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이창용·조성윤 “이제 서른다섯, 앨빈·토마스와 동갑입니다”
앨빈 켈비(이창용·정동화·정원영)와 토마스 위버(조성윤·강필석·송원근)가 꾸리는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2018.12.14 / 브리릿지경제 VIVA – 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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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이창용(왼쪽)과 토마스 조성윤(사진=강시열 작가) |
“너무 익숙하고 무뎌져서 지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어느 날 묘하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토마스 조성윤의 말처럼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19년 2월 17일까지 백암아트홀)는 무심코 흘러가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것들, 개인의 경험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캐나다 작가 브라이언 힐(Brian Hill) 극작·각색, 닐 바트램(Neil Bartram) 작사·작곡,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타이타닉’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등의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연출로 2010년 초연됐다.
7살에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앨빈 켈비(이창용·정동화·정원영)와 토마스 위버(조성윤·강필석·송원근)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한 토마스가 아버지의 작은 서점을 물려받아 운영하던 앨빈의 죽음을 마주하고 송덕문을 써내려가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 깨닫는 여정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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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이창용(사진=강시열 작가) |
“서른다섯, 앨빈과 토마스의 나이는 대본을 읽을 때마다 봤는데 이번 시즌에 유난히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이창용은 3번째 시즌(2015년)을 제외하고 2010년 초연부터, 조성윤은 2011년 재연부터 매시즌 함께 하고 있는 앨빈과 토마스다. 스물일곱, 스물여덟에 앨빈과 토마스를 만난 이창용과 조성윤은 이제 그들과 동갑인 서른다섯이 됐다.
“달라진 게 없는 듯 하면서도 이전에는 못느꼈던 새로운 것들을 찾아가고 있어요. 저희가 조성윤으로서, 이창용으로서 경험했던 것들, 지나온 세월 속에서 얻어지고 깨달은 것들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덜어내는 데 집중하지만 눈물 많은 조성윤, 익숙해서 더 긴장하는 이창용
“저희 집안 남자들이 눈물이 많아요. 저는 없을 줄 알았는데 한번씩 터지면 엄청 울게 돼요.”
까칠하기 이를 데 없고 강한 듯한 토마스 조성윤은 다섯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한번 눈물이 터지면 주체가 안될 정도로 울게 된다는 조성윤은 이창용의 표현을 빌자면 “강할 때와 여릴 때를 잘 조절하는, 스마트한 토마스”다.
“까칠할 때는 엄청 까칠하고 관리를 좀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스마트하고 똑똑한 토마스죠. 본인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안다고 할까요. 어떻게 연기를 하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분석해서 연기하는, 깔끔한 토마스예요.”
이창용의 말에 조성윤은 “(토마스라는) 인물로서도 그렇고, 연기하는 동료로서도 앨빈에게 굉장히 많이 기대게 된다”며 “사실 기댈 데라고는 앨빈 밖에 없으니까요”란다. 그리곤 어른스럽고 단단한 이창용의 앨빈에 대해 “과일 같다”고 표현했다.
“원체 연기하는 데 꼼꼼하고 빈틈이 없어서 어른스럽고 단단하게 느낄 수 있어요. 게다가 20대의 이창용 배우가 연기하는 앨빈과 30대 중반으로 가는 이창용 배우가 연기하는 앨빈은…좋은 의미로 색이 바뀌었죠. 과일이 익어가듯, 자연스레 익어가는 과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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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이창용(앞)과 토마스 조성윤(사진=강시열 작가) |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서는 “덜어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금도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지만 그 형태가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잘 몰라서 힘으로 밀어붙이던 것들이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제는 안 그러려고 노력 중이죠. 예전에는 디테일 말고 감정의 깊이를 더 많이 가져가야지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이 작품과는 안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어내려고 하는데…자꾸 욕심이 생겨요.”
