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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의 PICK]한민족의 ‘흥’이 뮤지컬과 만났을 때

2020.03.23

[장병호의 PICK]한민족의 ‘흥’이 뮤지컬과 만났을 때

2020.03.23 / 이데일리 – 장병호 기자

–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 초연 호평 힘입어 6개월 만에 재공연
– 물 오른 배우들 연기 합에 넘치는 신명
– 힘든 시국에도 놓치기 아쉬운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에오! 오에오! 후레자식 다함께 오늘도 양반놀음~.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외쳐 조선’)의 한 장면. 양반들만 시조를 즐길 수 있다는 특권에 도전해 평범한 민초들이 부르는 노래가 흥겹다. “자유를 누려 권리를 찾아 모든 백성은 다시 태어나리 새로운 세상을 향해”라는 가사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을 나선 뒤에도 한참 동안 귓가를 맴돈다.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사진=PL엔터테인먼트).

한민족 특유의 ‘흥’이 뮤지컬과 만나니 평소 조용히 공연을 즐기던 관객도 어깨를 절로 흔든다. 약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외쳐 조선’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적 소재를 뮤지컬로 잘 살려내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에는 아쉬움이 큰 공연이다.

작품은 시조를 국가 이념으로 삼고 있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때는 양반도 평민도 모두 공평하게 시조를 즐겼지만 15년 전 일어난 한 사건 때문에 평민에게는 시조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평민들은 힘든 삶을 이겨내기 위해 양반 몰래 시조를 노래한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는 골빈당이 그 중심에 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는 시조대판서 홍국과 골빈당의 대립, 그 가운데 서 있는 두 주인공 진과 단의 이야기가 극을 이끌어 간다.

한국의 전통예술을 소재로 삼은 창작뮤지컬은 많다. ‘외쳐 조선’의 차별점은 전통예술을 다루는 방식이다. 젊은 창작진이 주축이 되다 보니 전통예술을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로 재해석해 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전국시조자랑’, ‘쇼미더머니’ 식의 랩배틀을 차용한 시조 대결이 그렇다.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사진=PL엔터테인먼트).

앙코르답게 내용이나 무대 등은 초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배우들의 합에 더 물이 올랐다.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앙상블까지 함께 보여주는 탄탄한 호흡과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공연을 지루할 틈 없이 만든다. ‘전국시조자랑’으로 막을 여는 2막은 관객 호응까지 더해져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외쳐 조선’은 서울예대 출신 극작가 박찬민, 작곡가 이정연, 연출가 우진하의 졸업작품이었다. 상업공연으로서 잠재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정식 무대에 올랐다. 앙코르 공연은 향후 장기 공연까지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공연 외적인 여러 상황과 맞물리면서 힘든 삶에 위로가 되는 문화예술의 힘을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평민들이 시조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처럼, 우리도 머지않은 날 다시 문화예술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의 힘든 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4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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