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興)과 한(恨)이 서려 있는 작품이지만 무겁지 않아요”
“어린 친구들부터 할머니,할아버지들 까지 모든 분들이 즐길 수 있으실거라 믿어요”
국내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은 올해 개막한 창작 뮤지컬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은 시조를 국가이념으로 삼고 있는 가상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15년 전 주인공의 아버지 자모가 역모에 휩싸여 궁에서 쫓겨나고 양반들을 제외하고 온 나라에 시조 금지령이 내려진다. 자유를 빼앗기고 양반들에게 억압받으면서 살아온 백성들 앞에 ‘골빈당’과 ‘단이’가 나타나 다시 자유를 되찾기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 연령층이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이번 뮤지컬은 PL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았다.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송혜선 대표는 이번 작품에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을 직접 캐스팅한 일화가 있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 ‘진이’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는, 송 대표가 직접 스위스로 날아가 캐스팅을 진행했을 만큼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배우다.
<미스사이공> ‘킴’으로 4년 동안 투어를 다녔던 배우 김수하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에서 ‘진’이 역할을 맡게 된 계기에서부터 이번 작품을 임하는 소감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네. 반갑습니다. 저는 27살 한국인, 김수하라는 뮤지컬 배우입니다.
Q. 오랜 기간 해외에서 유명한 작품을 맡아왔다. 국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A. 맞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저희 대표님이 힘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대표님이 외국에서 활동한 스포츠 선수들만큼 배우들이 조명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계셔서, 아쉬워하셨는데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나
A. 사실 제가 2년 동안 인터네셔널 투어를 하던 중, 작품을 맡으신 송혜선 대표님한테 연락을 받아서 이번 작품을 처음 알게 됐었어요. 처음엔 ‘잘 모르겠다’라고만 말했었죠. 그런데 대표님이 갑자기 제가 투어 중인 스위스로 오셔서 “내가 잘 만들 각오가 되어 있다.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에 진이라는 역할을 수하 씨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마음을 돌리게 됐죠. 그렇게 이 작품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Q. 그래서 그런가, 김수하라는 배우와 ‘진 역할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듣기로는 첫 연습 전까지 창작진이 고민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던데
A. 맞아요. 사실 처음엔 다들 제 모습을 알기보단, 제가 맡은 킴이라는 역할을 바라보셨던 것 같아요. 킴이라는 인물 자체가 춤을 추지 않는 역할이다 보니까 처음엔 제가 춤을 추거나 잘 움직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사실 예상 못했던 게 아니라서 진짜 처음부터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분이 놀라셨죠. (웃음)
Q. ‘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아무래도 국내에선 첫 작품이다 보니 전작과 비교도 많이 되는 편이다. 그런데 확실한 부분은 전작의 킴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에서 맡은 배역인 ‘진이’는 자신의 신념, 꿈을 확실하게 정하고 나아가는 인물이다.
A. 킴과 진, 두 인물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확실하게 존재하죠. 일단 두 작품의 큰 차이점은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는 게 아닐까 싶어요. 킴에게는 아이가 있는데, 아역 배우들이 케어하기 정말 힘들었거든요. 4년 동안 킴을 맡아오면서 백 명이 넘는 아역 친구들을 만났어요. 정말 수십 명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 자신만을 케어하는게 아니라 아역 친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이들을 케어해줘야 했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저 자신만 잘하면 됐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앞서 질문해주셨듯이 진이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는 점과 킴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점 등이 조금씩 다른 부분이죠. 아 그리고 또 다른 건 죽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이번 작품에선 위험이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
A. 맞아요. 죽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정말 좋아요. 무대 위에서 죽지 않으니까 좋고, 마지막 커튼콜 때 정말 신나게 끝나잖아요. 그래서 정말로 관객분들에게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Q. 배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A. 일단 <미스사이공>이란 작품은 송스루 뮤지컬이어서 대사가 적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대사도 있었고, 제가 학교 다닐 때 했던 학공 이후로 한국어로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서는 자리였기 때문에 대사를 치르거나 노래를 부를 때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품이 창작 작품이다 보니까 대본이 많이 바뀌었는데, 저는 오히려 힘들지 않고 재밌더라고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제일 좋았던 게 작가님이 살아계시니까 직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또 저랑 비슷한 나이셔서 서로 많이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앞선 작품은 워낙 레전드인 작품이기 때문에 긴장했던 반면 지금은 그냥 동네 오빠들이랑 공연하는 느낌이라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Q. 확실히 배우들 모두 즐겁게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A. 맞아요. 정말 즐겁게 공연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데, 요새 제일 재밌는 건 분장실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요. 사이공을 할 때는 혼자 분장실을 썼었고, 캐릭터도 그렇고 힘든 작품이다 보니까 컨디션 관리 때문에 주변 동료 배우들이랑 어울릴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또래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이랑 분장실을 같이 쓰다 보니까 별거 아닌 일에도 까르르 웃고는 해서 그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공연 쪽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극 중 ‘진’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A. 진이는 굉장히 용기 있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없었던 용기를 찾아내는 친구인 것 같아요. 자신의 신념을 찾은 조선 시대의 신여성입니다.
Q. 기존의 사극을 표명하는 작품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있다. 그런데 보기 싫은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중독이 된다고 생각될 정도로 재밌다.
