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준,비오는 날에도 감출 수 없는 멍뭉미[NC화보]
2020.08.03 / 뉴스컬처 – 김태윤 기자
유주현이 만난 아트 인플루언서(3) 크로스오버 4중창팀 ‘라비던스’
2020.07.31 /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 유주현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K크로스오버 시대가 열렸다. 최근 막 내린 JTBC [팬텀싱어3]를 통해서다. 시즌 1, 2가 국내에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번엔 세계로 나갈 K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 중심에 ‘라비던스’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처럼 두 가지 발성을 오가는 성악 천재 존 노, ‘공기 반 소리 반’ 소리꾼 창법을 어떤 장르에나 감쪽같이 이식하는 프로듀싱 천재 고영열, 따뜻한 저음이 색깔 있는 ‘인간 첼로’ 김바울과 넘치는 파워의 ‘뮤지컬 원석’ 황건하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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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진 남도민요 ‘흥타령’으로 시작해 스티비 원더의 솔(soul) 넘치는 팝 ‘어나더 스타’, 대체 불가능한 록커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 듣도 보도 못한 이스라엘 가요까지 롤러코스터를 태웠다. 천상의 성악 발성으로 친근한 팝을 부르는 줄만 알았던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이 4인 4색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세상의 온갖 노래를 넘나들며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결승전 프로듀서 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 1순위로 꼽혔지만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역전당했다. 투표 비중이 무려 85%를 차지하면서 어떤 팀이 행동하는 팬덤을 가졌느냐가 결과를 가른 것이다. “저희는 내내 도전적인 것을 중시했잖아요. 결승에서 고민은 했죠. 월드뮤직이나 색깔이 강한 전인권 노래를 대중은 낯설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도전을 버리고 인기를 택한다면 우리 색깔이 없어지는 거니까, 만장일치로 도전을 택했죠. 우승하려고 팀을 만든 게 아니라 길게 활동하려는 미래지향적인 팀이니까요.”(존)
‘흥타령’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적당히 국악풍 가곡을 부를 수도 있었을 텐데 남도민요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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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국악을 꼭 하고 싶었던 건 가장 한국적인 걸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한국 음악이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요. 그래서 제가 먼저 제안했죠.
바울: 우리 팀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거잖아요. 다른 팀은 못 하니까. 전에 영열, 존과 가곡 ‘무서운 시간’ 부를 때 장난 삼아 ‘사랑가’ 앞부분을 같이 불러봤었거든요. 그게 너무 좋아서 꼭 같이 국악을 4중창으로 해보자 얘기했었죠.
건하: 지금까지 계속 이태리 노래나 팝송만 불렀잖아요. 한국인이 한국 것을 꺼리는 현실을 우리가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우리가 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특별한 우리 걸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죠. 정서와 발성을 터득해야 해서 다른 노래와 달리 엄청난 집중도가 필요했지만, 우리가 공감이 됐을 때 전달되는 감정이 너무나 커서 메리트 있었던 선곡이라 생각합니다.
영열: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전통에만 놔두기 아까웠어요. 잘 살려서 다른 나라 민속음악처럼 펼쳐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지금까지 이런저런 작업을 계속해왔는데,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한국인도 즐기지 못하는 국악이라면 언젠간 사라질 거라는 불안과 슬픔이 있었죠. 근데 [팬텀싱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국악에 감동하고 인정해주시니, 그동안 헛짓거리한 건 아니었다 싶어서 울컥하더라고요.
소리꾼이 크로스오버로 섞이기엔 한계가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간단히 깨버렸는데.
바울: 영열과 존의 1대1 대결부터 소리가 블렌딩된다는 걸 계속 증명해와서 우리 팀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4중창을 결성할 때 프로듀서들이 저와 영열이 소리도 멋있게 잘 섞일 것 같다는 얘기도 했어요. 우리가 억지로 서로에게 맞추려고 발성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색깔을 내면서 하니까 더 잘 섞이는 것 같아요.
존: 영열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판소리보다 솔이 담긴 소리라 생각했어요.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는 느낌? ‘어나더 스타’를 부를 때도 판소리가 아니라 그냥 흑인 같았어요.(웃음) 제 입장에선 맛있는 요리가 있는데 영열이는 그걸 더 고급스럽게 할 수 있는 조미료 같아요. 조미료만 먹으면 맛을 모르지만 요리에 들어가면 진가를 발휘하지 않나요.
영열: 국악인이 4중창 멤버가 된 게 전례 없는 사건이라 그런 것 아닐까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와도 좋았을 수 있어요. 고영열이라서가 아니라, 국악에 한계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즌1 때만 해도 한국어 창작곡 개발이 시급해 보였는데, 지금 크로스오버계의 화두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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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많은 분이 크로스오버라 하면 팝페라를 생각해요. 성악이 중심이 되서 다른 걸 조화롭게 하는 건데, 저도 성악을 했지만 장르와 장르를 섞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는 건 정말 무궁무진하거든요. ‘바람이 되어’라는 가요도 불렀지만, 세상 모든 음악이 소스가 될 수 있어요. 그걸 우리화하면 되는 거니까요.
바울: 저도 다른 4중창팀에서 활동할 땐 성악 발성으로 팝을 부르는 게 크로스오버라고 잘못 생각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팝페라는 크로스오버의 한 장르일 뿐인 거죠. 성악 발성에 갇힐 필요도 없고,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것 같아요.
존: 거창하지만 K크로스오버의 선두 주자가 되고 싶어요. 모든 장르를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성악을 했다고 오페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EDM, 월드뮤직, 팝, 라틴까지 계속 도전한 건 그걸 깨고 싶어서예요. 하지만 K크로스오버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영열이와 바울, 건하가 다 같이 모여서 완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각자 10곡씩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곡을 꼽는다면.
건하: 저를 깨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영열 형과 함께한 그리스곡 ‘티파토스’예요. 뮤지컬넘버만 불렀던 황건하가 아니라 싱어로서 한 단계 더 올라갈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생각해요.
영열: 마지막에 부른 이스라엘 노래요. 한국에서 이스라엘 노래가 원어로 불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팬텀싱어] 같은 고품격 방송에서 그런 혁신적인 노래를 춤춰가며 불렀던 게 도전의 끝판왕을 보여준 것 같아서 가장 기억될 만한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존: EDM ‘어딕티드 투 유’를 불렀을 때죠. 그전에 영열이와 쿠바 노래를 했지만 그땐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니까요. 영열이가 월드뮤직을 뽑고 또 저를 뽑아줘서 시도하게 된 거죠. 그때 ‘빵’ 터지는 걸 보고 ‘진짜 색다른 걸 해보자’ 싶어 EDM에 도전해봤는데, 그것도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신감 갖고 ‘해보자’는 마인드가 확고해졌어요.
바울: 결승전 곡도 다 좋았지만 제겐 존과 불렀던 ‘바람이 되어’가 베스트예요. 처음으로 무대에서 팀원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행복하다는 걸 느낀 무대거든요. 준비과정도 힘들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불안했었는데, 존과 터놓고 얘기하면서 끈끈해졌고, 그게 무대에서까지 교감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 후로 ‘절친’이 됐죠.
“세상 모든 음악이 우리의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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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인간 첼로’라는 별명처럼 억누르지 않고 따뜻하게 감싸는 저음이 독보적이다. “그저 자연스러운 발성을 추구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얻기까진 ‘말 못할’ 노력이 있었다. “어릴 땐 유독 초고음이었어요. 변성기 지나면서 ‘계획된 목소리’죠. 변성기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저음이 된다는 소리를 들어서 한동안 말을 아예 안 했어요. 거의 묵언수행 수준이었죠.(웃음)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저음이 되더라고요. 지금 제가 추구하는 발성은 자연스러움이에요. 그래야 나이 들어서도 오래오래 노래할 수 있으니까요.”
