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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준] [INTERVIEW] WILL YOU STAY WITH ME_뮤지컬 배우 양희준

2022.05.27

WILL YOU STAY WITH ME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는 뻔한 표현도 생생히 살아나게 만드는 배우 양희준과의 시간.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장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7년 만에 돌아온다. 그동안 많은 관객들을 애를 태웠던 작품의 귀환 소식에 배우 양희준이 이름을 올렸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으로 신인상을 받은 후,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 입을 옷은 사랑스러운 아들 ‘게이브’. 젊은 배우들에게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 손꼽히는 게이브는 여러모로 특별한 캐릭터다. 아빠 댄, 엄마 다이애나, 딸 나탈리의 곁을 지키는 완벽한 아들인 동시에 반전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기 때문. 무대 위의 게이브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관객들마다, 배우마다 여러 해석이 자리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대신 자신만의 게이브를 찾아 나가는 양희준의 시간을 전하고자 한다. 이 어려운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는, 당장의 기회보다는 차근차근 내면부터 채워나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청년의 이야기 말이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새 작품으로 찾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었나요?
작품을 할 때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는 편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서요. 여러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그 정도의 그릇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재정비하고 좀 더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첫 뮤지컬이었던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으로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있었던 걸까요?
당장 제가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소위 말하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안전한 배를 타고 있어야 노를 저을 수 있는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 배가 별로 튼튼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남들이 봤을 때는 멀쩡해 보일 수 있겠지만, 배를 타고 있는 제가 봤을 때는 흠집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서 그걸 메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흠집을 수리하던 와중에 게이브를 만난 거군요.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게이브가 제 나이대의 모든 남자 배우들이 해보고 싶어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먼저 매력을 느꼈습니다. 작품의 메시지와 분위기에 끌렸고, 좋은 곡들도 워낙 많아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한계에 도전해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모험을 해보고자 이렇게 부딪혔는데, 지금 연습을 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한 모험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최대한 잘 헤쳐 나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특히 더 험난했나요?
일단 작품 자체가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구멍이 없어요. 작품으로 보면 엄청난 장점이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게, 구멍들이 보이면 제가 자유자재로 헤엄을 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잘 짜인 것은 확실하게 답이 있는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수영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에 게이브 역을 했던 형들이 다들 노래를 너무 잘하는 분들이어서, 형들이 부르는 노래를 얼핏 들었을 때는 쉬워 보일 수 있거든요. 다들 쉽게 소리를 내시니까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각혈을 한다고 하잖아요, 목에서 피가 난다는 표현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새삼 대단한 분들이라고 여러 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게이브 역을 거쳐 간 배우들에게 인생 캐릭터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해요. 그 점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그것보다는 저만의 게이브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더 커요. 제가 형들하고 똑같이 한다고 해도 형들보다 더 나은 게이브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대신 저만의 색깔이 담긴 캐릭터를 찾으면, 관객분들께 새로운 매력의 게이브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늘 드리는 질문이지만, 이 캐릭터에게는 특히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게이브는 어떤 존재인가요?
게이브를 맡은 배우들이 공연 직전까지, 어쩌면 공연을 하면서도 고민하는 부분이 될 것 같아요. 저희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파고들면 들수록 함정에 빠지기 쉬운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접근을 하자니 점점 갈피를 잃게 되는 기분이 들고요. 게이브라는 존재가 딱 그런 느낌이에요. 내 옆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돌아보면 없고, 찾지 않았는데 옆에 있을 때도 있고, 막상 찾으면 없고.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인 것 같습니다.

게이브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죠. 그래서 더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각 장면에서 게이브가 보여줘야 하는 목표들이 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장면마다 다를 때도 있고, 심지어 한 장면 안에서도 시시각각 변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더 매끄럽게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어떠한 의도를 담아서 표현을 한다고 해도, 관객분들은 각각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려 있는 인물이기도 해서요.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실 분들께는 다소 어려운 힌트 같아요. 조금 더 쉽게 다가가 볼까요. 게이브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배우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제가 느끼는 게이브는 완벽한 아들이에요. 모든 어머니가 바라고 원하는 아들이요. 때로는 수다를 편하게 떨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들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의지가 되는 든든한 아들일 때도 있어요. 말 그대로 완벽하죠.

