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발생하던 날, 캐나다에 위치한 작은 도시 갠더의 일상은 멈춰 섰다. 미국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전부 막히며 승객 7000명가량을 태운 비행기 38대가 갠더 공항에 불시착하면서다. 갠더 시민들은 승객을 위해 기꺼이 집을 내주고, 음식을 마련한다.
지난 28일 막을 올린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비현실적으로 친절한 갠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12명의 배우가 총 100명에 가까운 배역을 나눠 연기한다. 각자 많게는 1인 10역까지 소화한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5일 오후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G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12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맡아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고 두 시간을 책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작품에는 남경주, 이정열,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장예원, 신영숙, 차지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남경주는 “모든 배우가 대여섯개의 배역을 맡아서 연기한다는 게 너무나 의미 있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면서 “배우들이 인물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처절하게 투쟁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연습이 마치 ‘전쟁’처럼 치열하게 자기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박소영 연출은 “승객과 주민들이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승객, 주민이 돼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배우가 수많은 배역을 맡고, 빠르게 다양한 인물의 대사를 해야 했다”면서 “결국 관객들에게는 좀 더 친절하고, 배우에게는 불친절한 방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이 익숙한 시대, ‘컴프롬어웨이’는 판타지와도 같은 비현실적인 친절함을 담고 있지만 테러 당시 발생한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한다. 원작의 대본과 작곡을 맡은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은 2011년 갠더에 방문해 현지인을 인터뷰하며 작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프로듀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발적 참여와 연대에 바탕한 공동체가 얼마나 세상을 많이 바꿀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선에서 노력하는 의료인들을 보면서 뭉클했는데 이 작품도 이런 감동을 전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2015년 미국샌디에이고에서 처음 공연했고, 2017년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브로드웨이에 없던 인터미션이 추가됐다.
송 프로듀서는 “기획단계부터 이 작품은 남녀노소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다.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동안 공연을 보라고 할 자신이 없어 인터미션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송 프로듀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면서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가운데 배치된 에피소드는 빨리 변한다. 빠르게 변한 관객들의 입맛에 잘 맞는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컴프롬어웨이’는 2024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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