185㎝의 훤칠한 스타일로 ‘모델계가 성악계에 인재를 뺏겼다’는 말도 있지만, 바울은 어려서 농구선수로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팬텀싱어]까지 왔다. “어렸을 때 일본에 살았거든요. 중학교 때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국에선 운동을 하면 아예 공부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부모님이 반대하셔 운동을 그만뒀죠. 그 뒤론 의사인 형과 같이 의료선교를 하고 싶어서 간호대 진학을 준비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모색하다가 마지막에 성악으로 왔어요. 대학 졸업 후에는 4중창팀 ‘필로스’로 활동하다가, [팬텀싱어] 직전엔 독일에 건너가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팬텀싱어] 소식을 듣고 돌아왔죠. 유학을 포기하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는데, 결국 코로나 때문에 입시가 없어져 그냥 돌아온 사람이 많더군요.(웃음)”
1997년생인 건하는 아직 대학 2학년이다. 각종 뮤지컬 관련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지만 뮤지컬 데뷔는 아직 못 한 ‘원석’으로, [팬텀싱어]가 음악활동의 시작인 셈이다. “형이 피아노를 전공해서 어려서부터 음악에 많이 노출됐고, 어머니와 같이 공연 보러 다니면서 고1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어요. [팬텀싱어] 시즌 1, 2를 보면서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뮤지컬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으니 ‘팬텀’을 경험해보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지킬앤하이드]나 [영웅]의 주연도 꼭 해보고 싶지만, [팬텀싱어] 하면서 다양한 곳으로 눈이 열렸달까요. 싱어로서도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영열은 특이하게도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판소리를 시작했다. “판소리를 하시던 엄마가 ‘수영을 잘하려면 폐활량을 길러야 된다’고 하셔서 따라갔는데, 막상 해보니 수영으로 폐활량을 길러온 덕에 판소리를 잘하게 됐어요.(웃음) 어쨌든 좋아서 시작은 했는데, 하다 보니 제 또래 친구들은 국악을 안 듣더군요. 내 또래도 들을 수 있는 국악은 어떤 음악일까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국악인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려고 꾸준히 전통음악을 연습하고 있어요. 1월은 심청가, 2월은 춘향가, 3월은 다시 심청가 하는 식으로 플랜을 세워 한 달에 한 바탕을 복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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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Confrontation’ 장면처럼 순식간에 벨칸토와 팝의 발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존은 “다 이유가 있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중학교 때 한국에서 비트박스를 했어요. 비트박스는 성대를 쓸 줄 알아야 되거든요. 어떤 소리는 어떻게 내야 한다는 훈련을 그때부터 해온 덕에 제가 생각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어요. 뭐든 우연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팔색조 발성으로 ‘성악 천재’로 불리는 존이지만 성악 입문은 늦었다.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 진학을 준비하다 우연히 만난 파바로티의 영상에 달린 ‘너의 노래를 들으면 신이 있다는 것이 알 수 있다’는 댓글을 보고 진로를 바꿔 음대로 간 것이다. “고등학교를 미국 기독교학교로 유학을 갔거든요. 친구가 없으니 동아리처럼 남자 중창단에 들어가니 애들이 말을 걸어줬어요. 그렇게 버텼지만 ‘왕따 아닌 왕따’ 였어요. 수업 때나 중창단에선 말을 걸어주다가도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는 끼워주지 않더군요. 친구가 없으니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찾았던 건데, 파바로티 영상의 댓글을 보고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어려운 곡도 쉽게 안내하는 게 ‘라비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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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던스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이는 바울이다. 그간 ‘필로스’, ‘에클레시아’ 등으로 4중창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노하우로 흑인 솔을 가진 소리꾼 영열, 젊은 혈기의 뮤지컬 배우 건하, 힙합 바이브까지 장착한 만능 성악가 존을 아우르고 있다. 바울이 꼽는 라비던스만의 매력도 ‘다채로움’이다. “가장 많은 장르가 섞여 있는 팀이니까요. 소리의 질감과 색도 다 다르고요. 다른 팀은 비슷한 느낌이 모여서 하모니적으로 아름답지만, 다채로움 안에서 이뤄지는 하모니는 우리 팀만의 매력 아닐까요. 그래서 존의 말처럼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죠. 세계로 나가는 게 우리 목표인데, 영열이의 한국적 색깔 덕분에 강하게 차별화되는 것 같아요.”
K크로스오버는 도전의 색깔이 강한데, 대중과는 어떻게 소통해갈 건가요.
건하: 결국 크로스오버는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건데, 우린 트로트든 뭐든 접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에도 중요한 게 접근성이라 생각해요. 어려운 곡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라비던스의 방향성이라 생각하고, 그런 쪽으로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영열: 한국인의 한과 흥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 노래, 어떤 장르를 하든 한국인이 공감하는 한과 흥을 녹여 세계에도 전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팀이 되고 싶어요. K크로스오버에도 그게 열쇠가 될 것 같아요.
존: 저흰 이제 시작이거든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아요. 인기를 위해 노래하는 건 아닌데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어요. 해외에서 BTS 콘서트를 가면 한국말 모르는 외국인들이 한국어 가사를 다 따라 부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솔로도 하고 유닛도 하면서 다양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크로스오버계의 BTS가 되겠습니다.(웃음)
‘따로 또 같이’ 하게 될 텐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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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하: 일단 뮤지컬에 진출해보고 싶어요. 개인 활동도 잘해야 팀에도 시너지가 날 테니까요.
영열: 음악 작업을 더 많이 할 겁니다. 직접 작사·작곡해서 앨범도 내고, 국악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질 것 같아요. 국악 대중화를 위해 어느 선까지 할 수 있는지, 또 국악으로 나를 어떻게 표현할지도 더 고민해야겠죠.
존: 개인적으론 클래식도 하고 싶어요. 미국에서도 클래식을 하면서 벽을 느낀 게, 관객이 노령화되면서 클래식 시장이 점점 죽어가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크로스오버를 통해 돌파하고 싶어요. 클래식도 대중화하고 싶은 욕심이죠. 미국에서 오페라를 많이 했으니, 캐스팅만 된다면 오페라도 하고 싶습니다.
바울: 저는 다 해보고 싶어요. 클래식, 라비던스 활동 외에 한 번도 안 해본 뮤지컬, 연기, 모델까지요. 전혀 모르는 분야지만 배워서라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 유주현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휩쓸던 영광의 기억을 품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살아왔다. 2010년부터 중앙SUNDAY에서 공연을 중심으로 영화, 문학,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을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전달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PICK!터뷰] 황건하, ‘라비던스’ 넘어 배우의 시작이 기다려지는 이유
2020.07.28 /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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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업계 관계자들의 ‘PICK’ 인증으로 앞으로의 활약을 주목해볼 만한 예비 스타를 소개하는 시간, 연예투데이뉴스의 [PICK!터뷰] 세 번째 주인공으로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고영열, 김바울, 존노, 황건하)’의 막내 황건하를 만나본다.
황건하는 3년 만에 돌아온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 JTBC ‘팬텀싱어3’를 통해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신예다. 97년생으로, 군 전역 후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2학년 휴학 중이다. ‘팬텀싱어3’에서는 뮤지컬 원석, 루키 등으로 소개됐다. 특이한 점은 그런 황건하가 배우 홍광호, 김선영, 김우형, 최민철, 윤공주, 조정은 등 공연계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송혜선 대표) 소속이라는 점이다. 앞서 배우 조승우가 데뷔부터 무려 17년간 몸담은 곳이기도 하다.