더불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오래 함께 한 이창용을 비롯해 ‘타이타닉’ 등 다른 작품에서도 만났던 정동화, 원래 친한 친구 정원영 등 앨빈 역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브릿지가 없어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친구인 앨빈과의 관계에서 오는, 뭐라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있었어요. 이걸 표현해봐야지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극 처음부터 쌓여 오다가 뒤에서 터지는, 그러면서 표현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감정들이 있었죠. 하지만 (이)창용이, (정)원영이라는 친구, (정)동화 형과 같이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감정이 오는 속도가 달라졌어요. 필터 없이 바로바로 오는 것 같아요.”
초연부터 앨빈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이창용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있다”며 “너무 긴장해서 가끔 틀리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에 (송)원근이 형이 ‘넌 그냥 몸 풀다가 바로 무대 올라가도 잘하지?’ 하셨어요. 너무 오래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너무너무 긴장하고 있어요. 너무 익숙해서 더 무섭거든요. 컨디션 관리가 되게 중요한 작품같아요.”
◇닮은 듯 다른 앨빈과 이창용, 토마스와 조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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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이창용(사진=강시열 작가) |
“토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특수상황 등을 빼면 주변에 있는 누구나, 어쩌면 제 모습 같기도 해요.”
조성윤의 말대로 내 힘으로 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은, 토마스같은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조성윤은 “거의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제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잖아요. 자기 의지대로 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힘에 의해서인 경우가 있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영향 받고 도움 받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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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토마스 조성윤(사진=강시열 작가) |
그리곤 “모든 사람들이 부정하고 있지만 토마스의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도 모른 채”라며 “앨빈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앨빈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가진 무대에 대한 욕심 등은 토마스를 닮았지만 제 유년시절을 생각하면 앨빈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섬(울릉도)에서 살던 어린시절엔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있어야 한두명 정도였죠. 놀 것도 없으니 자연과 함께 하는 게 제 유년시절이었어요. 그 시절이 지금의 제가 결정적인 것들을 결정하려는 찰나에 의외로 많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저도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요.”
조성윤의 말에 이창용은 “앨빈은 늘 저의 주변에 있는 친구”라며 “배우가 아닌 시절, 어렸을 때 친구들로 인해 얻어지는 감정들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
“살다가 놓치고 가는 것들, 아차 싶었던 것들을 어린 시절 친구들이 많이 일깨워 주죠.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고등학교 친구가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변해온 것들을 최대한 기분 안나쁘게 얘기해주곤 하죠.”
이어 이창용은 “저도 모르는 저를 제일 잘 알고 발전시키는가 하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결국 어렸을 때의 친구라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며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앨빈은 나를 어려서부터 봐온 친구”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저는 앨빈 보다는 토마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앨빈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이나 깨달음을 주고 있나 싶거든요. 앨빈과 닮은 부분이라면 사람을 좋아해서 내 사람, 내 가족이다 생각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토마스의 엄청난 존재 앨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앨빈의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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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토마스 조성윤(왼쪽)과 앨빈 이창용(사진=강시열 작가) |
“토마스는 나쁘죠. 나쁜데 저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납득이 돼요. 얘기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열등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앨빈에게 상처를 주죠. 누구나 한번쯤은 있지 않나요. 그런 경험.”
조성윤의 말에 이창용 역시 “제(앨빈) 입장에서는 그걸 다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다 상처를 받는 것”이라며 앨빈 아빠의 장례식에서 송덕문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아빠 돌아가신 것도 슬프지만 내 소중한 친구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우는 게 사실 더 커요. 내 안의 무언가, 큰 게 떨어져 나가는 듯한 감정이거든요. 다시는 볼 수 없어 슬프면서도 이랬고 저랬고를 추억하면서 웃기도 하는 아빠, 전부였던 엄마, 앨빈에게 토마스는 그런 아빠, 엄마에서 이어지는 존재 같아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어 이창용은 “독자가 없는 책은 아무 의미가 없어, 책이 없는 독자도 아무 의미가 없어”라는 앨빈의 말에 토마스가 “나 없는 앨빈처럼?”이라고 답하는 ‘최고의 선물’ 장면을 예로 들며 “서로에게 그런 존재인 것이 당연한 관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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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이창용(사진=강시열 작가) |
“앨빈은 토마스가 있게 한, 엄청난 존재죠. 뮤즈이기도 하고 상징이기도 하고 딱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앨빈은 앨빈이죠.”