실제로는 어떤 아들이에요?
요새 많이 느끼는 점이… 방금 말씀드렸던 그런 아들과는 되게 동떨어져 있더라고요. 저는 애교도 없고, 듬직한 면도 없는 것 같아서요. 새삼 불효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연출님이 당부했던 부분이 있나요?
저로서는 참 감사한 부분인데, 워낙 열려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시는 편입니다. 틀에 갇히지 않게 해주시고요. 제가 자유롭게 게이브를 찾아다니는 여정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지원해주고 계셔요.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놀이터에 풀어놓으셨군요.
네, 맞아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놀이터 밖으로 나가면 그때 잡아주시죠.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떻겠냐고.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믿고 맡겨 주시는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게이브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게이브의 감정이 너무 크게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요. 그 몫은 가족들의 것이고 저의 감정이 요동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게이브는 주변 인물과 관객분들께 감정을 느끼게끔 만드는 역할이지, 스스로가 느끼는 역할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저도 사람인지라 울컥할 때가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연출님이나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했는데, 연습 때 최대한 느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무대 아래에서 최대한 풀어서 해봐야 공연에서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나오는 대로 표출해 보고 있습니다.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뚜렷하거든요. 그게 작품의 함정이에요. 예를 들면 음악은 슬픈데 사실은 별로 슬프지 않은 상황이거나,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있지만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굉장히 슬프고. 이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이 상황에서 왜 이런 음악이 나올까. 그래서 이건 슬픈 거야, 좋은 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매력적이고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런 방식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음… 좋은 장면들이 지금 한가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어서 뽑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좋은 부분이 정말 많아요. 장면 대신 한 가지를 꼽자면 저는 다이애나를 보는 매 순간이 특별합니다. 바라보는 모든 장면이 뜻깊고요. 말씀드리는 지금도, 연습할 때 박칼린 선생님, 최정원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던 장면들이 계속 떠올라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는 작품입니다. 양희준 배우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상투적인 말일 수도 있는데,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아요. 먼 곳에서 찾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어디에서 찾아요?
저는 게임을 좋아하고요. 가까운 데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좋아요. 가끔 연습 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1시간을 더 잘 수 있는 그 짧은 행복!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몸과 마음이 힘들면 별것 아닌 것에 감동하고 행복해하잖아요.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웃음) 제가 힘든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작품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제 성격 자체가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것에 능한 편이 아니에요. 저 되게 소심하고요, 걱정도 많습니다. MBTI도 INFP거든요.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배우는 정말 숨을 곳이 없어요. 저는 숨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웃음) 누구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자꾸 사람들 앞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라는 일이 너무 행복하지만, 동시에 큰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길을 계속 걸어가게 만드는 힘은 뭘까요.
이게 제 성격과 모순이 생기는 지점인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에 서면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아요. 연습하는 동안은 챙겨야할 것도 많고 주변의 시선들이 의식되어서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무대에 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요. 이걸 지켜야지, 저걸 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완전히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 서 있는 것 같은 순간, 그때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그리고 일상에서는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화내고 싶을 때 화내지 못하고, 웃고 싶을 때 웃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잖아요. 근데 무대 위에서는 밖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볼 수 있어요. 큰 화를 내볼 수 있고, 마음껏 통곡할 수도 있어요. 그 후에 오는 시원함도 느껴볼 수 있고요. 그런 희열이 정말 커서 배우라는 일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인터뷰에서 선배들에 대한 애정을 많이 표현해왔어요. 시간이 지나, 후배들이 양희준 배우에 대한 애정을 얘기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지금 처음으로 그 상황을 상상해봤거든요. 제가 (홍)광호 형, (박)강현이 형에게 하는 것처럼… 근데 너무 부담스럽네요. 강현이 형한테 적당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되게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동안 잘 해왔다는 것에 대한 증거일 수 있을 테니까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 상상했을 때는 부담스러움이 훨씬 큽니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다는 뿌듯함보다는 ‘앞으로 어떡하지, 뭘 봤길래 그러는 걸까,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싶을 것 같아요.(웃음)

그럼 앞으로 선배들에 대한 표현을 줄일 건가요.
그건 이미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줄이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형들도 이미 알고 있고요. 덕분에 강현이 형과는 많이 가까워져서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합니다. 그럼 형이 불러서 오리고기도 사주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데, 조언을 들을 때면 형이 평소보다 훨씬 더 크게 보여요. 확실히 다르구나 싶어집니다.

나중에 어떤 후배는 양희준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오리고기는 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별한 무언가를 바란다면 그건 오산입니다.(웃음)

이번에 게이브 역으로 함께하는 노윤, 이석준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서로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으로 공유하고 있는데, 제가 제일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셋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은데, 윤이가 더 형 같아요. 연습할 때도 첫 번째 순서는 늘 윤이가 합니다. 저랑 석준이는 당연하게 윤이를 쳐다봐요. ‘좋은 선례를 보여줘’ 이런 눈빛으로요. 지금은 연습 속도가 되게 빨라서, 서로 동선이나 가사는 물론이고 모니터도 많이 해주고 있어요. 확실히 어려운 작품일수록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분들은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을까요?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면 농담처럼 ‘이건 반칙’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그런 영화를 잘 못봐요. 보고 나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서 오히려 가족들에게 연락하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넥스트 투 노멀>은 부모님이 나오지만 반칙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극적이거나 침울해지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보고 나면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요?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주거든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져요. 사실 우리가 살면서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평범한 그 어딘가에 도달하고자 하는데, 그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워요. 그런데 <넥스트 투 노멀>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작품입니다. 보시는 분들이 그런 희망을 안고 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기간 2022년 5월 17일-2022년 7월 31일
시간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공휴일 14:00 18:00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가격 VIP석 11만원 | R석 9만원 | S석 7만원 | A석 5만원문의 02-744-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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