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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윤공주,양희준,황건하] [리뷰] 삶의 가치에 대한 풀이. 뮤지컬 ‘어차피 혼자’

2022.09.28

[위드인뉴스 김영식]

“네! 남구청 복지과 독고정순입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리고 건반이 눌러지면 현이 따라오며 시작되는 공연. 후드티를 입고 뛰어나오는 여자는 급한 일이 있는 것일까? 아침 운동을 하는 것일까?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빨래>의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편곡가의 신작으로 재개발을 앞둔 ‘산장 아파트’와 ‘남구청’의 복지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독고정순은 산장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으로 독고정순 역에는 배우 조정은, 윤공주가 참여해 공연 만들어간다.

왔다가 떠나는 인생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오프닝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하다. 작곡가 민찬홍이 특유의 아름다운 화음과 멜로디가 이번에도 돋보이는데 가사를 주고 받으며 오프닝 넘버를 만들어간 주연배우와 앙상블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차분하게 오프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여지는 홀로 사는 이웃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 낡은 아파트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곳에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청년이나 아파트를 청소하는 주민들, 관리인 아저씨가 함께 한다. 인간의 삶이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아파트 역시 생명을 다해 재개발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독고정순은 이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 사람들과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고독사를 직접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뜨겁게 삶을 살다가 노년에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살다가 죽는 것이 정해진 인생이라 하겠지만 독고정순은 한 사람이 삶을 마무리 할 때 홀로 떠나가는 것과 그렇게 무연고 사망자의 인생 전체를 남들이 그런 것처럼 한 두줄의 문장으로 서류 정리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과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냉소적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독고정순

“무섭긴 한데 죽기 밖에 더 하겠어?”

독고정순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고 업무적으로 딱딱하게 어둠과 함께 하는 것 같지만 그녀는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인물이다. 극한 상황에서 수수께끼를 내며 여유를 찾는 독고정순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으며 그 자체로 더불어가는 삶을 만들어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건반 멜로디에 바이올린 등 현 위주의 편곡이 작품을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이끌어주는데 독고정순의 넘버 역시 감정이 가득하고 그 넘버들은 관객들에게 편안하기도 하고 감정적 격정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아름다운 달빛이 있고 음악이 있는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제목에서 주는 냉소적인 작품이라기 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다함께 잘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이 초연작을 보며 독고정순의 서사를 위한 솔로 넘버가 한두곡 정도는 더 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초연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앙상블의 안무나 동선에 여백이 있어 추가적인 작업으로 디테일이 더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무연고 사망 혹은 고독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고 따뜻하고 격정적으로 삶을 노래하고 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150분(인터미션 20분) 간 진행되는데 기존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전해준다.

9월 6일 개막한 공연은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위드인뉴스 / 김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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