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의 무대VIEW] ‘빨래’ 세제쓰지 않아도 선명한 빨래
2016.04.04
스포츠경향 – 김문석 기자
<빨래>는 참 예쁘다. 10년이 지나도 해지지 않는 <빨래>. 강력한 세제를 쓰지 않아도 선명한 색깔을 낸다. ‘빨래’는 주인할매집 옥상에서 파란 하늘 아래 펄럭인다. 수많은 배우가 빨아온 <빨래>는 다양한 색깔을 내며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다. 주인할매의 월세방은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지만, 주인할매의 정은 변하지 않는다.
(중략)
뮤지컬 <빨래>의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다. 추민주 연출의 노랫말과 대사는 세월이 지날수록 힘을 얻는다. <빨래>는 강요하지 않는다. <빨래>는 희망을 얘기하지 않는다. <빨래>는 꿈도 얘기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그들의 사는 방식을 들려준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할매가 사는 방식, 희정 엄마가 사는 방식, 나영이 사는 방식을 과대포장하지 않는다. 여기에 민찬홍 작곡가의 곡들이 더해져 더욱 선명한 <빨래>가 된다. 빨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지는 빨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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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사진 씨에이치수박 제공 | ||
특히, 18차 프로덕션은 7년 만에 홍광호 배우가 출연해 ‘참 예뻐요’를 부른다. 2009년 <빨래>에서 부른 ‘참 예뻐요’는 지금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들과 뮤지컬 팬들이 거쳐야 할 곡이다. 성대의 울림이 아름다운 홍광호는 소극장 무대를 넘어서는 성량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2막 시작과 함께 진행되는 사인회는 <빨래>만의 독특한 의식과도 같다. 홍광호가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는 빨래 장갑을 끼고 무대 들어서는 순간, 1열과 2열에 앉은 관객들은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빵이 부르는 ‘책 속에 길이 있네’가 시작되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 마지막 서너 명은 홍광호의 사인을 받지 못하자 포옹으로 마무리한다.
(중략)
<빨래>는 본격적으로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메시지와 재미를 잘 버무려 따뜻한 감성으로 서민들의 삶을 토닥여 준다. <빨래>가 10년 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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