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이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과 김수하 “서로 앞에서만 단이 되고 진이 되는!
2020.03.06 / 브릿지경제 – 허미선기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
“전 단이랑 정말 달라요. 평소 성격은 굉장히 차분하고 진지하고 고민도 되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4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에서 단으로 출연 중인 이준영은 “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에 진 역의 김수하 역시 “고민이 너무 많다”고 동의를 표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그리고 작곡도 하다 보니 혼자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혼자 책 보는 시간도 많고 노트북을 들고 혼자 카페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잘 사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괜히 좋고 설레죠.”
그리곤 “제가 고민들을 얘기하는 사람은 누나밖에 없다”며 “진짜 진지하게 잘 듣고 얘기를 해줄 때도 있고 쓴소리를 해줄 때도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수하가 “(이준영이) 곡 작업한 걸 들려주기도 한다”고 귀띔하자 이준영은 “누나랑 단이들(양희준·이휘종), 호로쇠 (장)재웅이 형이랑 얘기를 많이 했다. 다들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 하지만 15년 전 역모 사건으로 시조는 세도가들의 전유물이 됐다.
자모의 아들로 이리저리 혼자 떠돌던 단(이준영·양희준·이휘종,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이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을 돕는 국봉관 주인 진(김수하·정재은)과 십주(이창용·이경수),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 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흥겨운 세태풍자극이다.
15년만에 조선시조사랑이 열리면서 유약하고 무능한 왕(주민우) 앞에서 현재의 시조대판서로 조정의 실권자인 홍국(임현수·최민철)과 단을 필두로 한 골빈당의 진지하지만 흥겨운 한판승부가 펼쳐진다.
◇진 같은 단과 단 같은 진 “서로 앞에서만 단이 되고 진이 되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
“만취해서 까부는 단 연기도 진짜 힘들어요. 전 술에 취하면 조용해지거든요. 그나마도 작년에 끊었지만요. 묵묵히 계속 마시다가 취하면 집으로 사라지죠.”
이준영의 말에 “그런 건 또 몰랐네요. 제 앞에서는 장난도 잘 치고 그래서”라며 신기해하는 김수하. 이에 이준영은 “단 같지 않은 때를 누나가 좀 많이 봤다”고 대꾸했다.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저는 무대에서 하나도 풀리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평소 흥과 장난기가 넘치는 김수하에 대해 이준영은 “분장실에서 30분 동안 혼자 상황극을 하고 무대에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그냥 노는 거예요. 한번은 너무 놀아서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님이 진짜 진지하게 말씀을 해주신 적도 있어요. ‘진이가 너무 논다. 진이는 백성들을 놀게 해줘야 한다’고. 저도 모르게 안풀린 것들이 있다 보니 백성들과 ‘놀아보세’를 하면서 너무 놀았나 봐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
그리곤 “내가 단이를 했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묻는 김수하에 이준영은 “완벽해요. ‘조선스웨그’가 진짜 잘 어울릴 걸요. 장난기가 진짜 많고 잘 놀아요!”라고 감탄했다.
“반대로 전 완전 진이 성격이에요. 걱정 많고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하고 서포트 해주고…. 저 초연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술 마시고 (같은 단 역의 이)휘종이 형한테 전화해서 ‘진짜 못하겠다’고.”
이준영의 토로에 김수하 역시 “저는 감정이입을 되게 빠르게 잘하는 편”이라며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너무 힘들다. 감정 이입해서 같이 오열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진이는 마지막에 ‘역적의 딸로 살겠다’며 아빠 홍국을 따라 나갈 때가 클라이맥스예요. 그래서 그 전까지 진이는 울면 안되거든요. 그런데 십주 삼촌이 끌려 나갈 때, 아버지가 독선적일 때 등 순간순간 너무 이입을 하니까 계속 눈물이 나요. 연출님도, 대표님도 ‘진이의 눈물은 피눈물’이라며 ‘진이의 눈물은 그런 의미라 계속 참다가 마지막에 터뜨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죠.”
그렇게 잘 노는 게 힘든 단 이준영과 차분한 게 힘든 진 김수하는 서로 앞에서만 “장난꾸러기 단이 되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진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시조란…이준영의 소망, 김수하의 자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장면(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
“저에게 시조는 ‘자유’ 같아요. 그냥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모든 걸 억압하는 느낌, 내 마음대로 옷도 못입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진이나 단이의 감정이 너무 이해돼요.”
‘스웨그에이지’ 중 ‘시조’는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자 백성들을 탄압하는 수단이며 상징이다. 그 상징적 의미를 지금에 빗댄다면 ‘시조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김수하는 “자유”, 이준영은 “소망”이라고 답했다.
“노래 가사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너무 예쁜 사랑을 보면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잖아요. 그 ‘해보고 싶다’는 건 사람마다 다르죠. 누나한테 ‘노래하지 마’, 저한테 ‘춤 추지마’랑 같은 거예요. 너무 억울하고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위)와 단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
이어 이준영은 “조선시조자랑 후에 ‘난 말이야’에서 너른 대궐, 꽉 찬 곡간, 논 열 마지기, 소 열두 마리…백성들도 술술 다 얘기한다. 시조를 못하게 한다는 건 그런 소망, 바라는 것들을 다 뺏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가 바라고 원했던 것들을 15년 동안 못하게 해버린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느낌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조를 ‘소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자유’와 ‘소망’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김수하는 2년을 꼬박 ‘미스사이공’의 킴으로 영국투어를 다니면서 느꼈던 답답함과 불행했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딱 1년이 되는 순간 너무 하기가 싫은 거예요. 투어 전에 1년을 더 했었으니 웨스트엔드에서 2년차가 되던 시점이었죠. 그 순간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인데 그게 너무 하기 싫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서 울면서 했거든요. 매일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위해 먹고 운동하고 잠자고 쉬는, 모든 것이 돌아가던 때였어요. 일주일에 하루 쉬는 그 일상이 아직도 1년이 남았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죠.”
당시를 김수하는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왜 여기서 이걸 해야하는 걸까…그런 마음들이 자꾸 들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숨이 막힌다”고 회고했다. 그런 김수하에 이준영이 “얻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건넨다.
“맞아요. 그것도 어느 순간 지나가더라고요. 계속 하다 보니 극복이 됐어요. 어쩌면 언제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스스로 잊은 것도 같아요. 그냥 극복해야 하니까 극복했던 것도 같아요.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지나가고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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