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페스티벌에 강림한 ‘선녀’, “사실, 저는 허당입니다”
2016.09.02
오마이뉴스 –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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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의 초연 당시 미나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조정은의 프로필 이미지. 조정은만의 매력을 잘 보여준 필모그래피로 꼽힌다.ⓒ 오디컴퍼니(주) |
“어, 이 분들 누구시죠? 지금은 안 계신 분 같은데…. (웃음)”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 전, <드라큘라>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등의 프로그램 북을 꺼내어 사인을 부탁하자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던진 첫마디였다.
뮤지컬을 즐겨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초연 <레미제라블>의 판틴으로 처음 만났던 그녀. 고운 선과 애절한 음색 그리고 섬세한 연기까지, 그녀는 자신을 이루는 각 요소를 ‘조정은’이라는 틀 안에 용해했다. 대체불가능한 자기만의 아우라로 무대를 물들이는 몇 안 되는 배우. 애정배우로 가슴 한 켠에 당당히 자리 잡았던 그가 드디어 돌아온다.
그런데 작품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다. 선녀 조정은이 자라섬에 강림한다. 2016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서울 양재동 연습실 인근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라섬 그리고 배우 조정은에 관하여.
왜 하필 자라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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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그녀. 주변 사람을 감화시킨 대표의 힘일까 아니면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손을 잡는 조정은의 힘일까.ⓒ PL엔터테인먼트 |
초연에 이어 재연 <레미제라블>의 판틴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녀는 잠시 쉬는 시간에 들어갔다. 간간이 콘서트 게스트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 별다른 소식 없었다.
“특별히 뭐 안 하고 집에서 그냥 쉬었어요.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요.”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던 무렵, 의외의 라인업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 PL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하는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6개월만의 복귀가 작품이 아닌 페스티벌이라니.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
“대표께서 페스티벌을 하고 싶다고 처음 말씀하셨을 때, 응원해드리고 싶었어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겠다고 고민의 여지없이 결정했죠. 대표의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다고 하더라고요. 머리로는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 힘들게만 할 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생각, 그리고 가슴으로는 ‘뮤지컬 마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뮤지컬에 대한 대표의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사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시상식이 없어지면서, 작품과 회사를 떠나 재능 많은 배우들이 다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잖아요. 한정적인 공간에서만 대중과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까웠는데, 이번 페스티벌이 각자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지우고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되고 또 그런 자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말씀을 사석에서 대표가 했을 때,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올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중략)
그녀는 혼자 빛나기 보다는 함께 빛나고 싶어하는 배우였다. 무대에서도, 삶에서도 언제나 주변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이루는 데 관심을 쏟는 것 같았다. 같이 가는 길에 방점을 찍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걸어 왔다.
“저라는 사람이 그래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제 이름을 걸고 전면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 해요. 맡게 되면 어떻게든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참 힘들거든요. 노래도 저는 솔로보다 듀엣을 부르는 걸 선호해요. ‘같이’한다는 게 참 좋아요. 여배우와 부를 때는 특히나 더요. 3분 혹은 4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들리지만, 그 순간만큼은 노래하면서 마음을 나눈다는 게, 상대와 함께 교감하는 게 무척 특별해요.
<엘리자벳> 때도 그랬어요. 제 이름을 걸고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아마 <몬테크리스토>를 맡은 몬테크리스토들도 엄청 힘들어 할 걸요? (웃음) 작품을 할 때는 그래요. 작품 안에서 무대에 서는 사람이니까 작품 안에 최대한 녹아드는 게 목표예요. 저는 퍼즐 조각이거든요. 작품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제가 존재하잖아요. 제가 빛나기 위해 작품이 있는 게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제가 있는 거니까…. 역할에 따라 그 퍼즐이 조금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그녀는 오는 11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로 무대에 오른다. 아직 본격적인 연습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 예전에 공연을 직접 봤던 경험을 떠올리며 깊이 있고 성숙한, 그리고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키고자 했던 것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메르세데스를 준비 중이란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의 메시지와 메르세데스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에 대한 대화는 분량 상의 이유로 취재 수첩에만 기록한다. 곧 다시 꺼낼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우선은, 내일(3일) 자라섬에서의 그녀 모습을 기대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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