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10년 만에 ‘부부케미’ 선보여…”서로를 사랑하자고 말하는 작품”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우형과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하데스타운’은 저희 부부가 10년 만에 같은 극에 서기에 완벽하게 적합했던 작품이에요. 언제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서 ‘부부 페어’의 시너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이젠 생겼습니다.” (김우형)뮤지컬 배우 김선영·김우형 배우가 결혼 이후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저승의 왕 하데스와 아름다운 아내 페르세포네 커플로 분하고 있다. 2011년 ‘지킬앤하이드’에 함께 출연한 이후 10년 만의 공연(共演)이다. 한 작품에서 호흡하는 것을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다. 김선영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우리가 함께 작품을 안 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걸 듣고 놀랐다”고 했다.현실적 고민을 젖혀둘 정도로 두 사람을 한 곳으로 강력하게 끌어들인 작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데스타운’은 달랐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김선영 씨가 캐스팅됐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안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희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하데스타운’ 안 했다면 어찌할 뻔 했나 싶어요. 하하.” (김우형)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등 익숙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뮤지컬에서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와는 다르게 현대적으로 비친다.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19년 제73회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과 제62회 그래미상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작품으로, 미국 밖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하데스 역을 맡은 배우 김우형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우여곡절도 있었다. 연습 도중 엑소의 시우민, 배우 최재림을 비롯해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애초 8월 24일 예정이었던 개막일이 9월 7일로 늦춰진 것이다.
김선영은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철저하게 방역하며 연습했었기 때문에 정말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우형은 “무대 세트를 배송하는 배가 뜨는 횟수도 줄어들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배우의 건강이 회복되고 완벽한 공연이 준비될 수 있도록 2주간 개막일을 늦춘 제작사의 선택 덕분에 잘 공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하데스타운’에 대한 극찬과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김우형은 “대본이랑 자료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놀랍다”며 “브로드웨이 최신작인데 이렇게 빨리 대한민국에서 공연하게 된 게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김선영 역시 “늘 제가 하는 작품은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하지만, 이 작품은 이견 없이 좋은 작품”이라며 “좋은 작품을 만나서 하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시국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다음은 김선영·김우형 배우와 일문일답.
– 함께 하기로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김우형 “막상 하기로 했을 때 걱정은 있었어요. 연습 과정이나 공연하면서 우려하던 현실들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싶었죠. 그런데 정말 자연스럽고 안정감 있게 연습부터 공연까지 잘 진행됐어요. 서로의 힘도 있겠지만, 생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이견 없이 좋은 작품이다. 관객도, 하는 배우도 그렇게 느낀다.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나서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요즘 같은 시국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각자 프로로서 해왔던 구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저흰 정말 오랜 친구 거든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요. ‘연습실 가서 이렇게 해보자’, ‘공연장 가서 이렇게 해보자’라고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2막 후반부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완전히 무너질 때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을 읽고 있더라고요. 그 시너지는 부부니까 가능한 거 같아요.”
– 단순히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찐 부부미'(진짜 부부 같은 매력)를 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권태로운 관계의 부부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겪어온 시간의 깊이가 묻어난다.
김우형 “객석에서 저희가 부부인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방해되거나 불편할까 봐 걱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신적인 존재이고, 무대 위에서 강인한 기운과 에너지를 보이잖아요. 상징적인 기운으로 연기하고 있어서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김선영 “맞아요. 신적인 캐릭터가 한 꺼풀 씌워져서 부부임에도 연기하기 편한 것도 있습니다. 창작 초연으로 2021년을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라면, 김선영과 김우형이 너무 나와버릴 것 같아요. 그럼 실제 부부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감정선이 깊어진다. 특히 2막 후반부 하데스의 감정이 폭발한다.
김우형 “정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죠.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빠져서 제가 그동안 왜 아등바등 움켜쥐고, 버티면서 살았는지 생각하게 돼요. 사랑하는 아내의 존재를 느끼면서 눈물도 왈칵 쏟아지고요. 그 순간에는 제 개인적인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김선영 씨와 저와의 역사도 그려지고요. 여전히 버텨주는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배우 김선영. 복합적인 감정이 표현되죠.”
김선영 “페르세포네로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김선영이기 때문에 하데스를 연기하는 나의 남편을 볼 때의 복합적인 감정들도 나타나죠. 하데스에게 오르페우스가 말해주고 있는 것들이 인간 김우형에겐 어떤 영향력으로 느껴질지 상상하기도 해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우형과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레이첼 차브킨 연출의 주문 사항도 있었나.
