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작 ‘리차드 3세’, 비틀린 욕망과 권모술수 등 드러내
노부부의 잔잔한 사랑 그린 ‘3월의 눈’ 매진 행렬… ‘미저리’ 등도 관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설연휴와 졸업·입학식이 몰려있는 2~3월은 흔히 문화계의 비수기(非需期)로 분류된다. 미술관들은 이때 차기 전시회를 준비하고 영화계에선 이 시기 개봉을 피하기 위한 제작사-극장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관객 한 명이라도 더 맞아야 하는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고령 관객층이 늘고 무대를 좋아하는 열성팬이 늘면서 되레 공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국제시장’의 황정민 주연의 ‘리차드 3세’ 등 올해는 유독 대작들이 쏟아져 공연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이목을 끈 연극 ‘리차드 3세’. 3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영국 장미전쟁 시대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15세기 영국 왕족인 요크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리차드’는 뛰어난 권모술수와 유머감각, 총명한 식견을 지녔다. 그러나 못생긴 얼굴과 꼽추라는 이유로 항상 외면을 받아왔다. 결핍과 콤플렉스 속에서 성장한 리차드는 요크가의 장자인 ‘에드워드’가 왕위에 오르자 비틀린 욕망의 발톱을 드러낸다.
이번 무대는 매력적인 악인 리차드와 그를 둘러싼 인물 군상의 욕망을 처절하고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베테랑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하다. 배우 황정민은 비운의 황제 리차드 역을 맡아 열연한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연기파 배우 김여진은 에드워드의 부인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았다. 에드워드 역에는 배우 정웅인이 나선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연극 ‘3월의 눈’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3월 11일까지 선보인다. 2011년 첫선을 보인 작품은 박근형, 변희봉, 신구 등이 열연하며 매 공연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배삼식 작가가 쓴 이 작품은 한옥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의 이야기다. 장오와 이순은 손자를 위해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나기로 한다. 노부부는 집을 떠나는 그 날까지 평범한 일상을 지속한다. 겨우내 묵었던 문창호지를 새로 바를 준비를하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3월의 눈 내리는 어느 날, ‘장오’는 집을 떠난다.
작품은 특별한 갈등 없이 노부부의 잔잔한 일상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다. 극적인 반전도 없는 이야기는 잔잔한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2월 27일부터 4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오르는 ‘아마데우스’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로 익숙한 작품은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극본으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한 음악가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궁정 음악가 살리에리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오만하고 방탕한 삶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면서 그를 파멸시킬 음모를 준비한다.
작품은 모든 부분에서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연극임에도 20곡이 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용하는 한편 실제 6인조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출연해 원곡의 느낌을 살릴 예정이다. 배우 조정석, 김재욱, 지현준, 한지상, 이충주 등 연극계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영화로 익숙한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4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스티븐 킹 원작의 ‘미저리’는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 사랑받아온 김상중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이 쓴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교통사고를 당한 소설가 ‘폴’을 간호사 출신인 ‘애니’가 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폴’ 역에는 김상중과 김승우, 이건명이 캐스팅됐고 ‘애니’ 역에는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가 출연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가져온 뮤지컬 ‘닥터 지바고’도 2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은 1900년대 초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젊은 의사 ‘유리 지바고’와 간호사 ‘라라’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유리 지바고 역에는 배우 류정한과 박은태가 더블 캐스팅됐다. 지바고의 연인 라라 역은 조정은과 전미도가 번갈아 연기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