◇영화 ‘멋진 인생’ 그리고 앨빈의 선택 “저희도 궁금해요”
“영화 ‘멋진 인생’은 앨빈으로든, 이창용으로든 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창용의 말처럼 극 중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이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멋진 인생’(It’s Wonderful Life, 1946)이다.
자살을 하려던 조지 베일리 앞에 수호천사 클레란스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영화 속 클레란스로 분장한 토마스와 헤어롤을 말아 올린 채 죽은 엄마의 가운을 걸친 앨빈은 7살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나 드라마나 노래를 듣다 보면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지잖아요. ‘멋진 인생’이 그래요. 그냥 저 같아요. 앨빈이든, 이창용이든. 그런데다 토마스와 함께 지내온 삶들이 거기 있으니 그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그 영화 중 조지 베일리가 와닿았던 건 본인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어려움이 있는데도 아빠와의 의리를 지키려는 면에서 앨빈과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도 주변을 생각하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이창용의 말에 조성윤은 “신춘수 감독님의 ‘멋진 인생’은 아니죠?”라며 웃고는 “영화를 처음 본 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캐스팅되고 첫 연습이 끝나고였다”고 전했다.
“저한테는 조지 베일리도, 클레란스도, 그들의 감정이 크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냥 아름다운 영화로 남았죠. 그 영화에서 시각적인 것들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극의 투명한 이미지를 말로 표현해야하는 토마스의 입장에서 도움이 많이 됐죠.”
“앨빈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조성윤도, 이창용도 “저희도 궁금해요”라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정말 많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관객분들도 많이 궁금해 하셨는데 이젠 묻지도 따지지도 않죠. 계속 궁금한 것으로 남겨두고 있달까…관객분들 각자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확실히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전한 이창용은 “사실 정답이 중요하지 않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며 “앨빈의 선택, 그의 죽음이 토마스에게 어마어마한 깨달음을 준 것 같다. 토마스에겐 평생을 생각해야 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토마스에게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뭔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물론 고통스럽고 힘들죠. 그래선지 첫 등장할 때 토마스의 발걸음이 이번 시즌에서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얘(토마스)가 힘들라고 없어졌을까요? 저 역시 앨빈의 알 수 없는 죽음이 토마스에게 뭘 남겼을까, 이 친구에게 무엇을 얘기해주고 싶었을까를 자꾸 생각하게 돼요.”
◇조성윤의 어깨 ‘쓰담쓰담’, 이창용의 “우리 인생은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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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토마스 조성윤(왼쪽)과 앨빈 이창용(사진=강시열 작가) |
“인생은 알 수 없어 그리고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아는 걸 써 등이 요즘 가장 많이 와닿는 대사 같아요.”
이렇게 전한 이창용은 특히 오프닝곡인 ‘아는 걸 써’(Write what you know)에 대해 “리프라이즈도 되고 대사에도 중간중간 나오는 얘기”라며 “머리 속에 늘 기억되고 있는 저(앨빈)의 말이자 이 극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살면서 다 아는 것 같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건 알 수 없잖아요.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빨리 단정 짓고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래요. 예상이나 예측이 틀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어 이창용은 “이 작품을 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늘 방심하지 말고 주변을 잘 돌아보자는 것”이라며 “어긋날 때도 있겠지만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말고 차근차근 남은 시간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사는 게 저의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7일인가, (이)창용이랑 공연하면서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죽으면 좋은 얘기만 해주네’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라고 주고받다가 마지막에 ‘그럼 남은 사람이 해주기 약속’하면서 창용이가 제 어깨를 마사지하듯 문지르는데 너무 슬픈 거예요. 얘가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이창용이 어깨를 쓰담 쓰담하는 데서 유난히 슬펐던 날에 대해 조성윤은 “그 사소한 행동이 그날은 묘하게 다가왔다”며 다짐을 받듯 읊조렸다.
“언젠간 죽겠지…하지만 내가 먼저 갈게. 내가 먼저 갈거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