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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윤공주,양희준,황건하] [리뷰] 고독사를 통해 전하는 공감과 위로, 추민주 연출 창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

2022.09.21

창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 ⓒPL엔터테인먼트

 

연출가 추민주와 작곡가 민찬홍 콤비가 만들어낸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드디어 관객들을 찾아왔다. 연출가 추민주는 창작 뮤지컬 ‘빨래’를 통해 소외된 달동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희망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05년 초연 이후 17년 동안 100만 관객, 5000회 이상 공연을 기록했다. 또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는 대학로 롱런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이후 추민주 연출은 서울 변두리 동네 핫플레이스를 무대로 도시 소시민들의 사연 많은 삶을 감동 깊게 그려낸 연극, ‘에덴 미용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고립되고 단절된 이들의 ‘고독사’를 통해 혼자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현대 사회엔 수많은 사연을 안고 혼자가 되거나 가족이 있어도 혼자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근원적으로 혼자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답을 동시에 담고 있는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폭넓은 관객층에 공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출 작품마다 등장하는 추민주 표 희망과 위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해 준다.

우리가 혼자여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

무대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의 거친 숨소리로 시작된다. 그녀는 재개발 예정인 산장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독고정순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그녀만은 아니었다. 아파트 한구석에는 길고양들에게 몰래 먹이를 주고 있는 남자도 있다. 그는 이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서산이다. 이내 아파트에 푸른 아침 햇살이 비쳐들고 하나둘씩 아침을 시작하는 움직임들로 분주해진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배우 양희준, 황건하 ⓒPL엔터테인먼트

자신들만의 아침을 시작하던 정순과 서산, 그리고 이 아파트 주민 할아버지는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고 만다. 난리 법석이 난 서산과 달리 차분하게 앉아 수수께끼를 내는 정순, 두 사람은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안에서 투닥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엘리베이터 고장을 알리는 아파트 관리인의 안내 방송이 이어진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 아파트에 또 다른 주인공 관리인은 보험왕 아주머니와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서로를 알고 있는 정이 가득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 낡고 오래된 산장 아파트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지낼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으로 혼자가 되어 살고 있다.

한두 줄로 요약되어버린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다

우리의 주인공 독고정순은 남구청 소속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자다. 어느 날 이곳에 낙하산으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가 들어온다. 이름은 서산, 남구청 구청장의 아들이다. 서산은 독고정순 밑에서 일을 배우게 되고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알아차리게 된다. 독고정순은 오로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애를 쓴다. 서산은 그런 정순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게 된다.

추민주 연출은 ‘한두 줄로 요약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되살려냈다. 그 한두 줄조차 기록되지 않는 존재조차 희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추민주 연출이 그 전작부터 꾸준하게 담아내고 있는 주제이다. 작곡가 민찬홍이 만들어 낸 뮤지컬 넘버 역시 다른 창작 뮤지컬 넘버들과 확연히 다른 색을 갖고 있다. 특히 함께 부르는 넘버는 정확한 가사와 귀에 박히는 리듬이 합쳐져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이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인간의 삶을 수수께끼로 풀어내다

2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 돋보이지만 독고정순역을 맡은 배우 조정은과 윤공주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목소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극장 뮤지컬의 화려한 배역으로 익숙한 두 배우가 현대극에서 보여주는 소박하고 진솔한 연기는 새롭고 신선하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빨래’를 통해 익숙한 배우들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이 많은 부분 뮤지컬 ‘빨래’와 오버랩되는 것은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배우 양희준, 황건하 ⓒPL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에는 ‘수수께끼’가 자주 등장한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위급한 상황에서도, 홀로 죽음을 맞은 이를 애도해야 하는 순간에도 수수께끼는 등장한다. 인생은 수수께끼와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힘든 상황도 한번 웃고 넘기자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의외의 순간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함께 풀다 보면 함께 웃고 있는 옆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산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작품을 통해 확인하면 좋겠다.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알지만 외면했던 고독사가 죽음을 넘어 생존의 문제를 묻고 있다는 것을 무대에서 확인하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20일(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날짜 : 2022년 9월 6일(화) – 2022년 11월 20일(일)
공연시간 : 화~금 19시 30분/토, 일, 공휴일 14시, 18시 30분
관람연령 : 만 7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50분(인터미션 20분)
창작진 : 프로듀서 송혜선/작,연출 추민주/작곡,편곡 민찬홍/편곡, 음악감독 양주인/안무 홍세정/무대디자이너 왕석청/조명디자이너 이우형/영상디자이너 박준/음향디자이너 권도경/소품디자이너 최혜진/의상디자이너 안현주/분장디자이너 안희준/기술감독 방한석/무대감독 김용석/제작감독 김대우
출연진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황건하, 이갑선, 최영우, 이세령, 허순미, 이경수, 이형훈, 장격수, 김지혜, 심우성, 강동우, 노현창, 김혜미, 김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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