A. 맞아요. 이번 작품이 정통 사극으로 갔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렇게 퓨전 사극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된 게 신의 한 수였죠. 어린 친구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까지 공연을 보러 오셔서 모두 다 즐겁게 웃고 가세요. 그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사이공과는 다른 반응이었거든요.
Q. 진에게 있어 골빈당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A. 골빈당은 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곳이에요. 극 중에 순수가 “골빈당은 가족이야,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이야. 진이도 마찬가지고”라는 대사를 할 때가 있어요. 그 대사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게 엄마가 돌아가시고 골빈당이 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줬다는 생각과 상황들이 그려져요. 진이한테 골빈당은 엄마같은 존재죠.
Q. 십주라는 아버지? 혹은 삼촌이 생긴것도 같다.
A. 네, 맞아요. 마음을 나눈 아버지같은 존재죠. 흥국이 피를 나눈 아버지라면 십주는 마음을 나눈 아버지 혹은 삼촌 같은 느낌이 들어요.
Q. 이번 작품을 보면서 어중간한 로맨스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직접 공연을 하고 있는데, 로맨스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A. 쇼케이스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쇼케이스때는 러브라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강경하게 빼라고 말씀을 하셨대요. 대표님이 원하는 진이라는 인물은 신념이 정확하고 강하 게 있는 여성이고,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이뤄야 하는지가 명확한 친구인데 이런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면서까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말에 동의했었어요. 어느 순간에 서로가 사랑에 빠지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부분들보다 자기의 신념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단’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A. 다르죠. 모두 다 달라요. 휘종 오빠는 친구 같으면서도 오빠 같은 느낌이라서, 뭔가 동생 같은 느낌은 안 들어서 진이가 기댈 수 있는 단이고요. 준이는 동생 같은데 뭔가 믿음직한 동생? 그리고 희준 오빠는 그냥 동생 같아요. 여기에 희준 오빠는 제 입사 동기거든요. 그래서 제가 맨날 잔소리하는 그런 존재고요. 세 배우님 모두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다 다르므로 꼭 세 명의 단을 다 보셔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루고 있는데, 음악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A. 사실 제가 힙합도 안 들었던 사람이었거든요. 노래도 전부 뮤지컬 노래만 들었던 사람인데, 아 그중에서 그래도 재즈는 들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이랑 재즈만 들었는데, 힙합이랑 랩은 정말 절대로 안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듣게 됐었고, 랩에도 관심을 두게 됐어요.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데 랩을 주셨으면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랩을 안 주셔서 아쉬워요.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공연 중에 재미있었던 건 아무래도 저랑 같은 배역을 맡은 수연 배우 할머님이 무대 위에 올라오셨던 게 제가 아는 제일 큰 일화인 것 같아요. 사실 몇 가지 실수가 있었기는 했는데 항상 재밌어서 뭔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
A. 아무래도 ‘놀아보세’를 뺄 수 없을 것 같아요. ‘놀아보세’랑 ‘양반 놀이’ 이 두 개를 꼽고 싶어요. 왜냐고요? 일단 춤을 출 수 있어서죠. 춤을 출 때 정말 재밌어요. 그래서 제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와서는 “너 그렇게 춤추고 싶어하는걸 미스사이공 하면서 어떻게 숨기고 살았니”라고 말할 정도에요. 대표님도 그러시고요.
Q. 재능이 있는 편인가
A.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춤추는걸 좋아했었고, 지금도 추면 재밌고 즐겁거든요.
Q. 차기작에서 춤추는 역할을 준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
A. 맡겨만 주신다면 해보고 싶네요. (웃음)
Q. 앞서 질문과 비슷한 내용인데, 우리 작품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되는 장면이 있다면?
A. 저는 첫 번째 넘버인 것 같아요. ‘시조의 나라’라는 넘버인데 이게 15년 전부터 지금 현재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가상의 조선까지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넘버거든요. 백성들이 시조를 쓰고 말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부터 시조가 금해져 누구 앞에서 시조를 말하지 못하는 현실까지 담아내고 설명해주는 넘버기때문에 꼭 필요해요. 제가 나오지 않지만요.
Q. 남녀 배역을 막론하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역을 맡아보고 싶나.
A. 이건 당연히 단이죠. 일단 단이 부르는 노래들이 다 너무 좋아요. 그래서 음악감독님한테 ‘새로운 세상’이라는 넘버를 여자 버전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예요. 제가 이 넘버를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뻥 뚫리면서 행복한 느낌과 함께 슬퍼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 넘버가 좋고, 꼭 이 넘버를 불러보고 싶어요. 나중에 콘서트 같은걸 하게 된다면 이 곡은 제가 부르고 싶어요.
Q. 기대해 보겠다.
A. 대표님이 허락해주신다면 꼭 하겠습니다.
Q.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소개하자면?
A. 사실 제목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엔 똑같았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제목이 찰떡같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거든요. 제목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말해드리고 싶어요. 부담가지지 마시고 꼭 공연장을 찾아주시라고요. 정말 흥(興)과 한(恨)이 가득한 작품이기 때문에 꼭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공연하는 공연장 두산아트센터가 정말 시원하거든요. 오셔서 무더위를 날려버리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장이 엄청나게 시원하고 바로 옆에 광장시장이니까 맛있는 거 드시고 오시면 딱 맞을 것 같아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