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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김우형] 배우로, 부부로 ‘따로 또 같이’ 김선영·김우형 ① “좋은 놀이터 ‘하데스타운’에서 보내는 굿나이트!

2022.03.14

[Pair Play 인터뷰 ①]

김우형김선영-20211012-IMG_6393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인생’이자 ‘사랑’인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저도 많이 배웠어요. 지난 6개월 동안 서울 공연에 보내주신 사랑과 응원에 그저 감사드리며 대구와 부산으로 이어질 무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7일 뮤지컬 ‘하데스타운’ 서울 공연을 마치고 대구(3월 11~27일 계명아트센터)와 부산(드림씨어터 5월 예정) 공연을 앞두고 있는 페르세포네(김선영·박혜나, 이하 관람배우·가나다·대구·부산 출연 순) 역의 김선영은 이렇게 말했다. 하데스(김우형·지현준·양준모) 역의 김우형 역시 “오랜 시간 ‘하데스타운’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계속해서 이어질 우리의 노래를 통해 두려움과 의심이 아닌 용기와 사랑이 넘치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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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가난한 시인이지만 봄을 불러올 희망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가 고단한 삶에 지하세계인 하데스타운으로 간 아내 에우리디케(김환희·김수하)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따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브로드웨이와 한국 공연이 동시에 개막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하데스타운’은 실제 부부인 김선영·김우형이 10년만에 동반 캐스팅돼 이슈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한때는 사랑했지만 불화하는 지하세계의 리더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로 분한다.

 

젊은 연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봄과 여름엔 지상에서, 가을·겨울엔 지하세계에서 지내며 늘 약과 술에 취해 지내는 페르세포네, 인간들이 이룬 가치를 독식하는 자본가 하데스를 비롯해 이야기를 이끄는 내레이터 헤르메스(최재림·강홍석), 끊임없이 고단한 현실을 일깨우는 운명의 세 여신(박가람·이아름솔·이지숙) 등 신들의 변주도 흥미롭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포크가수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이 극작·작사·작곡해 버몬트 중에서 공연하다 2012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레이첼 채프킨(Rachel Chavkin) 연출과 손잡고 4년 동안의 개발과정을 거쳐 뉴욕에 입성했다.

오프 브로드웨이를 거쳐 캐나다와 영국 런던에서 공연된 후 2019년 월터 커 시어터 무대에 오르며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해 제73회 토니어워즈(2019)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뮤지컬 부문 연출상, 음악상, 남우조연상(안드레 드 쉴즈)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10년만의 호흡 “같이 해도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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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김우형(사진=이철준 기자)

 

“굳이 우리가 같이할 필요는 없다는 주의긴 했지만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어요. 너무 오래 전, 결혼 전에 (2011년 ‘지킬앤하이드’ 지킬박사와 루시로 한 무대에서 공연을) 했던 거라 처음에 같이 한다고 했을 땐 걱정이 앞서긴 했죠. 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편하고 자연스러웠어요.”

이에 “이제는 같이 해도 되겠는데?” 했다는 김우형은 “역할과 작품 결에 따라서 좀 달라질 것 같다. 파격적이고 진한 멜로는 좀 쉽지 않지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저희 부부가 하기에 굉장히 편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보탰다.

“인간으로서의 리얼한 정서나 연기 보다는 신으로서 느끼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거든요. 에너지와 에너지, 기운 대 기운의 싸움이고 사랑이어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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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김선영 역시 “너무 일상의 감정에 깊게 들어가야 하는 캐릭터였다면 저희가 부부라는 사실을 아는 관객분들께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과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데스타운’은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닌 신들의 이야기인데다 다양한 걸 품고 있어서 오히려 재밌게 함께 했다”고 동의를 표했다.

“예상보다 훨씬 좋았어요. 각자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무대에서 만나는 게 불편하거나 방해되는 것 보다는 시너지가 더 커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같은 배우로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활력소가 생겼죠. ‘하데스타운’을 계기로 더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어요.”

지난달 27일 6개월 간의 한국 초연을 마치고 함께 대구로 향한 김선영과 김우형은 ‘하데스타운’ 그리고 각각의 차기작인 ‘데스노트’(4월 1~6월 2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와 ‘아이다’(5월 10~8월 7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로 ‘따로 또 같이’ 행보를 이어간다.