먼저 두 사람의 인연을 거슬러보면, 한세대학교가 개최한 전국 대학교 재학생 대상, 제1회 뮤지컬 콩쿠르에서 송혜선 대표와 황건하는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처음 만났다. 이때 황건하가 부른 곡이 ‘팬텀싱어3’ 첫 무대에서 선보인 뮤지컬 ‘영웅’의 넘버 ‘장부가’다. 당시 황건하가 콩쿠르 1등을 한 건 아니었지만 송혜선 대표는 그동안 많은 배우와 함께한 경험에서 일명 ‘촉’이 발동했다고 한다. 송혜선 대표는 “항상 느끼지만, 인연이 될 사람은 첫눈에 운명 같은 느낌이 있다.”며 “황건하 씨도 그랬다. 정말 아직 어린 나이인데 성량도 좋고 배짱이 있더라. 앞으로 대극장 배우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말 그대로 인연이 될 운명이었는지 얼마 후 두 사람은 뮤지컬 ‘아이다’ 관람으로 우연히 다시 만난다. 이후 식사를 함께했는데, 황건하의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이 송혜선 대표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식사자리에서 ‘이 사람과 같이 가야겠구나’ 마음을 굳혔다는데, 이날 황건하와 동반했던 한 관계자가 황건하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만큼 “군대 다녀온 뒤에 PL에서 활동하게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네면서 송혜선 대표가 직접 황건하에게 의사를 물었고, 다음 주 입대를 코앞에 둔 상태로 기꺼이 전속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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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에서 PL엔터테인먼트는 가요계 SM, 빅히트 정도의 무게감이다. 얼떨결에 또래들의 부러움을 살 진로가 결정된 셈인데, 어쨌든 덕분에 군 생활에서도 안정감이 컸다고 한다. 너무 큰 회사라 생각도 못 했었다는 황건하는 “정말 갑작스럽기도 했고, 곧 군대도 가는데 ‘왜 나를?’. 계약한 후에도 ‘정말 계약한 것이 맞나’, ‘대단한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저를 왜 데려가셨냐’고 대표님께 몇 번이고 물었다. 지금도 가끔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PL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겹치기 출연이 없기로 유명하다. 출연작과 차기작 사이도 제법 여유를 둔다. 한 작품을 끝내면 완전히 비우고 충전해서 제로 세팅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좋은 연기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이 결국 배우의 장기적 플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송혜선 대표의 오랜 매니지먼트 철학이다. 황건하의 경우 전역 후 바로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학교 복학을 권했다. 이제 막 스물 초반이라는 나이와 배움과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팬텀싱어3’ 출연 역시 그 연장선이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황건하를 선보일 무대가 하필 고품격 음악 경연으로 꼽히는 ‘팬텀싱어’인 만큼 이미 눈높이가 다른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한 번의 실패가 뮤지컬 무대 데뷔도 전에 좋지 않은 꼬리표로 남을 수 있어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흔히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을 두고 크로스오버 팀 팬텀싱어 결성이 목적이라기보다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하는데, 물론 100%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라도 좋을 때 할 수 있는 소리다. 안 나오느니만 못한 경우도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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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JTBC ‘팬텀싱어3′ 캡처 | ||
특히 이번 시즌은 참가자들의 실력이 역대급으로 꼽히는데, 이제는 자신의 인생곡이 된 ‘장부가’로 묵직한 첫인상을 남긴 황건하는 연극학과 출신이면서도 완성형 보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한, 소리꾼 고영열과의 그리스 곡 ‘Ti pathos’는 색다른 탈바꿈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후 매 라운드에서 만난 형님들과의 작업은 황건하의 보컬에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유연함을 더해주었고, 4분의 무대를 위해 모두가 올인했던 치열한 경쟁 속에 끈끈한 동료애와 단합을 경험하기도 했다.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서 많은 동료, 스태프와 함께하게 될 황건하에게 무엇보다 값진 배움이 아닐 수 없다. ‘팬텀싱어3′ 출연으로 잃을 것보다 배움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한 송혜선 대표의 신의 한 수가 보기 좋게 적중한 셈인데, 이는 황건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송혜선 대표는 “건하 씨가 결승까지 올라가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같이 출연한 형님들에 비하면 정말 신인 아닌가. 늘 ‘여기까지만 해도 잘한 거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얘기했었다.”며 “실제로 ‘팬텀싱어’를 하면서 건하 씨의 발성이나 소리가 더욱 단단해지고 스타일도 다양해졌다. 또, 여러 사람이 한 곡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앞으로의 건하 씨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결과적으로, ‘팬텀싱어3’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건하에게 늘 신선한 얼굴을 찾는 공연계가 반응하는 것은 당연했다. 일명 ‘방송 버프’가 뜨거울 때 데뷔를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송혜선 대표도 황건하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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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송혜선 대표는 “방송 후에 작품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공연 작품과 콘서트 일정을 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신인의 자세로도 옳지 않다. 지금은 ‘팬텀싱어’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본인의 것으로 잘 다져놓는 것이 먼저”라며 “지금의 최우선은, 조만간 콘서트가 예정된 만큼 방송을 통해 응원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자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미 경연 라운드를 준비하듯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기대해주시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또한, 황건하는 “‘팬텀싱어3’를 하면서 다양한 발성을 배우고, 그것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자체가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한 부분이다. 뮤지컬 배우라는 최종 목표가 있지만, 성급하게 작품에 들어간다면 혹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려 한다. 당장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일단 ‘팬텀싱어’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면서 저 자신을 먼저 가다듬을 시간을 갖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오히려 중요한 시기인 것 같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배우로서도 꼭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황건하는 이번 ‘팬텀싱어3’를 통해 뮤지컬 배우의 필수 요소인 보컬 실력에서 분명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가수여도 뮤지컬 무대에 와서 신통치 않은 이유는 결국 연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다시 상기해보면 애초 황건하의 전공이 연극학과라는 점이다. 앞으로 ‘팬텀싱어’, ‘라비던스’라는 유명세는 황건하를 더욱 신랄한 평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할 테지만, 원석으로 충분히 빛난 만큼 보석으로 더욱 빛날 무대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봄 직하겠다.
[인터뷰]‘팬텀싱어3’ 라비던스 “콜롬버스 배처럼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개척할 것”
2020.07.25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 진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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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던스’는 뮤지컬 원석 황건하, 음악천재 테너 존노, 장르파괴 소리꾼 고영열, 인간첼로 베이스 김바울(왼쪽부터)로 구성됐다. 사진l유용석 기자[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라비던스’(RabidAnce 고영열, 존노, 김바울, 황건하)는 매혹적이고 강렬했다. 결승 1라운드에서 부른 ‘흥타령’ 무대는 3년 만에 돌아온 JTBC ‘팬텀싱어3’ 최고의 하이라이트 무대였다. 다시 찾아보고 싶은, 그리고 회자될 역대급 무대였다.
‘팬텀싱어’ 역사상 최초로 국악 장르를 선곡한 라비던스는 남도민요 ‘흥타령’을 4중창으로 블렌딩, 한국인의 한과 흥을 절절히 토해냈다. 시청자는 압도됐고, 심사위원들은 눈물을 보였다.
스티비 원더의 ‘어나더 스타(Another star)’ 무대는 360도 달랐다. 라틴 음악의 리듬감을 자유자재로 겆고 놀면서도 격한 황홀감을 선사,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존노는 “어렸을 때부터 제일 하고 싶었던, 현장에서 즐겼던 무대였다”면서 “음악을 가지고 노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진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라비던스는 음악천재 테너 존노(29), 장르파괴 소리꾼 고영열(27), 뮤지컬 원석 황건하(23), 인간첼로 베이스 김바울(29)로 구성됐다. 소리꾼, 성악가, 뮤지컬 배우가 모인 보기 드문 조합이다.
팝, 가요, 월드뮤직까지 연이어 선보인 4번의 결승 무대는 예측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동과 뜨거운 희열을 안겼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네 남자 ‘라비던스’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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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명 ‘라비던스’(Rabidance)는 영어 ‘Rabid’(광적인)와 ‘Guidance’(안내)를 합친 단어. “광적인 음악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사진l유용석 기자
Q. 대장정이었다. 경연을 끝낸 소감은
(고영열) 8개월이었지만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후딱 지난 간 것 같다. 다른 세계에 잠시 다녀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최근이라고 생각했던 게 작년 11월이더라.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2등 한 것도 감사한 일이다.
(황건하) 살면서 가장 바쁘게 살았고,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많은 일을 해온 기간이다. 8개월이란 시간이 하루 만에 끝나니 허무하더라. 뭘 해야 할 것 같고, 외워야 할 것 같고 그렇다. 막상 일이 없어지니 실직자가 된 느낌도 든다.(웃음) 당시엔 아쉬웠을 수도 있는데 끝나고 나니 모두 소중한 기억이다.
