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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나 역을 맡은 정재은 배우(왼쪽)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발렌타인 데이’ 전막 시연회에서 평생의 사랑인 발렌틴(이명행)을 회상하고 있다. 지난 23일 개막한 러시아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사랑 이야기이며 2018년 1월14일까지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7.12.27/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는 유독 러시아와 연관된 공연이 풍성하다. 붉은 군대와 혹한의 시베리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러시아는 19세기 역사의 피바람에도 문학, 음악, 사상 등 전 분야에서 문화의 꽃을 피워냈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대문호의 작품들과 차이콥스키로 대표되는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 동시대 연극을 맛볼 수 있는 이반 븨릐파예프의 ‘발렌타인 데이’가 그 포문을 열었다. 이어 뮤지컬에선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안나 카레니나’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각각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에선 ‘러시아 바이올린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바딤 레핀이 오는 6월에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고, 10월에는 스타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찾아온다.
◇ 동시대 러시아 연극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는 기존의 고전 연극 작품들과는 색다른 구성과 연극 언어를 선보인다. 국내 소개된 러시아 연극은 주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체호프, 푸시킨, 고골리, 고리키 등의 작가 작품에 편중돼 있었다. 근현대 러시아 희곡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21세기 러시아 연극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 연극인 이반 븨릐파예프가 2009년 독일 햄니츠 시극단의 의뢰로 창작한 작품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작품이 국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한 집에서 생활하는 두 여인 발렌티나와 까쨔가 동시에 사랑했던 한 남자 발렌틴에 관해 풀어내는 독특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연출과 밀도 있는 연기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번역과 연출을 맡은 김종원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원작에 담긴 정치적인 상징을 최소화하고 원시적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랑을 중심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현실의 모습, 그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끊임없이 싸우며 생을 마감하는, 혹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 정재은과 이명행이 각각 ‘발렌티나’, ‘발렌틴’ 역으로 출연하며, 이봉련이 발렌티나와 발렌틴 사이에서 고통받는 ‘까쟈’ 역을 연기한다.
오는 14일까지. 관람료 1만5000~5만5000원.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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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왼쪽)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 News1 |
◇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러시아와 프랑스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Vadim Repin)은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14살 때는 도쿄, 뮌헨, 베를린, 헬싱키, 미국의 카네기 홀에서 독주회를 가지면서 ‘신동 바이올리니스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17세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된다.
바딤은 오는 6월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유럽 최정상급 교향악단 중 하나인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그가 사용하는 악기는 1743년에 제작된 과르넬리 델 제수로 ‘봉주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도 빼놓을 수 없다. 키신은 앞선 내한 리사이틀에서 30회의 커튼콜와 기립박수,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연주 및 자정을 넘긴 팬사인회 등 놀랄 만한 화제와 기록을 남긴 피아니스트다.
오는 10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키신은 지금까지도 하루 6~8시간 연습에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키신은 이번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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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 설정사진 © News1 |
◇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창작 뮤지컬 2편으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두 편이 초연한다. 먼저 오는 3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가 무대에 오르고 2월10일부터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이어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인간의 고통과 욕망과 열정의 극한까지 추구하며 인간의 깊숙한 내부에 숨겨진 무의식을 드러낸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9세기 러시아의 한 소도시 지주인 표도르와 그의 아들들의 이야기다.
졸부인 표도르에게 20년 만에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이 찾아오고, 장남 드미트리는 아버지가 점 찍어둔 여자에게 반해 버린다. 깊어가는 갈등 속에 표도르는 살해된 채 발견되고, 이후 표도르 가문은 갈등과 부조리에서 벗어나 알렉세이에 의해 그리스도적인 사랑을 찾게 된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방대한 원작의 내용 중 아버지의 존속 살해 재판에 대한 부분을 가져와 현대에 맞게 재구성했다. 등장인물들이 누가 범인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현재와 과거 재현을 수시로 오가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관람료 5만5000~6만6000원. 문의 (02)6339-1232.
2월10일 수현재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다양한 인물 군상과 무수한 에피소드를 담은 방대한 원작을 영리하게 집약했다.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석 6만원. 문의 (02)744-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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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정선아 프로필 사진 © News1 |
◇ 톨스토이 사상과 고민이 집결된 걸작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가 뮤지컬로 오는 10일부터 2월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다.
뮤지컬은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세 번째 흥행작이다. ‘안나’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다.
러시아 ‘4대 음유 시인’인 율리 킴만의 철학적인 가사와 서사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이자 공연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는 박칼린이 ‘안나 카레니나’ 초연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를 구현하며, 2.5m에 달하는 기차 세트, 고풍스럽고 우아한 200여 벌의 의상과 실제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 연출을 선보인다. 클래식, 록, 팝, 크로스오버 등 40여 곡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드라마를 부각시키며 깊은 감동을 전한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옥주현·정선아(안나 역), 이지훈·민우혁(브론스키 역), 서범석(카레닌 역), 최수형·기세중(레빈 역), 이지혜·강지혜(키티 역), 지혜근·이창용(스티바 역) 등이 캐스팅됐다. 관람료 6만~14만원. 문의 (02)541-6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