◇신과 인간의 경계에 놓인 좋은 놀이터 ‘하데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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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새롭고 낯설어서 어렵다기 보다는 너무 좋았어요. 이런 작품으로 관객들을 오래 만날 수 있다는 게.”

김선영의 말에 김우형은 ‘하데스타운’을 “배우한테는 좋은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신이면서도 깊은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신과 인간의 경계에 선 인물들이다.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아야하는 하데스에 대해 김우형은 “가장 일차원적으로 보이기 쉬운 캐릭터”라며 “그걸 최대한 안보이려고 했고 하데스로서 살아가는 질감을 충분히,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무서운 주인, 에너지만 센 사람으로 보이면 완전 실패거든요. 신적인 질감과 인간적 면모가 다 묻어나야하는 캐릭터다 보니 테크닉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이 되게 많아요. 신적 존재감과 에너지를 가지고 가다가 결국 인간적인 모습들로 무너져가는 과정들을 육체적 다이내믹으로 살리기 위한 나름의 작전들이 있죠.”

그리곤 “테크닉적으로 저음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는데 사실 전 빛깔 자체가 테너톤을 가진 사람”이라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에서 하데스는 베이스 음역을 가진 배우가 연기한다. 심지어 원래 음에서 한 옥타브를 내려서 하는 극강의 저음이지만 저는 95% 이상 악보대로 한다”고 밝혔다.

김우형의 설명에 김선영은 “배우마다 음역대를 가지고 있고 한계들이 있는데 (김)우형 배우는 테너 빛깔을 가졌음에도 레인지가 위아래로 굉장히 넓다”며 “그래서 (‘레미제라블’의) 자베르도 할 수 있었는데 ‘하데스타운’에서 그 장기가 잘 발휘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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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김우형(사진=이철준 기자)

 

“그렇다고 객석에서 저음에만 취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하데스의 삶을 못살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1막의 하데스는 신적이고 굉장히 냉철하고 차가워요. 제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하자면 신체적으로 절대 ‘안구겨요’. 그러다 2막에서는 저도 모르게 ‘나도 한때는 순수한 청년이었지’ 등 감정이 나오면서 구겨지죠. 절대 척추를 구기는 일 없이 꼿꼿하다가 점점 몸이 흐트러지고 흔들리다 끝에는 완전 무너져 버려요. 그런 극적 대비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장치나 작전들을 충분히 세워서 하고 있죠.”

이어 “1막에서는 올곧은 텐션의 몸가짐을 보여주는 동시에 눈빛, 표정 등 얼굴을 많이 쓴다”며 에우리디케를 하데스타운으로 초정하기 위해 부르는 ‘헤이 리틀 송버드’(Hey, Little Songbird)를 예로 들었다.

“그 장면은 절대 무섭게 보이면 안되거든요. 오히려 달콤하고 로맨틱하고 부드럽게, 굉장히 매력적이어야 하죠. 그렇게 작전들이 장면마다 서있어요. 제가 보여주는 하데스는 정말 그 사람이 살아가는 법, 몸가짐과 마음을 통해 페르세포네도, 에우리디케도, 하데스타운 사람들도 찬성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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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사진제공=에스앤코)

 

김선영은 페르세포네에 대해 “표면적으로 보이기에는 술과 약에 쩔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신”이라며 “그렇다고 그런 모습만 계속 있는 건 아니다 .이 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지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페르세포네는 색감적으로도 현란하고 행동반경이 큰 인물이에요. 심지어 어떤 분은 저한테 ‘술 냄새가 날 것 같다’할 정도죠. 시각적으로 화려한 모습 안에 정의, 사랑이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캐릭터가 페르세포네예요. 긍정을 계속 끌어내려는 신이죠. 서로 만나면 째려보고 귀엽게 표현하지만 그런 저와 배치되는 인물들이 운명의 여신들이에요. 그들은 ‘현실은 이래’라고 부정적인 것들을 드러내 교란시키거든요. 그럼에도 페르세포네는 끊임없이 ‘괜찮아’ ‘그럼 또 어때’ ‘우린 할 수 있어’라고 하는 사람이죠.”