(존노) 한국에 지인도 없고, 친구도 없고, 족보도 없는데…(웃음) 와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뒤돌아보니 지난 5년간 오페라를 20편 했더라.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나 한국에 왔고, 친구와 동료가 생겨 행복했다. 만화의 한 캐릭터가 된 느낌이다. 제가 ‘슬램덩크’를 굉장히 좋아한다.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어떻게 살아남을까 생각도 하고 그랬다. 우승을 못해 솔직히 실망감도 좀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겠더라.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아니지 않나. 개성과 비전이 강한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생각한다.
(김바울) 유학 때문에 독일에 나가있던 상황이었는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선망했던 분들도 보고, 그들과 동등하게 음악 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매일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7kg이나 빠졌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존노) ‘흥타령’이다. 프로듀서로서 4중창을 만들어야 하고 새롭게 만드는 게 맞다 생각했다. 국악의 정서를 지키면서 4중창의 포지션을 배치했어야 했다. ‘부질없다 부질없다’는 정서를 잘 표현한 것 같다.
(김바울) 제 아버지가 그 노래 듣고 처음으로 우셨다.
(고영열) 국악을 부르게 될 지 꿈에도 몰랐다. 한국적인 걸 한국 사람들이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국안인으로서 한국인이 한국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국악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다.
(황건하) 영열이 형이랑 ‘Ti pathos’ 무대를 했을 때가 기억난다.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좀 더 저를 내려놓고 할 수 있었다. 제가 점점 더 성장해 나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Q.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보인다. 서로의 매력은 뭔가
(고영열) 건하는 도전 정신이 있고 자기 아집이 있다.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건강한 젊은 피라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라 그런지 집념도 있다. 뭔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파고든다.
(황건하) 존노 형은 슬프거나 우울한 노래할 때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무대 위에선 사람이 다르게 변해서 그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더라. 긴장이나 두려움이 하나도 안 느껴지고 아티스트로 살아 숨쉬는 게 너무 멋지다. 단순히 성악가가 아닌 아티스트 존노로 보여지는 게 멋졌다.(형, 나 피자 먹고 싶어)
(존노) 동양인이 늘 혼자라서 ‘너네가 뭐라 해도 난 살아남는다’ 그런 게 있었다. 단련이 됐다. 김바울은 섬세하고 잘 챙겨주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 베이스들 중에서도 자기 색깔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항상 무대에 같이 설 때마다 빚을 발하는 베이스다.
Q. 그렇다면 ‘라비던스’만의 매력은 뭘까
(고영열) 다채로움이다. 우리 팀은 성악과 소리꾼, 뮤지컬 이렇게 세 장르가 섞여있다. 색깔이 다양한 네 멤버가 만들 다채로움이 우리의 매력이다.
(김바울) 저는 무지개라 생각했다. 대중과 멀리하는 그룹은 아니다. 다양한 색이 있지만 조화롭다. 무지개를 억지로 그리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저희 몫이다.
Q. 다들 개성이 강해보이는데, 팀워크는 어떤가
(고영열) 경연을 하면서 끈끈한 전우애를 느꼈다. 아직 프로그램이 끝나고 저희끼리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 길게 얘기해보거나 날을 잡고 데이트 하거나 놀아 보지 못했다.(웃음) 각자 속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깊게 하진 못했다. 우리끼리 시간을 즐겨볼 겸 그런 시간을 가지려 한다.
(황건하) 4명 다 헛소리를 잘해서 잘 맞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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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던스는 결선 무대에서 이스라엘 이단 라헬 프로젝트의 ‘밀림 야폿 멜헬레헤’를 열창, 현지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l유용석 기자 팀명 ‘라비던스’(Rabidance)는 영어 ‘Rabid’(광적인)와 ‘Guidance’(안내)를 합친 단어이다. 멤버들은 “광적인 음악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라비던스는 스펙타클하면서도 실험적인 도전을 꿈꾼다. 고영열은 “콜롬버스의 항해처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했다.
존노는 “동갑 임영웅과 컬래버를 해보고 싶다”며 “그의 목소리와 감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마이너 음악,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 ‘음악캠프’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에도 나가 우리 음악을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황건하는 “음악으로 하나 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Q. 컬래버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존노) 힙합도 좋아하고 가요도 좋아한다. 많이 들었던 노래가 박인수 이동원의 ‘향수’라는 곡이다. 성악가 1명과 가수 1명이 함께 부르는 화음과 조합이 색다르면서도 너무 와 닿았다. 같은 91년생이기도 하고…(웃음)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임영웅 씨와 컬래버를 해보고 싶다. 그의 목소리, 느낌을 좋아한다.
(고영열) 저는 같은 93년생으로서…(웃음) 아이유! 고민하는 모습이 앨범마다 담겼다. 그냥 하는 앨범이 아니라 아티스트적인 가수다. 배울 점도 많고 노래를 너무 잘한다. 목소리도 너무 좋다. 어릴 때부터 팬이다.(웃음)
(김바울) 저도 아이유. 자기 색을 가지면서 재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조화롭게 잘 섞이고 장르 불문이다. 저는 음악을 들을 때 목소리에 집중을 많이 하는데 그 톤이… 그 나이에 나올 수 없는 한스러움도 있다. 들으면 매료된다. 또, 윤종신 선생님을 좋아한다. ‘월간 윤종신’ 열혈 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너무 좋다. 메시지가 있다. ‘팬텀싱어’ 나오면서 첫 인터뷰를 할 때 ‘윤종신 선생님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
(황건히) 저는 SG워너비의 김진호 씨다. 노래를 들으면 ‘진심으로 노래하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도 음악에서 ‘진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아쉬운 탈락자가 있다면
(고영열) 너무 많다. 구본수도 있고.
(황건하) 김경한 형이 아쉽다. 첫 듀엣 무대 준비를 하면서 떨림이 전혀 없이 노래하는데 정말 잘한다 싶었다.
(존노) 뮤지컬 배우 노윤이란 친구가 있었다. 다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웠다.
(김바울) 테너 윤서준. 음역대도 고음까지 갖고 있는 좋은 테너다. 이미 한국에서 라이징 스타로 뜨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다.
Q. ‘팬텀싱어’를 보고 아들에게 음악을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아질 것 같다
(황건하) 사랑하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고, 사랑하지 않으면 제일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김바울) 막연한 꿈을 갖고 공부하는 건데 음악이 직업이 되니 ‘뭘 하고 벌어먹고 살지’란 생각도 들었다. 역시 ‘예체능은 취미로 하고 공부를 할 걸 그랬나’란 생각도 잠시 들었다.(음악) 정말 음악을 사랑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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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던스는 “임영웅, 아이유, 윤종신과 컬래버 하고 싶다고”고 말했다. 사진l유용석 기자
라비던스는 쿠바 음악(‘Tú eres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을 시작으로 그리스(‘Ti páthos’), 쿼텟의 스페인(‘Te Quiero, Te Quiero’)을 거쳐 결승에서 남도민요 ‘흥타령’과 이스라엘 곡 ‘Millim Yaffot Me’Eleh’까지 월드뮤직의 향연을 펼쳤다.
덕분에 이스라엘 TV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생방송 최종 결승 2라운드 무대에서 이스라엘 이단 라헬 프로젝트의 ‘밀림 야폿 멜헬레헤’를 열창한 가운데, 이스라엘 한 방송사 뉴스에서 라비던스를 집중 소개했다. 원곡자인 이단 라헬로는 라비던스를 팔로잉 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존노)결선에서 이스라엘 곡을 불렀는데 원곡자로부터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왔다. 이스라엘 방송에도 ‘팬텀싱어’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소개됐다고 하더라. 내년이 이스라엘과 수교 60주년이더라. 우리의 목소리, 음악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Q. 못 불러 아쉬운 노래가 있다면
(고영열) 조수미 선생님의 ‘달의 아들’이다. 스페인 가수가 부른 노래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불러보고 싶다.
