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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끈질긴 감독 러브콜에…‘뮤지컬 베테랑’들 드라마로

2023.06.22
‘킹더랜드’ 김선영, ‘마당이 있는 집’ 최재림 등
10~20년 내공 빛나…연기력·신선함·인지도 1석3조
<킹더랜드> 김선영. 제이티비시 제공
<킹더랜드> 김선영. 제이티비시 제공

“집과 호텔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 드라마에서 ‘악인’들은 가족과 상속 경쟁이 벌어지면 큰 소리로 엄포를 놨다. 지난 17일 시작한 토일드라마 <킹더랜드>(JTBC)의 ‘구화란’(김선영)은 이런 악담을 나긋나긋하게 내뱉으며 동생 ‘구원’(이준호)의 전의를 상실시킨다. 늘 호텔에서 지내는 구원이 “오늘만 집에 있겠다”고 하면 빙그레 웃으며 다가가 말한다. “네가 뭔데 여기 있어?” 시청자들은 “저렇게 상냥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며 새로운 분위기의 악인에게 주목한다.

배우 김선영의 연기력과 신선한 분위기가 ‘우아한 악인’을 완성한다.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해 한국 공연계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배우인데, 드라마는 데뷔 24년 만에 처음이다.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 <위키드> <에비타> 등 굵직한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면서 무대를 압도해왔다. <호프>에서는 70대 노인 역할까지 소화했다. 김선영의 소속사인 피엘(PL)엔터테인먼트의 송혜선 대표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킹더랜드>에서 역할이 매력적이어서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고 밝혔다.뮤지컬 배우들의 드라마 출연은 오래됐지만,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베테랑 배우들의 ‘첫 출연’은 연기력과 함께 신선함을 보장하고 있다. 김선영 외에도 데뷔 수십년이 지난 뮤지컬 스타들이 드라마에 첫발을 내디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당이 있는 집> 최재림. 케이티스튜디오지니 제공
<마당이 있는 집> 최재림. 케이티스튜디오지니 제공

지난 19일 시작한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ENA)에는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노트르담 드 파리> <시카고> <아이다> 등에 출연한 배우 최재림이 나온다. 최재림은 아내 ‘추상은’(임지연)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김윤범’으로 섬뜩한 연기로 관심을 끈다. 최재림도 지난해 <그린마더스클럽>(JTBC)에서 ‘이은표’(이요원)의 남편인 강력계 형사 ‘정재웅’으로 드라마에 처음 문을 두드렸다. 당시 진짜 형사 같은 생활 연기가 돋보였는데, 그가 뮤지컬 스타 최재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란 시청자들도 많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김우형도 지난해 <나의 해방일지>(JTBC)에서 ‘염기정’(이엘)의 회사 상사 ‘박진우’로 드라마를 처음 경험했다.데뷔 10년이 훌쩍 넘은, 뮤지컬계를 이끌어온 베테랑들의 드라마 ‘데뷔’는 제작진의 끊임없는 러브콜로 성사됐다. 송혜선 대표는 “그동안 제안은 받았지만, 뮤지컬 스케줄이 빼곡하게 차 있어 기회가 닿지 않았다”며 “<킹더랜드>는 감독님이 김선영 배우의 뮤지컬을 보고 오래전부터 출연을 제안해와서 스케줄 조정도 가능했다”고 했다.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신선한 인물이 많아진 것도 무대가 우선인 베테랑 배우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재림은 <마당이 있는 집>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을 읽었는데 문체가 굉장히 독특해서 관심이 갔다. 윤범을 깊게 다루지 않았던 원작과 달리 대본 속 윤범의 활약상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우형도 <나의 해방일지> 제안을 받고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예정되어 있어서 고심했지만, 해당 감독·작가와 작업하고 싶어서 드라마 데뷔를 결심했다고 한다.

<나의 해방일지> 김우형. 제이티비시 제공
<나의 해방일지> 김우형. 제이티비시 제공

뮤지컬 베테랑 배우들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목소리와 연기만으로 대형 무대를 압도해왔기에 연기력이 보장되고, 신선함과 인지도를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드라마 제작진이 선호한다. 지상파 출신 한 프리랜서 드라마 피디는 “어떤 장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조연 배우들도 겹치기 출연이 늘면서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신선함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배우는 좋은 역할이 있으면 앞으로도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선영은 내년 뮤지컬 스케줄이 빼곡하게 차 있고, 최재림은 오는 8월부터 <오페라의 유령>에 합류한다. <마당이 있는 집> 정지현 감독은 “최재림은 뮤지컬계에서 정점을 찍은 배우인데, 매체에 모습을 비추면서 더 성장했으면”하고 바랐다.

한겨레 신문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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