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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하] [공연 리뷰]전통적 멋ㆍ현대적 감각의 조화…판타지 사극 뮤지컬 ‘금악’ 개막

2021.08.20
뮤지컬 금악 프레스콜 금선 함영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공기처럼 가벼운 하나의 음이 사람을 바꾸고, 목숨보다 무거운 하나의 몸짓이 세상을 바꾼다. 8월18일부터 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금악:禁樂>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3년 준비 끝에 무대에 오른 <금악:禁樂>은 ‘누가 봐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작품’이라는 평으로 요약된다. 해금ㆍ아쟁 등 전통악기로 만든 음악 위에 화려한 매핑과 감각적인 조명이 더해지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까지 어우러지면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음악ㆍ무용 관련 일을 맡았던 관청 장악원을 배경으로 한다. 금지된 악보 ‘금악’을 둘러싸고 세자 이영(조풍래ㆍ황건하 분)과 이영의 외조부 김조순(한범희 분)의 권력 다툼을 그린 판타지 사극이다.

뮤지컬 금악 프레스콜 홍석해 남경주 어린율 신해윤 여린영 최유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금악:禁樂>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성율(유주혜ㆍ고은영 분)이 우연치 않은 사고로 부모를 잃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린 성율은 관현맹인(管絃盲人) 홍석해(남경주 분)에게 거둬져 그를 스승으로 모시며 소리를 익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율은 자신만의 소리를 찾고 생전 부모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장악원을 향한다. 이때 김조순이 성율에게 통일신라 때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져 온 금악을 해독하길 명한다.

성율에 의해 수백 년간 갇혀 있던 금악이 깨어나면서 갈(추다혜ㆍ윤진웅 분)이 눈을 뜬다. 갈은 성율의 내면이자 욕망을 먹고 자라는 증오심의 실체다. 붉은 옷을 입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며 제 이름처럼 끊임없이 ‘목 마름(渴)’을 외치고 포효한다. “겨우 이 정도로 끝내려 감히 나를 깨웠느냐”는 갈의 자극에 결국 “몸이 기억하는 소리를 잊고 귀가 찾는 소리를 내겠다”던 순수한 성율은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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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율을 유혹하려 울부짖는 갈의 노래 하나로 이 작품은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다소 더딘 전개로 이어지던 1막이 갈의 등장부터 분위기를 뒤바꾸는데 단연코 이 작품의 핵심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진 신인 배우들의 대사와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집중도가 떨어졌지만, 갈이 나오면서부터 기묘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2막에선 조선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연회가 열리는데 이 또한 명장면이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 조금은 낮고 좁은 공간에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깜짝 등장하며 ‘연회를 축하’하는 연주를 펼치자 관객들이 큰 호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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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볼거리와 창의적 도전이 엿보이는 작품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공연 첫날인 18일 초연에선 무대 위 하얀 천이 넓게 펼쳐져야 하는 장면에서 실수가 있어 약 30초간 전개가 멈춰 몰입감을 떨어뜨렸고, 즉흥 음악으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는 종종 빈틈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또 줄거리를 사전에 알고 가지 않은 관객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가 나오기도 했다.

15명의 배우와 30명의 앙상블, 32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이번 작품은 “조선이 청나라 못지않게 재미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리자”며 새로운 세상, 새로운 소리를 향한 여정을 담아낸다. 새로운 공연, 새로운 모습을 만들고자 한 <금악:禁樂>도 문화계에서의 순항을 기다린다.

이연우기자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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