Q. 곧 갈라 콘서트도 있다. 생애 첫 콘서트인데
(황건하) 실감이 안 난 상태에서 ‘팬텀싱어’가 끝나버렸다. 경연은 무관중으로 진행됐는데, 공연은 좋아하는 관객들이 앞에 있으니 너무 설렌다.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니까 확실히 다르다.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상 받는 느낌일 것 같다.
Q. 나가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존노) 예전부터 ‘라디오스타’ ‘무릎팍도사’ 나가는 게 꿈이었다. ‘무릎팍도사’는 없어졌지만, 애청자였다. 나중에 저 프로에 나가고 싶단 생각을 늘 했었다. ‘라디오스타’에 나가서 라비던스의 광기를 보여주고 싶다.
(김바울) ‘뭉쳐야 찬다’에 나가고 싶다고 예능 국장님께 말씀드렸다. 축구를 좋아한다.
Q. 조각미남, 인간첼로, 음악천재라는 애칭이 있었다
(황건하) 조각미남 아냐… 왜 그런 멘트를 하셨는지
(존노) 천재 아닌데…(웃음)
(김바울) 건하의 경우 전현무님이 멘트로 조각미남이라고 해서 ‘조미’ ‘조미’ 한 거다. 인간첼로는 너무 감사한 칭찬이지만 변성기를 잘 보내야 한다.(웃음)
Q. 앞으로 계획은
(고영열) 세계 유일무이한 팀이 되고 싶다. 아무도 못했던 길을 간다. 그 자체의 의미가 크다. 콜롬버스 배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올지 신대륙을 발견할지 모른다. 대륙까지 다다르는 팀이 될 것이다. 개척자 역할을 하고 싶다.
(존노) ‘음악캠프’에도 서고 싶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동양인 하면 대부분 중국인인 줄 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 많았다. 우리도 우리 위치에서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고, 한국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김바울) 크로스오버라고 마이너 음악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국인의 한과 흥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한국인만 알 수 있는 흥적인 부분을 다른 세계에서도 통용시키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그룹이 아니다. 한국 음악 시장에 한 역사를 만들고 싶다. 기초가 되고 싶다.
(황건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국악 DNA 장착한 크로스오버팀 ‘라비던스’···‘콜럼버스 배’의 항해는 시작됐다 [인터뷰 ②]
2020.07.26 / 경향신문 – 노정연 기자
‘한’과 ‘흥’ 담아내는 유일무이 K크로스오버팀
‘콜럼버스의 배’ 처럼 음악계 새로운 방향성 제시하고파[경향신문]
월드뮤직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판소리꾼 고영열(27), 피바디 음대·예일 음악대학원 출신 ‘천재 테너’ 존 노(29), 따뜻하고 세련된 베이스의 ‘인간 첼로’ 김바울(29), 무엇이든 흡수하는 ‘뮤지컬 원석’ 황건하(23)가 모인 남성 4중창팀 ‘라비던스’를 만났다. JTBC 팬텀싱어3에서 역대 시즌 중 가장 다양하고 파격적인 크로스오버 무대를 선보이며 준우승을 차지한 이들은,‘미친음악으로의 안내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콜럼버스의 배’처럼, 미지의 음악을 향한 네 남자의 항해가 시작됐다.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팀 ‘라비던스’의 황건하, 존노, 고영열, 김바울(왼쪽부터)이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윤중 기자
라비던스는 크로스오버를 위해 모인 팬텀싱어 참가자들 중에서도‘이단아’라고 불렸다. 전자음악 장르인 EDM을 비롯해 록, 월드뮤직, 가요, 팝, 가곡, 영화·드라마OST, 민요까지 따로 또 같이 시도한 음악들이 매우 다채롭다.
황건하 – 저는 사실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생각이 크게 열려있지 않았어요. 월드뮤직이라는 것도 잘 몰랐죠. 막연히 ‘칸초네를 하고 싶다’ ‘성악가와 노래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는데 영열이 형과 존 노 형이 라이벌 경연때 쿠바 노래 ‘투 에레스 라 무시카 케 텡고 케 칸타르’(Tu eres la musica que tengo que cantar)를 부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팬텀싱어에서 저런 노래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거기서 정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음악적으로 크게 펼쳐져 있는 형들과 함께하며 배운 점이 정말 많아요.
존 노 – 예선전에 모인 참가자끼리 “한국에서 제일 큰 성악 콩쿨같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다들 그걸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성악가들이 크로스오버를 시도해‘팝페라’라는 장르가 생겼고 그걸 듣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저 또한 무언가를 뛰어넘고 싶었어요.
김바울 – 라비던스를 만나고 시야가 더 넓어졌어요.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자기의 색깔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 유연하고 다양하게 변신하고 시도하는 게 크로스오버인 것 같아요.
‘흥타령’을 비롯해 라비던스가 부르는 노래들이 극한의 감정을 요하는 노래들이 많다. 각자 노래에 몰입하는 방식이 있나.
존 노 – 전 일단 가사를 이해한 다음 노래 안에 배역이 되는 방식으로 감정을 끌어올려요. 제가 오페라를 해서 그런지 부르는 노래를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 주인공이 됐다고 상상해요. 연기에 관심이 많은데 오페라도 그런 면에서 좋아하게 됐어요.
김바울 – 저도 일단 가사를 온전히 이해해야 감정이 잡혀요. 저는 가사와 비슷하게 겪었던 저의 경험을 떠올리며 감정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쉽지는 않아요. ‘흥타령’도 어려웠고 ‘무서운 시간’ ‘사랑한 후’에도 어려웠어요. 한국노래들이 외국곡에 비해 가사 이해는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같이 무릎도 꿇어보고 손잡고 울기도 하면서 연습했어요.
황건하 – ‘흥타령’과 ‘어나더스타’의 경우 두 노래의 감정이 극과 극이다 보니 동시에 준비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김바울 – ‘흥타령’ 부르다 ‘어나더스타’는 할 수 있는데 ‘어나더스타’ 부르고 ‘흥타령’은 못해요. 진짜 감정이 깊게 들어가야 해서 힘들더라고요.
황건하 – 그래서 항상 ‘흥타령’부터 연습했어요. 기쁘게 연습 시작해서 우울하게 끝나는 것보다 우울하게 시작해서 기쁘게 집에 가는 게 낫더라고요.(웃음)
고영열씨는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면서 크게 감탄하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왔다. ‘리액션 장인’이라고도 불린다.
고영열 – 습관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듣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너무 몰입을 해버려서 잘 빠져나오지를 못해요. 저는 제가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웃음) 다른 참가자들 무대를 보는 게 너무 좋기도 했고 그 감정에 저도 빠져버려서 그런 표정이 나왔던 것 같아요.
유채훈씨가 고영열씨에 대해 ‘무대에 올라갈 때 긴장을 하지 않는다’라는 평을 했다. 정말 그런가.
고영열 – 아, 채훈이 형이 그런 평을 했습니까? 공연하는 걸 좋아해서 이 공연 저 공연 안 가리고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무대에서 긴장을 잘 안 해요. 근데 팬텀싱어에서는 긴장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경연 프로그램이 처음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나름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라비던스가 팬텀싱어3 최종 결승 무대에서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부르고 있다. JTBC 제공.
‘사랑한 후에’를 부르고 있는 존 노. JTBC 제공
결승 2차전에서 부른 ‘사랑한 후에’는 존 노의 개인적 이야기가 담긴 노래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사연이 담겼는데 미국 생활을 얼마나 한 건가.
존 노 – 부모님께서 미국에서 유학을 하셨어요. 저를 한국에서 낳아야 한다고 해서 잠깐 한국으로 오셨을 때 제가 태어났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6살까지 살았어요. 7살에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미국에 가서 쭉 있었어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도 있었고, 미국에서 다닌 고등학교에서 동양인이 저 혼자였거든요. 다음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했을 정도로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극복했기 때문에 괜찮아요.(웃음) 팬텀싱어를 하며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에게 음악이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김바울씨는 가곡 ‘무서운 시간’을 연습할 때 존 노에게 윤동주 시집을 편지와 함께 선물했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섬세하고 다정한 면이 있더라.
