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말 그대로 마법 같았다. 한국 스테디셀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개막 첫 주 건재함을 보여줬다. 24일 일요일 샤롯데씨어터 낮 공연 현장은 거리두기 좌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평균 좌석 점유율 95%라는 독보적 기록을 세운 바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유독 한국이 사랑한 뮤지컬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 어두운 무대연출이 브로드웨이에선 흥하지 못했으나, 장르물을 선호하는 한국 입맛에는 맞았다. 특히, 배우가 보여주는 파괴적인 연기력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넘버는 널리 사랑받는 포인트다. 이에 뮤지컬 팬에게 ‘지킬앤하이드’는 곧 성지로 불리며, 매 시즌 바뀌는 캐스팅과 무대연출을 보기 위해 재차 발걸음 하는 경우가 잦다.

이날 공연은 홍광호 지킬이 무대를 이끌었다. 극은 어터슨역을 맡은 배우 윤영석의 방백으로 시작됐다. 지킬이 등장하자, 공연장을 메운 관객 눈도 함께 빛났다. 1막 중반을 넘어가며, 모두가 기대하는 넘버 ‘지금 이 순간’이 나왔다. 실험실 세트가 무대 전면으로 진입하고, 선명한 조명이 객석을 비췄다. 그가 힘을 주어 부르자, 몇몇 관객은 공명에 공연장 지붕 위를 올려다 볼 정도였다.
이내 하이드로 변신 후, ‘얼라이브 Alive1’과 ‘얼라이브 Alive2’를 부를 때 홍광호는 한 마리 짐승을 방불케 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순수 악 하이드 자체였다. 이를 증명하듯, 지킬앤하이드 관람 후기에서는 “공연을 보는 내 몸도 오싹했다” 등 생생한 관람평이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여성 배역도 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다. 1막이 끝난 뒤 지킬 비중이 큰 극 특성상, 여성배역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여성배역은 서사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날 엠마역 민경아 배우와 루시역 선민 배우는 뛰어난 넘버 소화력과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24일, 두 배우는 처음 합을 맞추는 날임에도 ‘그의 눈에서 In his eyes’넘버에서 완벽한 듀엣을 보여줬다. 두 배우 모두 해당 배역을 이미 연기한 경험이 있어, 팬 사이에서 ‘경력직’으로 불린다. 이에 농익은 자태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지킬을 사랑하는 두 여인 마음을 대변하는 해당 넘버는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여성 듀엣으로, 2막 중반 하이드가 저지르는 악행 가운데서 극 중 서사를 뚜렷하게 만든다. 한 관객은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며 “이 페어 다시 찾겠다”고 조화를 극찬했다.
공연의 대미는 ‘대결 Confrontation’이 장식했다. 선과 악의 대립이 정점에 선 장면에서 지킬은 이 넘버를 소화한다. 해당 넘버는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배우 한 명이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줘야 해, 배우 사이에서도 난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우려를 불식하듯, 홍광호는 뛰어난 가창력에 자체적인 편곡을 완성해 무난한 완급조절을 보여줬다. 성공적으로 곡을 마무리한 뒤,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20대 조모씨는 “정말 꽉 들어찬 공연”이라며 “이 성량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한 번 더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즌 지킬앤하이드는 연출에 변화가 있어 관심을 끈다. 대체로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따르는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매 시즌 달라지는 부분을 찾는 건, 관객에 있어 소소한 재미다. 눈치 빠른 일부 관객은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 ‘미워하긴 힘들죠 Streak Of Madness’ 넘버 앞에 음가를 입힌 독백이 추가됐다. 이 독백으로 넘버 연결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고 평가되면서, 해당 부분을 찾는 재미는 배가될 전망이다. 또 조명이 지난 시즌보다 섬세해졌다. 주로 단색 조명이 주를 이뤘던 전과 다르게, 펄 조명이나 부분 조명도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조명 연출이 달라지면서, 일부 씬에서 배우가 마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에서 꽃으로 불리는 앙상블은 매시즌 바뀌며 새로운 조화를 보여준다. 그중 2막 첫 씬은 앙상블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 팔연째를 맞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팬데믹 연기 없이 지난 19일 정상 개막했다. 아직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은 “지킬앤하이드, 말이 필요합니까?”, “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 등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차 티켓팅도 무시못할 티켓파워를 보여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는 2022년 5월 8일까지 상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