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꼽추가 ‘한남’이라고? 콰지모도를 위한 변론
[사심 쉴드] 대성당의 시대가 무너진다…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노트르담 드 파리>
2016.07.17
오마이뉴스 – 곽우신 기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나오는 길, 함께 관람한 후배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이렇게까지 “폭력적인 작품”이었냐며 “한남(한국 남자) 파티”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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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논쟁하였으나 결국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콰지모도를 한남으로 ‘기소’한 후배에 맞서, 이 글은 그의 욕망과 사랑이 한남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변론장이다.
첫눈에 반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 성당의 종들 대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는 인간을 상징한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종들인 마리아는, 신을 위해 울리지 않고 인간을 위해 울린다. 수태고지를 위해 울리는 대신 결혼 서약을 위해 울리는 종소리가 훨씬 더 황홀하지 않은가. 홍광호의 콰지모도는 지난 2013 시즌보다도 훨씬 더 좋아져서 돌아왔다. 굳이 별다른 평가가 필요 없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첫눈에 반하는 게 사랑인가,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각자의 연애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누가 보기에는 운명적 만남이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잘생기고 예쁜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일 뿐이다. 첫눈에 반하는 데 상대의 외모가 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전부를 외모가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야심한 시각 가로등 아래에서 눈웃음 지으며 인사했던 그녀에게 반했던 이유에는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주는 친절함이 섞여 있고, 시험 기간 독서실에서 민낯의 그녀가 코끝을 찡그리며 머리를 질끈 묶을 때 반했던 건 무언가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게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세 남자가 에스메랄다에 반한 건 분명히 이 집시여인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콰지모도 역시 춤추며 노래하던 그녀를 보고 반해버렸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히 에스메랄다가 예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이자 종지기로서 평생을 이 성당에 묶여있어야 하는 그는 “길들여진 개”의 처지이다. 반면에 집시이자 이방인인 그녀는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마음껏 거리를 걷는다. 새처럼 자유롭게 노래하는 그녀에게 콰지모도가 본 건 그녀의 얼굴이나 몸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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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
▲ 새장 속에 갇힌 새 페뷔스를 상해했다는 모함으로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 페뷔스가 죽은 줄 알고 있는 그녀는 콰지모도를 애타게 찾고, 콰지모도 역시 그녀의 행방을 몰라 걱정한다. 두 사람에게는 분명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감정선이 존재한다. 전나영의 에스메랄다는 세 에스메랄다 중 가장 ‘집시’ 여인의 느낌이 강하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페뷔스를 이미 사랑하고 있으므로, 에스메랄다가 콰지모도에게 직접 연애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작품 속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강한 신뢰관계로 묶여 있었다.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가 “무섭지 않다”고 말하며, 성당의 석상들처럼 겉보기와 달리 친근한 구석이 있음을 토로한다. 그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애타게 찾는 것도 콰지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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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프롤로와 페뷔스가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자 도구로 에스메랄다를 이용하는 반면, 콰지모도는 지고지순하게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그 사랑 속에 육체적 욕망이 포함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케이윌의 콰지모도는 첫 도전치고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노래가 받쳐주고,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연기를 위해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무대 위에서 느껴진다. 이전에도 몇 번 얘기했지만, 윤공주는 못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바라는 건, 자신의 욕망이라는 틀 안에 그녀를 가두는 게 아니라, 그녀가 가장 그녀답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새장 속에 갇힌 새’ 대신,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집시여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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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콰지모도의 변호를 마칠 시간이다. 국내 100만 관객을 돌파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극이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단점(개연성, 신별 연결고리)은 최소화하고, 장점(대중적이고 팝적인 넘버, 화려한 안무) 등은 극대화했다. 특히 신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르네상스가 태동하는 당시 역사를 사랑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원작자 빅토르 위고만의 휴머니즘과 낭만주의도 극 안에서 돋보이도록 잘 살렸다.
교권을 상징하는 프롤로와 왕권을 상징하는 페뷔스는 민중을 탄압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배척받는 장애인 콰지모도는 가장 비인간적인 외모의 존재가 가장 인간적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핍박받는 위치의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 과연 그의 욕망은 인정받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콰지모도 역시 다른 캐릭터들처럼 여성의 육체만을 욕망한 한남인가,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꿈꾼 인간인가. 판관이 되고 싶은 독자는 지금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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