김바울 – 그때까지만 해도 존이 ‘한’이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어요. ‘무서운 시간’이라는 곡이 윤동주 시인이 일제 강점기 말기에 쓴 시를 바탕으로 한 곡이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또 중요하거든요. 존이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존 노 – 저는 ‘한’이라는 걸 막연히 서러운 감정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때 바울이가 준 시집과 합숙하며 함께 본 영화 ‘동주’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바울 – 같은 팀 안에서 누가 탈락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경연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서로 믿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네 명 모두 감정이 풍부한 것 같다. 존 노는 연습할 때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존 노 – 저는 눈물이 많은데 영열이는 눈물이 없는 편이에요. 완전 남자예요. 눈물이 나오더라도 참으려고 하고 제가 울 때마다 옆에서 놀라요.
고영열 – 고만 좀 울어 형님.(웃음)
김바울 – 저도 감정이 잘 올라오는데 저는 그래도 좀 억누르는 편이에요. 존은 억누르지 않아요. 둘 다 잘 울지만 저는 억누르고 존은 그냥 울고(웃음). 옆에서 존이 울면 “너도 우냐”하면서 같이 울어요.
황건하 – 존 형이 울면 저도 눈물이 좀 나요. 서글퍼지는데 영열이 형이 울면 귀여워요. “울었쪄? 힘들었쪄?” 이렇게 돼요.(웃음)
황건하씨는 팀에서 막내인데 오히려 형들을 귀여워하는 것 같다.
존 노 – 건하가 서열 1위에요.
황건하 – 형들이 마냥 귀여운 게 아니라 뭔가 사랑스러워요. 방송에는 연습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만 나가는데 사적으로 있으면 다들 애교가 많아요. 특히 영열이 형이 애교가 있거든요.
존 노 – 엄청나요.
고영열 – 무슨 말이야.(웃음)
황건하 – ‘흥타령’ 부르고 울 때 엄청 귀여웠어요.
김바울 – 맞아맞아.
고영열 – 아, 이거 평생 놀림받을 것 같아.(웃음)
그렇다면 서열 4위는 누군가.
고영열·존 노 – 저요.
김바울 – 1위는 확실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바뀌어요.
고영열 – 1위에게는 셋 다 4위죠.(일동 웃음)
‘라비던스’의 황건하가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윤중 기자
김바울, 존노, 고영열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건하를 지켜보고 있다. / 노정연 기자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만큼 라비던스에게는 ‘도전’ ‘새로움’ ‘반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동시에 이런 점들때문에 대중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무대를 준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나.
황건하 – 도전하되 저희가 어려운 음악을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존 노 – 대중성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선곡할 때, 듣는 사람을 잡아끄는 멜로디가 있는지 중요하게 봐요. ‘흥타령’도 그게 있었어요. ‘부질없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아이고 데고’ 이런 부분이 ‘훅(hook)’이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잘 살리려고 해요.
김바울 – 라비던스의 팀 색깔이 ‘한’과 ‘흥’이거든요. 외국노래를 하더라도 한국인의 한과 흥을 담아내는 걸 항상 생각해요. 라비던스의 목표이자 정체성이니까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음악 장르는 무엇인가.
존 노 – 힙합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황건하 – 선곡 회의때 존노 형이 가수 ‘헤이즈’의 노래를 가져온 적이 있어요.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한번에 각각 파트가 다 들렸었어요. 언젠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바울 – 저희가 레게도 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막상 불러보니 감정적으로 공감하기가 어려 울 수 있겠더라고요. 다음으로 미뤘는데 앞으로 앨범을 낸다면 레게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종 결승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고영열. JTBC 제공.
고영열씨는 정통 성악곡에 도전할 생각도 있나.
고영열 – 저는 성악곡을 부를 각오를 하고 팬텀싱어에 임했어요. 무슨 노래든 할 자신이 있고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전을 못했어요. 나중에 부를 기회가 생기면 꼭 성악곡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김바울 – 영열이는 그런 거에 두려움이 없어요. 저희가 결승 무대를 준비할 때 클래식 곡도 생각했었는데 영열이가 오히려 더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멤버들을 만나기 전과 지금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존 노 – 꿈이 좀 더 커졌어요. 예전에는 ‘자기만족’하는 음악을 했었는데 지금은 라비던스로 인해 음악의 방향성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
고영열 – 함께 노래 부를 동지들이 생긴 거요. 저는 항상 솔리스트였거든요. 국악을 하며 여러 프로젝트팀을 해왔는데 보컬은 거의 저 혼자였어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크로스오버에 대해 좀 더 밀도 있는 고민, 더 큰 가능성을 보게 된 것도 전과 달라진 점이에요. 저 역시 그동안 크로스오버를 해오면서도 고정관념이 있었더라고요. 그게 풀어진 느낌이에요. 앞으로 국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황건하 – 전에는 뮤지컬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음악관 자체가 넓어졌어요. 그게 트이니까 뮤지컬 무대에서든 다른 목소리를 내든 더 자유롭게 다양한 노래를 할 수 있는 게 됐어요. 지난 8개월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빨리,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에요. 너무 많은 게 제 안에 들어왔고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바울 – 저도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어요. 노래 부르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틀에 박혀있던 걸 깨게 됐어요. 라비던스여서 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깰 수 있게, 놓을 수 있게 도와준 멤버들 덕분에 저 역시 음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넓어졌어요.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팀 ‘라비던스’의 황건하, 존노, 고영열, 김바울(왼쪽부터)이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윤중 기자
BTS 슈가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 등 세계 음악 시장에서 ‘K-컬쳐’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국악 DNA를 장착한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영열 – 저희의 꿈은 이제까지 없던 장르, 더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도 있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콜럼버스의 배’처럼 음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배 안에 국악인이 한 명 떡하니 있고 성악가도 있고 뮤지컬 배우도 있는 거죠. 저희끼리 “역사를 새로 쓴다”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더 도전적인 음악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팀이 됐으면 합니다.
존 노 – 세계 시장은 개성이 없으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한국인의 ‘한’과 ‘흥’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K크로스오버팀, 그게 라비던스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라비던스의 활동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고영열 – 대략적으로 하고 싶은 내용들은 다 취합이 되어 있어요. 그걸 펼치려는 서로의 의지와 열정도 있고요. 앨범이 될 수도 있고 공연도 될 수 있어요. 아직 시기는 정확하게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존 노 – 라비던스는 이미 시작됐어요. 이제 갈 거예요.
/노정연 기자
고영열에게 ‘반려식물’이란?(고영열은 합숙 중 반려식물에게 물을 주러 집에 간 적이 있다)
고영열 – 아, 제가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죠. 친구에게 선물 받은 벵갈고무나무를 키우고 있어요. 거실에 떡 하니 있는데 제가 혼자 살고 있거든요. 거실에 혼자 앉아있으면 말할 상대도 없고 해서 “물 줄까?” 그러면서 물 한 번씩 주고 그래요. 제 친구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파’보다 ‘반려식물파’인가) 지금은 그렇습니다.
김바울에게 ‘뽀뽀’란?(김바울은 울고 있는 동료를 살뜰히 위로하거나 무대가 끝난 뒤 동료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애정표현을 잘하는 편이다)
김바울 –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제 마음의 표시죠.
고영열 – 이거 말 잘해야 될 것 같은데, 말 잘해야 돼.(웃음)
김바울 – 집안 분위기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엄청 섬세하고 다정하세요. 평소에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하시고. 그런 점이 저에게도 많이 있는 편이에요. 근데 아무한테나 하는 건 아니고, 남자들끼리라 오히려 애정 표현하기가 쉬워요. 여자한테는 잘 못 해요.
고영열 존노 황건하 – 응?(일동 박장대소)
황건하에게 패션이란?(황건하는 팬텀싱어 참가자들로부터 ‘패션테러리스트’로 뽑힌 적이 있다)
황건하 – (웃음)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교복을 입다가 스무 살이 돼서 학교에 다니다 군대에 갔어요. 제대하자마자 팬텀싱어에 나온 거예요. 그동안 학생이라 수입도 없었고 제 돈으로 옷을 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부터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전 사실 뮤지컬만 생각하며 살았던 터라 패션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어요.
