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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하]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양 온마음 쏟죠”

2020.03.24

코로나19 뚫고 공연중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양 온마음 쏟죠”

2020.03.24 / 파이낸셜뉴스 – 신진아 기자



김수하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에서 여주인공 ‘진’으로 활약 중이다(PL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2015년 웨스트엔드서 ‘미스 사이공’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김수하는 오로지 실력과 열정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꽉 움켜쥐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을 통해 국내 데뷔전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역모로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비밀시조단 골빈당이 불평등한 세상을 뒤집고 자유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 김수하는 양반집 딸이면서 골빈당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진을 연기했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 대본이 신선했죠. 진의 시선에서 대본을 읽으니 눈물도 났죠. 진은 누구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죠. 세상을 바로잡으려면 (시조 금지와 관련해 비밀이 있는 권력의 실세) 아버지를 무너뜨려야하고, 자신이 누리던 것을 포기해야 하죠. 정말 대단하고 용기 있는 인물 같아요.”

애착이 가는 장면은 진이 백성들과 함께 ‘놀아보세’를 부를 때다. “참 슬픈 가사를 신나는 멜로디에 담았죠. 특히 이 장면은 김수하의 많은 것이 진의 모습에 반영됐어요. 대사의 억양이라든지 노래할 때 목소리 등이 그렇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꼽는다면 공연의 시작을 여는 ‘시조의 나라’다.

“우리끼리 앙상블은 백성들이라고 부르고, 팬들은 조선 백성들이라고 하는데요. 백성들이 시조를 자유롭게 부르던 15년 전후의 차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노래인데다, 특히 앙상블의 매력이 잘 드러나 가장 좋아합니다.”

‘스웨그에이지’는 코로나19 확산 전 개막해 ‘싱어롱’ ‘잔칫날’ 등 다양한 이벤트를 겸하면서 꿋꿋이 공연 중이다. 김수하는 “‘잔칫날’ 이벤트 공연은 팬서비스 같은 느낌이라 관객들 반응이 더 자유롭고 적극적”이라며 “배우들도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재미있게 한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악재 때문에 관객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 “대표님이 작품이 부족해서 관객이 덜 드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시죠. 작품 자체는 좋다는 거죠. 그렇기에 두려움을 뚫고 공연을 보러와 준 관객들이 더욱 소중해요. 행여나 내일 공연을 못 올리는 상황이 닥쳐도 후회 없게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며 온 마음을 다 쏟아 붓습니다.”

김수하는 2015년 작곡가 맹성연의 권유로 우연히 ‘미스 사이공’ 일본 오디션을 본 게 웨스트엔드 진출로 이어졌다. 김수하는 “당시 영어 실력도 미흡했지만 과감히 도전했다”며 “합격 통보를 받고 마치 야반도주하듯 가방을 쌌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막상 웨스트엔드에 가보니 정말 프로의 세계라는 걸 실감했어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죠. 앙상블로 첫 공연하고 다음날부터 저녁에 공연했죠. 낮에는 (여주인공) ‘킴 커버’ 리허설을 하면서 집과 공연장만 오갔어요.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에 가사를 다 외운 뒤엔 계속 발음을 교정했죠.”

집요한 노력 덕분에 그는 이듬해 ‘미스 사이공’ 일본 공연에서 ‘킴’ 대역이 아닌 ‘킴’으로 당당히 섰고 2017년엔 ‘미스 사이공’ 영국과 아일랜드 투어, 2018년엔 인터내셔널 투어에 나섰다.

이렇게 해외서 잘나가던 김수하가 서울예술대학교 졸업 작품인 초연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에 출연한 이유는 뭘까? 그는 “‘스웨그에이지’의 제작자이자 지금의 소속사인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 때문이었다”고 했다. “인터내셔널 투어 중인 스위스로 직접 온다고 했을 때 믿음이 갔죠. 또 작품에 대한 송혜선 대표님의 자신감에 더욱 신뢰했어요.”

빵에 비유하자면 ‘미스 사이공’이 오랜 전통의 바게트라면 ‘스웨그에이지’는 갓 나온 최신 유행 맛의 ‘단짠단짠 빵’ 같단다. “솔직히 킴은 백인 남성의 로망이 담긴 동양인 여성 캐릭터라 21세기를 사는 ‘인간 김수하’로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또 30년 된 작품답게 그들만의 매뉴얼이 있어 마치 체스판의 말처럼 나를 깎아 킴에 맞춰야했죠.”

반면 ‘스웨그에이지’의 ‘진’은 김수하가 창작진과 함께 만든 캐릭터다. 그는 “아주 소중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결국 이 작품은 김수하에게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여배우상을 안겨주었다. 4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