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아트센터가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공연을 취소하지 말았어야 한 이유
계명아트센터가, 공연을 취소한 후 무엇을 책임질 수 있을까?
2018.01.19 / 위드인뉴스 – 김영식
[위드인뉴스 김영식]
뮤지컬 <모래시계>의 대구 공연이 취소됐다.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공연의 공연장으로 예정되었던 계명아트센터 측은 지난 11일 ‘본 공연이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대관승인을 재검토 해야겠다’는 입장을 공연 제작사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이하 ‘인사이트’)에 전달했던 것.
이에 인사이트측은 계명아트센터측에 재차 승인요청했으나 향후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감수하겠다는 말과 함께 대관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으며 뮤지컬 <모래시계>의 대구공연은 취소된 것이다.
▲뮤지컬 <모래시계>중. 비밀 장부를 손에 쥐고 있는 혜린. 배우 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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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의 예술공연과 공연장 정치적 중립에 오묘한 경계
근본적인 원인은 뮤지컬 <모래시계>의 원작인 드라마 버전의 스토리가 현재 야당 대표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1995년에서 1996년까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모래시계>는 70~80년대 거친 삶을 살아왔던 3명의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중 검사 우석역은 어두운 조직폭력배 세력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배우 박상원이 연기하며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와 뮤지컬에도 설정이 있는 것처럼 조폭들이 운영하던 불법 도박장 ‘슬롯머신’ 조직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의 모델이 된 사람이 홍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 대표 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가 당시에도 ‘모래시계 검사’라는 호칭과 함께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드라마 <모래시계> 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보수진영의 심장이라고 하는 TK(대구)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바람이 해당 지역에 불어오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점에서 계명아트센터의 이번 결정은 어느 선까지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은 취지와 근본 목적을 되돌아 봐야
다만, 이번 계명아트센터의 결정이 아쉬운 점은 모든 공연이 자유롭게 열려야하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사례가 남았다는 점이다. 또한, 계명아트센터측이 정한 예술적인 한계와 규정이 예술가들에게 전해졌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명아트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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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의 특정인사를 연상케하는 공연이라고 해서 못 올릴 이유가 없고 반대로 진보진영의 특정인사를 연상시키는 공연을 못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관객들이 정할 일이고 공연장은 이와 같은 토론의 장을 열어주면 될 일이다. 그게 지난 촛불민심으로 보여준 국민들의 지향하는 바이고 우리 사회 바라는 일이 아닐까?
특히, ‘빛을 여는 사람들의 처소’ 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학교가 운영하는 아트센터라면 더욱 그러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점은 그들이 이야기 했던 ‘향후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감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일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과 그런 일을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 공연 취소 일지
1월 9일 :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공연 티켓 오픈 동의.
1월 10일 : 대구공연 진행사측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에 대관 계약 지연사항 통보.
1월 11일 : 계명아트센터, 대구공연 진행사에 ‘정치적 중립’ 이유로 뮤지컬 <모래시계> 대관승인 재검토 통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계명아트센터측에 재검토 재차 요청
1월 12일 : 계명아트센터, 1. (대관 취소 후) 향후 발생하는 일들 감수하겠다. 2. 대관이 어렵다. 는 입장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측에 유선통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보도자료 통해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공연 취소발표.
1월 16일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보도자료 배포. 계명아트센터, 인사이트측에 공연진행의사 문의 연락.
1월 17일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SNS를 통해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공연 최종취소 발표.
▲혜린 역의 배우 조정은, 태수 역 배우 김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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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래시계 대구 공연 취소 관련 인사이트 엔터테이먼트 공식입장>
안녕하세요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입니다. 최근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 공연 취소 사태에 있어 우려와 걱정을 표해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드린 바와 같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이하 인사이트)는 지난 1월 9일 화요일 대구 공연 진행사로부터 대구 공연 티켓 오픈 동의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고, 이에 티켓 오픈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1월 10일 수요일 대구공연 진행사로부터 계명아트센터의 대관 계약이 지연되고 있으니 공연장측과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음날인 11일 목요일, 대구공연 진행사는 계명아트센터측이 본 공연이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대관승인을 재검토 해야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인사이트에 전달하였습니다.
이에 저희 인사이트는 대관불가 사유가 공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한 것이니 공연장측과 다시 협의해주기를 재차 요청하였고, 위와 같은 이유로 본 공연 진행이 안될시 발생 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입장도 함께 전달하였습니다. 12일 금요일 계명아트센터와 다시 협의를 진행한 결과, 공연장측은 향후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 감수하겠다는 입장과 대관이 어렵다는 유선 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구 공연을 최종적으로 취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 내용은 대구 공연 진행사를 통해 전달받은 사실을 근거하여 작성된 경위임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월 16일 위의 내용으로 보도자료가 나간 뒤, 계명아트센터는 인사이트에 원만한 해결과 공연진행 의사를 물어보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계명아트센터측은 외부로는 공연 불가 사유에 대해 인사이트가 통보받은 사유와 다른 입장 표명을 하며 인사이트에 책임전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인사이트는 <모래시계> 대구 공연을 준비해 온 공동제작사, 배우, 스텝과 관련 사안을 논의한 바, 대구 공연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순수한 공연예술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본 제작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공연외적인 이유로 빚어진 이번 논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특정인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이 되어버린 공연장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죄송스런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인사이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실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위와 같이 입장을 표하는바 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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