존 노 – 건하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요. 오늘 신발도 잘 신었어.
황건하 –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요. 배우고 있어요.
존노에게 SNS란?(존노는 매일 아침 자신의 SNS에 ‘모닝송’을 추천하는 등 팀원 중 가장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있다)
존 노 – SNS란 저에게 소통이에요. 이야기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요. 오늘은 아침에 스케쥴이 있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일어나자마자 추천곡을 올렸어요. 항상 눈뜨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거든요. ‘오늘의 노래’ 느낌으로 나름 의미를 넣기도 해요.
길 가다가 높이뛰기는 왜 했나.(SNS에 공개된 사진 중 김바울이 키 187㎝의 황건하를 뛰어넘는 듯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김바울 존노 고영열 황건하 – (일동웃음)
황건하 – 그때 같이 밥 먹으러 가면서 바울이 형이랑 스포츠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형한테 “형 운동신경이 좋은데?”라고 하니까 갑자기 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거예요. 잠깐 서보라고 하더니 뒤에서 제 어깨를 딱 짚고 저를 넘었어요.
존 노 – 근데 그걸 영열이가 찍었어요(웃음)
김바울 – 저희가 “뭐 해주세요” 하면 잘 못해요. 근데 가만히 두면 갑자기 이상한 걸 하면서 잘 놀아요.
앞으로 라비던스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고영열 – 미국 카네기홀에 서보고 싶습니다.
존 노 – 설 수 있어!(존 노는 2018년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김바울 – 월드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어떤 주제든 라비던스만의 색깔로 잘 녹여낼 자신이 있어요.
존 노 – 언젠가 코첼라 페스티벌, 그래미 시상식에도 서보고 싶어요.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의 모든 무대에 서보고 싶습니다. 저희가 9월6일날 한강 난지공원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여해요. 라비던스의 첫 야외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팬텀싱어3’ 준우승 남성 4중창팀 ‘라비던스’ “흥과 한을 담은 노래로 ‘K-크로스오버’ 새 길을 낼 것”
2020.07.20 / 경향신문 – 노정연 기자
소리꾼·성악가·뮤지컬 배우 이색 조합…이스라엘서 러브콜도
민요·팝·가요·월드뮤직까지…장르 매이지 않고 도전적 음악[경향신문]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팀 ‘라비던스’의 황건하·존 노·고영열·김바울씨(왼쪽부터)가 16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단전에서 터져나온 설움을 흩뿌리다가(남도민요 ‘흥타령’) 정신을 쏙 빼놓는 리듬으로 무대를 달군다(스티비 원더 ‘Another star’). 세상에 홀로 남은 듯 외로움에 몸서리치다가(전인권 ‘사랑한 후에’) 낯선 이국의 멜로디로 청중을 이끈다(이스라엘 가요 ‘Millim Yaffot Me’Eleh’).
월드뮤직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판소리꾼 고영열씨(27), 피바디 음대·예일 음악대학원 출신 ‘천재 테너’ 존 노(29), 따뜻하고 세련된 저음의 ‘인간 첼로’ 김바울씨(29), 무엇이든 흡수하는 ‘뮤지컬 원석’ 황건하씨(23)가 모인 남성 4중창팀 ‘라비던스’를 지난 16일 만났다. 얼마 전 막을 내린 JTBC의 남성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3>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그들에게선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 설렘과 흥분이 느껴졌다.
“우리 색깔과 철학을 보여줬기 때문에 만족해요. 앞으로 길게 갈 거니까 기대가 더 커요.”(존 노)
‘라비던스(RabidAnce)’는 ‘미친, 광적인’이라는 뜻의 라비드(Rabid)와 ‘안내자’라는 뜻의 가디언스(Guidance)를 합친 말로, ‘미친 음악으로 안내하겠다’라는 포부를 담았다. 소리꾼, 성악가, 뮤지컬 배우라는 전에 없던 조합이다.
이들은 다양하고 파격적인 무대로 경연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민요, 팝, 가요, 월드뮤직까지 종횡무진한 4번의 결승 무대에는 ‘반전’ ‘도전’ ‘실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결승 1차전의 남도민요 ‘흥타령’은 한의 정서를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재해석했다. “이 무대를 전 세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심사위원 김문정 음악감독의 찬사와 함께, 전통음악의 새로운 변주로 K-크로스오버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 우승팀이 결정된 결승 2차전에서는 이스라엘 가요 ‘밀림 야폿 멜헬레헤’(Millim Yaffot Me’Eleh)를 선곡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 무대는 이스라엘 현지 뉴스에 소개됐고, 세계적 뮤지션 이단 라헬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라비던스의 첫발이 시작된 셈이다.
4명의 음악천재가 우연히 빚어낸 마술 같은 무대 뒤엔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함께 부를 한 곡을 선곡하는데 4명이 각자 20곡씩 총 80곡을 가져왔어요. 혼자서 한 곡을 고를 때도 대충 20곡씩을 들었죠. 한 사람당 400곡씩, 총 1600곡 중에서 한 곡을 뽑아낸 셈입니다.”(고영열)
리더인 김바울씨는 “수많은 선곡 후보 중 단 한 번도 같은 곡이 나온 적은 없다”며 “4명의 음악적 토대가 다르니 더 다채로운 색깔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BTS 슈가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 등 ‘K-DNA’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국악 DNA를 장착한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가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물었다.
“국악인인 영열이가 있어서 외국 노래에도 한국인의 ‘한’과 ‘흥’을 담을 수 있죠. 라비던스의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김바울·존 노·황건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콜럼버스의 배’처럼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더 도전적인 음악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팀이 됐으면 합니다.”(고영열)
전체기사보기2020.07.28 / 이데일리 – 윤종성 기자
[뮤지컬 ‘렌트’ 김수하 인터뷰]
“미미와 마법같은 시간 보내는 중
내가 느끼는 감정 공유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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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사람들은 누구나 내면에 여러가지 모습을 품고 있잖아요. 새로운 배역을 할 때면 (내 안에서) 필요한 모습을 하나씩 꺼내 쓰는 기분이에요. 이번엔 ‘섹시함’을 꺼냈죠. 하하.”
뮤지컬 ‘렌트’에서 미미 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아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련의 여인(미스 사이공의 킴)도, 굳건한 신념으로 운명에 맞서는 여인(외쳐 조선의 진)도 모두 내 모습”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으로 활약했던 김수하는 약 5년의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해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에서 진 역을 맡아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곧장 뮤지컬 ‘렌트’에 출연하면서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김수하를 두고 뮤지컬계에선 차세대 스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렌트’에서 김수하가 맡은 ‘미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에이즈 환자로, 오직 오늘만을 위해 사는 클럽 댄서다. 겉보기에 밝고 섹시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순수한 캐릭터다. 김수하는 “미미를 연기하다 보면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걸 홀로 짊어져야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미미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유약했던 미미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배우로서 강점을 묻자 “집중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뭐든 하나에 빠져들면 모든 걸 쏟아붓는 성격이란다. 그는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순간 초집중 했다”며 “학교 다닐 때 이랬으면 전교 1등을 밥 먹듯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수하가 뮤지컬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와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뮤지컬 ‘플레이’를 보고나서부터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도, 해외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도 부모는 늘 그의 곁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돼줬다. 김수하는 “부모님이 항상 ‘도전해라’, ‘실패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요즘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는다.
김수하는 “할머니가 돼서도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예쁜 역할만 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면서 “최정원 선배님처럼 끊임없이 변신하며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욕심나는 배역을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위키드’의 엘파바 역을 얘기했다. 하지만 김수하는 ”지금은 내가 다른 배우들보다 잘 할 자신이 없다”며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대, ‘렌트’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는 김수하. 그는 “작품을 하면서 매일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는 마법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많은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렌트’는 오는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6만~1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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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
2020.07.19 / 뉴스컬처 – 김태윤 기자
[뉴스컬처 김태윤 기자] 뮤지컬 배우 전나영과 김수하가 닮은꼴 케미를 뽐냈다.