그리곤 “그게 이 여자가 신으로서 인간들을 사랑하는 법”이라며 “인간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겠고 그래야만 지하든 지상이든 모두 행복하다는 지향점이 명확한 인물이다. 그게 관철 안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술을 마시고 약을 먹으며 잊으려고 한다는 게 명학하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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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여정이 나오면서 2막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통해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고 각성하죠. 그렇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보내주라고) 하데스를 설득하기 시작하면서 페르세포네의 이면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어 “1막의 ‘챈트’(Chant)에도 잠깐 나오지만 점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서 2막에서 하데스에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우리가 오래 전 사랑했던 모습인데 뭘 겁내길래 이렇게까지 하냐’며 ‘하우 롱?’(How Long?)을 부르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페르세포네에게는 오르페우스와 헤르메스의 ‘이프 잇 트루’(If It‘s True)부터 ‘하우 롱?’으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순간이 너무 복잡해요. 남편을 설득하고 각성시키려는 페르세포네의 내면에는 너무 망가져 술과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되기 전 이상과 꿈을 지향했던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꿈과 이상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니 즐기면서 소극적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된 거죠. 관객들에게 재밌게 유쾌하게 보여지지만 페르세포네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취하는 인물인지 명확하게 보여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어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페르세포네의 내면이 내비쳐지면서 둘 사이의 균열과 문제들을 관객들이 의식하게 하는 것”이라며 “변화를 도모하는 오르페우스와 아우리디케를 응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영의 말에 김우형은 “(김)선영 배우가 얘기하는 포인트가 잘 표현되면 페르세포네가 하데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구나를 느끼게 된다”고 부연했다.

“술과 약에 쩔어 권태롭고 자꾸 (하데스와) 떨어지고 싶어하는 모습 속에 저 여자도 하데스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붙들고 싶구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구나 등의 감정들이 충분히 묻어나거든요.”

◇모두의 ‘굿나이트’를 위한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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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우리 인생의 모든 게 함축된 것 같아요. 몇십년, 몇백년, 남녀노소…그 기준치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인생의 질풍노도, 사랑, 에너지, 사랑하는 우리 아들…김우형과 김선영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듣는 순간 눈물이 안날 수가 없죠.”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가 세상에 봄이 오게 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자 극 전체를 관통하는 ‘라라라’ 대해 김우형은 “그 말 자체가 되게 순수하고 어리다는 느낌”이라며 “거기에 세상과 모든 정서가 다 담긴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선영도 “그 노랫말로 라라라를 선택했다는 게 놀랍다”며 “나이도, 국경도 넘는 말”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합창으로 휘몰아칠 때는 ‘슬퍼도, 힘들어도 우리 한번 라라라 해볼까’라고 하는 것 같거든요. 사람이 산다는 건 고통이라고 하잖아요. 부정적인 말이지만 그것만은 아닌, 공감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죠. 사는 게 고역이고 힘든 일이지만 ‘라라라’ 해보자고 하는 게 이 작품이 주는 감동 같아요.”

이에 김선영은 그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에픽3’(Epic III)를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았다. 김선영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같이 춤추는 장면인데 굳이 말로 하지 않고 노래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알고, 공감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김우형 역시 “그 춤을 추면서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두 사람의 인생이 흘러간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뿐 아니라 배우이자 인간인 김우형과 김선영의 인생까지”라며 “그 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감성들이 잘 묻어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게 그들의 삶도, 우리의 삶도 계속 흘러가거든요. 그래서 ‘위 레이즈 아워 컵스’(We Raise Our Cups)라는 커튼콜이 너무 좋아요. 이 세상에 빛나고 강하고 화려한 사람들보다 어둡고 힘들고 약자인, 모두를 위해 건배하자는 노랫말들이거든요.”

김우형의 말에 김선영은 “마지막에 관객들이 공연을 봤지만 단지 구경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한 것이라는 느낌”이라며 “그러면서 ‘우리 힘내자!’라는 말로 극을 끝내는 게 너무 예술”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김선영의 말에 김우형은 ‘위 레이즈 아워 컵스’의 마지막 구절인 “We raise ‘em high and drink ’em dry / To Orpheus and all of us / Goodnight, brothers, goodnight”에 자신들이 간절하게 담아내는 염원을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에 ‘잔을 들어 끝까지 들이켜요. 오르페우스와 우리 모두를 위해. 잘 자요’라는 부분이 ‘오늘밤 공연 잘보셨죠? 굿나이트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거든요. 그 메시지가 너무 좋아요. 진짜로 관객분들 모두가 집에 돌아가셔서 잘 잤으면 좋겠어요.”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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