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영식]
“그는 의사였지만 혁명가이기도 했습니다.”
1888년 런던, 헨리 ‘지킬’은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사랑하는 연인 엠마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단 하나의 걱정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지킬은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정실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부닐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영국에서 발간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선과 악’으로 분리되는 ‘지킬’과 ‘하이드’의 내면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심도 있게 다룬 뮤지컬이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불안감과 긴박감 그리고 빠른 전개 속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기록을 보유한 작품이기도 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이번 시즌 약 6개월 동안의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며 또 한 번의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 그리고 연출가 스티브 쿠덴이 만나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 선을 보였다. 선과 악의 절반의 인격을 보여주는 뮤지컬로무대 역시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거나 왼쪽과 오른쪽이 나뉘는 무대세트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이사회(Board of Governors)_홍광호(지킬,하이드) (제공. 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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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얼라이브 1(Alive 1)_류정한(지킬,하이드) (제공. 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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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공연되지만 그때마다 사랑받는 뮤지컬
아무리 유명하고 잘나가던 작품들도 수명이 있기 마련이다. 초연 때부터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다가 시대의식과 젠더 변화에 따라 지금은 더 이상 공연이 되지 않는 작품이 많고 유머코드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국에서 2004년 초연 이후 2010년 이후 서울에서만 2010, 2013, 2014~2015, 2018, 2019, 2021~2022 모두 6회 공연되어 거의 격년에 한번 공연되는 작품이다. 어쩌면 볼 사람 다 보고 조금은 지루해질만한데 여전히 크게 사랑받고 있는많은 이유 중에 한가지는 한국 창작진들의 노력도 한 몫했다.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원래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수정, 각색한 논 레플리카(Non-Replica) 작품으로 미국에서 공연되는 <지킬앤하이드>와 전체적인 스토리는 같아도 미국 버전에서는 홀로 노래하는 장면을 한국에서는 지킬과 엠마의 감정 개연성을 주기 위해 두 사람이 같이있는 장면에서 노래하는 등 세부 장면은 한국 창작진이 재구성해 밀도를 높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넘버도 한 몫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지금 이순간” 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나오는 곡인지 모를지라도 한번은 들어왔을 것이고 루시의 ‘새 생명'(A New Life), ‘ 엠마의 Once upon a dream 역시 명곡으로 손꼽힌다.
![]()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뜨겁게 온 몸이 달았어(Bring on the Men)_윤공주(루시) (제공. 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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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 수 없는 화려한 배우들
일단 2021 뮤지컬 <지캘앤하이드>를 만들어가는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
먼저 최근 10여 년동안 한국 뮤지컬계의 더 없는 중흥기를 이끌고 있는 류정한, 홍광호(이상 지킬)와 윤공주(루시), 조정은(엠마)이 캐스팅 되었다. 또한, 데뷔 이후 한번도 한 작품에서 공연을 해 본적 없다는 조정은과 윤공주가 한 무대에서 듀엣하는 장면이나 류정한, 홍광호와 함께 세명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 등 이들은 뮤지컬팬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될 장면들을 만들고 있다.
많은 관객분들이 각 배우들의 조합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텐데 힘이 있지만 수줍음도 보여주는 윤공주 배우와 작은 목소리에도 호소력 있게 노래하는 조정은 배우가 함께하는 ‘In His Eyes’도 기대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게 연출되었다.
기자는 리뷰기사를 위해 메모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편인데 이들의 노래를 눈으로 보다가 손으로 적는 것을 잠시 잊게 되었지만 그 감정이 머리 속에 고스란히 담기는 순간을 맞기도 했다. 관객분들도 그 아름다운 전율을 느껴보시길 바라겠다. 이 밖에도, 신성록, 아이비, 선민, 최수진, 민경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캐스팅 되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Take Me as I Am)_선민(루시) (제공. 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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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이 확실한 작품
인터미션 이후 2막은 밀고 당기는 것 없이 줄곧 당기며 진행되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이 더 많은 2막에서 지킬의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공연 전체적으로 지킬의 솔로 넘버가 많고 변화하는 그의 감정흐름을 표현하는데 지킬의 넘버 중 가장 유명한 <지금 이 순간>의 경우에는 앞 장면에서 루시와 만남을 가지고 연구소에 들어와 밤샘 연구를 하는 지킬이 선과 악을 나누는 약을 만드는 것이 ‘나만의 꿈’이라고 말하고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자 하는 자신의 연구를 ‘신이여 허락하소서’라고 노래하고 있다.
![]()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_조정은(엠마) (제공. 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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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달고 짠맛’이 확실한 작품이다. 스토리 상으로 미소짓게 하다가 흠짓 놀라게 하기도 하고 다시 아름다운 넘버에 귀를 홀렸다가 지킬의 변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은 꽤 자주 만나는 작품이고 어두운 스토리이지만 눈으로 작품을 보고 머리에 담을 때마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머리 속에 담은 그 명장면들을 언제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꺼내어 맛 볼 수 있고 그 때를 떠올리며 사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위드인뉴스 /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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