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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세상을 향한 외침!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20.04.22

불의한 세상을 향한 외침!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20.04.22 / 아이즈 ize 글 – 박병성(공연평론가)

 

“우리의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  선거가 끝났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익광고 같은 이 문구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캐치프레이즈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캐치프레이즈처럼 패기와 열정, 뜨거운 에너지로 충만한 작품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설명하기에 ‘열정’과 ‘에너지’만큼 좋은 단어는 없다. 하나의 단어를 추가한다면 ‘도전’이 적당할 것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냉엄한 공연계에 소개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서울예술대학교 학생 공연으로 출발한 이 작품은 배우나 창작진이 대부분 대중뿐만 아니라 공연 마니아에게도 낯선 인물들이었다. 익숙한 원작이나 스타 배우의 지원을 받아도 쉽지 않은 것이 창작 초연 공연이다. 그런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학생 공연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주요 창작진과 배우들을 대부분 그대로 본 공연까지 함께했다. 대신 최민철, 이창용 등 경험 많은 배우들을 중요 조역에 캐스팅해 무게 중심을 잡아주도록 했다. 작가, 작곡, 연출, 안무 메인 창작진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조명, 음향 등 중요 분야는 연륜 있는 스태프를 참여시켰다. 

지난해 6월 세상에 선보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공연 초반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공연을 한 회, 두 회 거듭할수록 공연 마니아 사이 입소문이 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젊은 창작진들은 재기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연출로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극의 씨앗 단계부터 호흡을 맞춘 창작진과 배우들의 앙상블은 어느 작품도 갖기 힘든 강점이다. 순수하게 열정적이면서도 오랜 동안 합을 맞춰온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게 바로 앙상블이라는 정답을 보여주는 듯했다. 2019 예그린 어워드에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대형 뮤지컬들을 제치고 앙상블상을 받는다. 2020 한국 뮤지컬 어워드에서는 고른 작품성을 인정받아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파란을 일으킨다. 작품의 주인공인 양희준과 김수하가 남녀 신인상을 휩쓸었다. 마니아들의 지지에 힘입어 빠른 시간 내에 재공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를 금지하는 가상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위정자들은 백성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시조를 금지시킨다. 골빈당은 은밀하게 백성들을 모아 악독한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와 힘겨운 삶의 피로를 시조로 풀어낸다. 세상의 떠돌이 단(양희준 분)은 양반들에게도 기죽지 않는 배포와 자신만의 가락으로 시조를 즐긴다. 이를 눈여겨본 골빈당의 에이스 진(김수하)은 단과 함께 시조로 억압된 세상에 대항한다. 힙합과 국악을 접목한 음악은 우리 고유의 장단에 젊은 감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언어유희를 하는 ‘조선수액’뿐만 아니라 진의 흥겨운 시조 ‘놀아보세’ 등 흥겨운 국악 장단에 힙합과 레게 스타일이 녹아들면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부채를 적절히 이용한 연출이나, 각 장면마다 분위기를 띄우는 안무도 흥겹다. 전국노래자랑을 연상시키는 조선시조자랑은 마음껏 쇼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창작자들이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유머러스한 인물들이 장난스러운 대사도 적지 않아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엄혹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은 외침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왜 운명은 스스로 만들 수 없는가,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정녕 이것이 당연한 일인가” 골빈당 당원들과 시민들이 목소리를 합쳐 부르는 ‘운명’의 물음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코로나19로 지난 4월 1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13일부터 세상을 향한 힘찬 외침을 이어간다.

박병성(공연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