 함께 출연한 부부는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지난 8월 배우와 스태프 23명이 코로나19에 무더기 감염된 것도 ‘하데스 타운’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당시 김우형도 확진돼 열흘간 생활치료센터에 머물렀고 김선영은 음성이었으나 밀접접촉자여서 18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하데스 타운’의 팀워크가 좋은 편이었지만 코로나19를 함께 겪으며 배우들 사이에 끈끈한 동지애가 생겼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막이 2주 연기되고 연습시간이 길어진 덕분에 첫 무대부터 빈틈없는 공연을 펼칠 수 있었죠.”(김우형)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온 두 사람이 도전하고 싶은 배역은 뭘까.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연기를 할수록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사라진다. 주어지는 역할을 통해 관객과 진실하게 소통하고 싶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