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군가가 들려주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2018.05.03 / 뉴스컬처 – 윤현지 기자
▲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연출 데이비드 스완)’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오디컴퍼니 |
어린 시절 누군가가 들려주는 동화는 직접 읽는 것보다 더 흥미로웠고, 더 집중력 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화자가 이야기를 한번 이해한 뒤 청자에게 다시 들려주기 때문일까. 세르반테스가 전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도 그렇다. 흰 가발을 쓰고 갑옷을 입고 목소리를 바꿨을 뿐인데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진정한 용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연출 데이비드 스완)’가 지난 13일 프리뷰 공연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2005년 국립극장 초연 이후 꾸준한 공연을 통해 올해로써 8번째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스페인의 대문호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가 ‘세르반테스’가 자신의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라고 착각하는 괴짜노인 ‘알론조 키하나’는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찾아다니며 우스꽝스러운 기행을 벌인다. 기사 작위를 받기 위해 성을 찾던 돈키호테는 한 여관에 머물게 된다. 여관을 성으로 착각한 그는 여관 주인에게 성주라 칭하고, 여관에서 만난 종업원 ‘알돈자’에게는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아주 귀하고 소중한 여인으로 여긴다.
|
명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대, 음악,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글을 담은 듯한 지하감옥 무대는 위에서 내려오는 계단, 단절된 바깥세상에서 들어오는 햇빛, 상징처럼 느껴지는 해바라기밭 등 다양한 시공간을 그리는 무대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맨 오브 라만차’의 메인 넘버 ‘더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이나 ‘둘시네아(Dulcinea)’는 경쾌한 음악과 희망으로 가득 찬 가사로 감동을 선사한다. 노래 한 소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하듯 공연장을 가득 채운 배우 홍광호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장인’이라고 불리는 배우 이훈진의 산초는 특유의 귀여움과 유머포인트를 통해 미소를 자아냈다. 또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못지않은 역할 변신을 하는 도지사 역의 배우 문종원도 탁월한 연기를 통해 극의 몰입에 도움을 준다.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배우 최수진의 알돈자다. 기존의 밝은 이미지를 벗고 풍파를 겪은 여성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한 캐릭터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 소화가 가능함을 입증한 셈이다.
다만, 캐릭터 자체의 한계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알돈자가 돈키호테의 끝없는 구애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발견해 낸다는 의미는 알 수 있었지만 좀 더 능동적인 여인으로 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많은 지적을 받았던 집단 성폭행 장면이 삭제된 것은 큰 시의성을 갖는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큼, 앞으로의 변화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오는 6월 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원작: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각색: 데일 와써맨(Dale Wasserman)
작곡: 미치 리(Mich Leigh)
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비드 스완
공연기간: 2018년 4월 12일 ~ 6월 3일
공연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출연진: 오만석, 홍광호, 윤공주, 최수진, 이훈진, 김호영, 문종원, 김대종, 이창희 외
관람료: VIP석 14만원, R석 12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뉴스컬처=윤현지 기자)
전체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