김우형 “저희는 정답이 없었어요. 근데 그게 결론적으로 매우 큰 힘이었습니다. 기본 골조만 갖추고 각자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승화해 표현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배우가 다 똑같을 필요가 없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도록 말이에요. 하데스는 캐릭터적으로 일차원적으로 보이기 쉬운 역할이에요.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히 무겁고 음침하다고 느끼게 한다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데스의 눈빛과 표정이 계속 달라지고, 하데스가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객석에서 이입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서적인 다이내믹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선영 “원작에선 페르세포네가 아름답다고 청초하면서도 연약하고 끌려가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2000년대 판 ‘하데스타운’의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끌려가지 않아요. 페르세포네는 어떤 사건에 의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인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데스를 사랑했던 인물입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거야’라며 와인병 흔드는 인물로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하. 다만 술과 약에 쩔은 페르세포네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설득이 되어야 했어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페르세포네를 이야기할 수 없어요. 저는 술과 약을 통해 페르세포네의 허무함과 쓸쓸함이 묻어나갈 바랐어요. 연출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영상을 참고하라고 추천해주셨어요.”
– ‘하데스타운’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신이나 넘버를 꼽아달라.
김우형 “장면의 큰 변화는 2막 ‘그게 진실이면(If it’s true)’에서 오르페우스가 들고일어나면서부터예요. 그 순간에 각자의 연기를 해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감성적인 전환이 크게 이뤄지는 부분은 ‘How long’이고요. 페르세포네가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보호하려는 게 느껴지거든요. 이후 ‘Epic Ⅲ’까지 진행되죠. 하데스는 2막에서 철저하게 무너집니다. 1막부터 2막까지 계산이 정확하게 서 있는 게 하데스예요. 계산이 있어야 무너질 때 공감을 제대로 형성하고 어필할 수 있습니다.”
김선영 “저도 ‘Epic Ⅲ’가 저희 작품에서 무언가가 펑 터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오르페우스가 지하 세계로 내려오면서 사건이 시작되지만, 사건 진행에 불을 붙이는 건 페르세포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가 걸어서 지하에 온 걸 보는 순간 당황스러워해요.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위해 무얼 해줘야 할지 고민도 하고요. 저는 연출이 페르세포네가 오르페우스가 얻어맞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일부러 보게 한 것 같아요. 페르세포네의 행동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하데스를 설득하면서 왕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갈라지게 되는데, 페르세포네가 그때부터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돼요. ‘Epic Ⅲ’에서 하데스와 춤을 추기 전까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등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모두 내면의 큰일을 겪게 되죠. 무대에서 인물이 너무 많아서 페르세포네의 내면 변화가 안 보일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것까지 모두 생각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우형과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하데스타운’을 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 있다면.
김서영 “이 작품은 할수록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져요. 해놨던 설정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인물을 처음 떠올렸을 때보다 느껴지는 것들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한국 연출님도 함께 연스바면서 ‘이 작품은 굉장히 연극적인데 한 명의 배우라도 뭘 하나라도 놓치면 아주 구멍이 크게 보이는 작품’이라고 하셨어요. 심플하고 완벽한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배우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밀도가 훅 떨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요. ‘하데스타운’ 속 배우들은 자기의 역할이 끝났어도 계속해서 인물과 인물 사이의 연결고리를 고민해야 합니다.”
김우형 “시공간 구분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인물의 관계도도 처음부터 친절하게 보여주는 게 아녀서 배우가 관객이 계속 상상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저희의 책임이자 사명감이기도 해요. 다만 진화는 해도 변화는 해선 안 돼요. 배우들은 6개월 동안 늘 똑같은 퀄리티의, 똑같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연출은 ‘하데스타운’을 통해 연대와 유대감을 통해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선영 김우형 배우가 생각하는 작품의 메시지는.
김선영 “연대한다는 건 신뢰를 통해 사랑하는 마음이 단단해질 때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랑까진 아니어도 ‘나와 함께 너도 용기 내 줄래?’라는 마음도 인간적인 사랑인데, ‘하데스타운’은 그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극 중 여신들은 ‘별거 없어. 애쓰지 마. 대충 살아’라고 끊임없이 속삭여요. 인간의 현실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거죠. 인간은 나약하고 연약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허무로 빠지지 않고 힘을 합쳐서 함께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어요.”
김우형 “인간은 나약하다고 계속 말해요. 하지만 하데스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왕국을 지켜내기 위해 장벽을 쌓고 사람들을 줄 세우는 것도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봐 무섭기 때문이거든요. 우리는 모두 나약한 사람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했을 때 두려움과 의심을 이겨내는 용기가 나오고 희망을 갖게 될 거라고 ‘하데스타운’은 말해요.”
김선영 “오르페우스가 하데스가 제안한 걸 쟁취하거나 단순히 비극적인 결말로 작품이 끝난다면 아쉬웠을 거 같아요. 극을 맺고 페르세포네가 노래를 부르잖아요. 결말을 보고 안타까워할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서로를 위로하고 갈 수 있다면, 서로에게 박수쳐줄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에요. ‘오르페우스와 우리를 위해 건배합시다. 굿나잇. 형제여. 당신과 우리는 같은 사람이고, 미래도 알 수 없고 현재도 불안하지만, 함께 가볼까요’라고 제안하면서 끝내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 같아요. 정말 멋진 마무리 아닌가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배우 김우형과 김선영이 12일 서울 서초구 카패 언더더베리 앞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 / 김소희기자
전체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