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시청률 64.5% ‘모래시계’가 뮤지컬로, 무모한 도전 아니었다
2017.12.21 /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시청률 64.5%의 신화 ‘모래시계’가 브라운관을 넘어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그린다.
드라마의 뮤지컬화는 이전에도 몇 차례 진행된 바 있고, 여전히 다수의 작품이 공연중이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에 도전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을 터.
이에 뮤지컬 ‘모래시계’ 제작에는 많은 시선들이 뒤섞였다. 인기 드라마의 뮤지컬화에 대한 반가움,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서 원작이 인기를 모았기 때문에 뮤지컬 무대에서 재창작 되는 것에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었다.
또 최민수, 박상원을 비롯 신인 배우 고현정, 이정재를 발굴하며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배출해냈기 때문에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하는 뮤지컬배우들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개막 전부터 다수의 출연 배우들이 설렘과 함께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뮤지컬 ‘모래시계’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를 무대에 올려 재창작한다는 것은 창작진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했고, 이 책임감과 고민은 고스란히 작품성으로 나타났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린 것이다. 클래식과 록을 넘나드는 음악은 풍성하기 그지 없다. 다양한 스타일의 넘버가 방대한 스토리와 각 인물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화려한 액션과 역동적인 안무, 대극장 무대를 활용한 소품 및 배경, 조명 역시 무대라는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모래시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과 동시에 적절한 영상 활용으로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했다.
‘모래시계’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 역시 올드하지 않게 표현했다. 이미 익숙한 작품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텐데 뮤지컬 ‘모래시계’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이같은 부분을 보완했다.
24부작인 원작 드라마의 방대한 분량을 살리는 것 역시 숙제였을 터. 뮤지컬 ‘모래시계’는 2시간 30분으로 압축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했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스토리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워낙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버거울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역시 원작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 및 인물 설정이 뒷받침 되니 빠른 전개 및 인물의 서사가 전혀 쌩뚱맞다거나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격변하는 당시 시국은 현 시국과 다른듯 닮았고,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청춘들 역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닮았다. 20년 전 드라마임에도 불구 공감을 얻는 이유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 엇갈린 운명이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든다.
“운명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했던 폭력조직 중간 보스에서 카지노 사업의 대부로 성장하는 태수 역 김우형은 인생 캐릭터를 만난 듯 태수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던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의 외동딸이자 정식후계자 혜린 역 조정은 역시 자신만의 혜린을 탄생시키며 안정된 보컬과 연기를 자랑한다.
태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굳건한 신념을 가진 서울중앙지검 검사인 우석 역 박건형은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고, 야망 넘치고 처세에 능한 종도 역 강홍석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재희 역 이호원(호야)은 인피니트 탈퇴 후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는데 댄스 가수 출신인 만큼 움직임이 훌륭하고, 적절한 캐릭터 선택으로 첫 뮤지컬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시간 170분.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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