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푸짐해진 연말 뮤지컬 잔칫상
2017-11-09서은영 기자
매년 겨울이면 찾아오는 뮤지컬 잔칫상이 올해는 더욱 푸짐해졌다. 초연작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라이선스 작품부터 창작물까지 치열한 데뷔전을 치른다. 특히 올해는 영화 마니아들이 즐길 만한 작품이 많다. ‘타이타닉’ ‘빌리 엘리어트’ ‘시스터액트’ 등 영화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외 유명 라이선스 공연들의 잇따른 상륙에다 ‘모래시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영화·드라마의 뮤지컬 버전까지 가세하며 관객들을 기다린다.
◇해외서 검증받은 대형 뮤지컬 속속 상륙=연말 뮤지컬 시즌의 포문은 해외에서 검증받은 대형 뮤지컬들이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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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자는 오디컴퍼니의 ‘타이타닉’.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 어워즈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으로 1912년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의 출항부터 침몰까지 5일간의 여정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와 달리 뮤지컬 ‘타이타닉’은 모든 배우가 동일한 비중으로 등장해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 객석까지 이어지는 무대도 색다른 볼거리다.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뉜 무대는 선실 간 격차를 상징하는데 침몰 과정에서 관객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 작곡가 모리 예스턴의 음악을 19인조로 재편한 오케스트라를 선상 밴드처럼 무대 뒤에 배치, 음악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연출했다. 내년 2월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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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 영국 북부 지역 작은 마을의 소년이 발레리노가 되는 여정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 역시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다. 동명 영화를 연출했던 스테판 달드리가 천재 음악가이자 ‘라이언킹’ ‘아이다’ 등의 음악을 작곡한 엘튼 존, 영국 최고의 안무가 피터 달링과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탄탄한 스토리부터 음악까지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는 영국 웨스트엔드 대표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은 7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세 차례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과 2년에 걸친 트레이닝을 통해 탄생한 5명의 빌리(천우진·김현준·성지환·심현서·에릭 테일러 군)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어린 빌리의 열정과 기적의 스토리,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를 그려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엘튼 존의 완성도 높은 음악과 탭부터 힙합, 재즈, 발레, 포크댄스까지 다양한 춤 동작들은 ‘빌리 엘리어트’만의 매력포인트다. 28일부터 내년 5월7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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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겨보고 싶다면 ‘시스터 액트’가 제격이다. 원조 무비컬 ‘시스터 액트’는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함께 국내 초연에 나선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마타하리’ ‘모차르트!’ ‘아이다’ ‘맘마미아’ 등에서 활약하며 동양인 최초로 ‘시스터 액트’ 주역 자리를 따낸 뮤지컬 배우 김소향이 내한공연에도 출연하기로 하며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제작진도 눈길을 끈다. 원작 영화에서 주인공 ‘들로리스’ 역을 맡았던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네 차례나 거머쥔 브로드웨이의 베테랑 연출가 제리 작스가 연출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오스카, 그래미, 토니 어워즈에서 12차례 수상한 영화 음악의 거장 알란 멘켄이 작곡을 맡았다. 25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모래시계 등 창작 뮤지컬도 ‘풍성’=올 연말에는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도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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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뮤지컬로 만든 ‘햄릿:얼라이브’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햄릿 역으로 일명 ‘꿀 성대’를 자랑하는 배우 홍광호와 고은성이 캐스팅됐고 ‘클로디어스’ 역에 배우 양준모와 임현수, ‘거트루드’ 역에 김선영과 문혜원, ‘오필리어’ 역에 정재은 등 화려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23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일명 ‘귀가시계’로 불리며 1995년 최고의 TV 드라마로 등극한 ‘모래시계’도 올 겨울 2시간30분 분량의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격변의 현대사,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클래식과 록을 넘나드는 풍성한 넘버와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관전 포인트다. 다음달 5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모래시계’ 못지않게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창작 뮤지컬들도 풍성하다.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광화문 연가’는 ‘옛사랑’ ‘광화문연가’ 등 주옥같은 명곡을 쓴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 26곡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번 무대는 고선웅 작가와 이지나 연출이 새롭게 창작한 것으로 안재욱, 정성화, 차지연 등 화려한 출연진이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다음달 15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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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할 또 하나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지난 7일 개막한 ‘그 여름, 동물원’. 고(故)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사랑했지만’ ‘변해가네’ 등 김광석과 동물원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즐길 수 있다. 내년 1월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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