뮤지컬 ‘렌트'(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 제작 신시컴퍼니)에 출연 중인 배우 전나영,김수하가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컬처와의 인터뷰 전 사진 촬영에 임했다. ‘정말 자매 같고 닮았다’라는 스태프의 말에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지 않나요?!’라며 귀여운 주장(?)을 펼치기도 한 그들은 사랑스러운 자매 케미를 선사하며 촬영에 임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는 뮤지컬 ‘렌트’는 오는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85955334_1594482539.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85455332_1594482534.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85155331_1594482531.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84955330_1594482529.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84655329_1594482527.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90555336_1594482545.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500055339_1594482600.jpg)
![전나영·김수하, 똑닮은 자매처럼[주말N화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1200495455338_1594482594.jpg)
“힘 빼고 내려놓으니 내 안의 ‘렌트’가 보였어요”
2020.07.20 / 국민일보 – 박민지 기자
[인터뷰] 뮤지컬 ‘렌트’ 함께 출연하는 해외파 전나영·김수하
뮤지컬 ‘렌트’는 19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이다.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서 전나영(왼쪽)과 김수하는 각각 시위 퍼포먼스를 벌이는 행위예술가 모린과 에이즈에 걸린 스트립 댄서 미미를 맡았다. 권현구 기자
2010년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한국(계) 여배우 두 명이 잇따라 등장했다. 2013년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에 캐스팅 된 네덜란드 교포 3세 전나영과 2015년 대학 재학 중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킴 역으로 한국인 최초 웨스트엔드 주역으로 출연한 김수하다.
모든 뮤지컬 배우에게 ‘꿈의 무대’인 웨스트엔드에 섰지만 두 여배우에게 또다른 ‘꿈의 무대’는 한국이었다. 전나영은 ‘레미제라블’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의 권유로 2015년 한국어 버전의 오디션을 봤다. 당시 판틴 역으로 출연한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 ‘아이다’ 등의 여주인공을 잇따라 맡으며 한국에 정착했다. 단국대 재학중 일본의 ‘미스사이공’ 오디션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웨스트엔드에 선 김수하는 유럽 투어와 일본 무대에도 킴 역으로 출연했다가 지난해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두 여배우는 이번에 뮤지컬 ‘렌트’에 함께 출연한다.
전나영과 김수하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렌트’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힘을 빼고 연기하니 내 안의 ‘렌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996년 초연된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하는 록뮤지컬이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렌트’는 당시 마약, AIDS 등을 녹여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은 “‘렌트’는 날 것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감동도 그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AIDS에 걸린 시한부 스트립 댄서 미미 역의 김수하는 “미미가 극 중에서 19살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더 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진한 화장에 감춰진 순수한 눈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행위예술가 모린 역을 맡은 전나영은 “모린은 노숙자 등 이방인을 위한 시위 퍼포먼스를 펼친다”면서 “교포인 나도 이방인이어서인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두 여배우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웨스트엔드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김수하는 “영국 오디션을 앞두고 엄마가 ‘젊을 때는 실패도 경험’이라고 용기를 주셔서 런던으로 떠났다. 이후 극장에서 의상을 입어보고서야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다는 실감이 났다”면서 “하지만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을까’하는 마음이 드는 등 초반엔 많이 불안했다”고 떠올렸다. 전나영은 한국에 온 뒤 더블캐스팅 등 독특한 뮤지컬계 시스템이 낯설었다고 털어놓았다. 전나영은 “한국은 외국과 비교해 작품보다 배우에 쏠리는 관객의 관심이 더 크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배우 캐스팅의 장점도 발견하게 됐다. 무엇보다 경쟁심이 생겨 더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이번 ‘렌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막을 연 것이라 두 배우에겐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나영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른 배우, 스태프와 함께 작품을 올리기 위해 함께 헤쳐나간 어려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김수하는 “코로나19로 언제든 공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마지막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전체기사보기‘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
2020.07.25 / 뉴스컬처 – 김진선 기자
[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배우 김선영의 스펙트럼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다. 한 여성에서 팝스타, 명성황후, 초록 마녀 등 수많은 인물이 돼 무대를 채웠고 관객들을 움직였다. 공연계에서 ‘여왕’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힘, 감정은 김선영이기에 가능한 수식이다. 그런 김선영이 뮤지컬 ‘제이미’에 올랐다. ‘제이미’는 드랙퀸이 되고 싶어하는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김선영은 제이미의 엄마 마가렛이 돼 제이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응원한다. 매 작품을 통해 감동과 눈물, 전율을 전하는 ‘여왕’ 김선영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수상내역으로 드러난 ‘여왕’의 울림
!['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2415503879546_1595573439.jpg)
김선영이 받은 상은 종류별로 가득하다. 2000년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여우 신인상, 2007년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여우주연상, 2007년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 2007년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뮤지컬어워즈 딤프스타상, 2012년 제 6회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 인기스타상, 2015년 2015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공적상, 2019년 제 8회 예그린뮤지컬어워즈 올해의 배우상,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주연상을 받았다. 두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
#여왕이라 불리는 남다른 포스, 촉촉한 감성까지
!['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2415533979557_1595573620.jpg)
김선영이 맡은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어떤 역할도 ‘김선영화’ 시켜버려 관객들을 감화하게 한다. 1999년 데뷔 ‘페임’부터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로 눈길을 끌기 시작하더니 ‘렌트’ 초연 당시에는 모린으로 등장해 강렬함을 드러냈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앵콜 공연 때는 루시가 됐다. ‘미스사이공’에서는 크리스의 아내 엘렌으로 등장해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에비타’ 에바 페론,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로 무대에 올랐다.
루시에 이어 알돈자는 ‘인생캐'(인생캐릭터)로 불리며 ‘여왕’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데뷔 10주년에는 단독콘서트를 열었고, 2015년에는 두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뮤지컬 넘버 뿐 아니라, 자전적 이야기로 여왕의 빛나는 내면까지 드러냈다. 작품으로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김선영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화술을 ‘단독콘서트’를 통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2415540679559_1595573647.jpg)
김선영은 ‘여왕’답게 엘리자벳에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처절한 그의 감정이 담긴 ‘나는 나만의 것’은 지금까지 유튜브를 통해 전해질 정도로 중독성 강하다.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치게 만들정도로 마음의 물결을 일렁이게 한다. ‘살짜기 옵서예’ ‘스칼렛 핌퍼넬’에 이어 뮤지컬 ‘위키드’에서는 초록 마녀 엘파바가 됐다.
#엄마가 되어서도 변치 않는 매력
!['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2415554979565_1595573748.jpg)
!['여왕' 김선영이 관객을 움직이는 법[알쓸TMI]](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072415564279571_1595573802.jpg)
임신, 출산과 육아로 휴식기를 가진 김선영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곳은 DIMF였고, 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명성황후, 민자영이 된 김선영은 애절하면서도 폭발적인 음색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쓸어내리게 했다. 시린 마음을 저미는 김선영의 목소리는 엄마가 된 후 더 간절하고 애절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호소력 있는 깊은 울림을 전하는 목소리가 ‘레베카’에 닿았다. 김선영이 분한 댄버스 부인은 또 한 번 인생캐가 됐다. 창작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 출연한 그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관객들을 만났다. 프란체스카로 관객들의 내면까지 후벼판 김선영은 ‘호프’로 또 한 번 정점을 찍었다. 그의 무대에 관객들은 ‘여왕’이라는 수식을 다시 상기시켰다.
다시 오른 ‘보디가드’에도 오른 김선영. 작품의 품격을 높이듯, 김선영의 레이첼 마론은 휘트니 휴스톤을 잊게 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전체기사보기[스타톡] ‘제이미’ 김선영 “배우라서 더 워라밸이 중요하다 느껴요”
2020.07.20 / 서울뉴스핌 – 양진영 기자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가슴이 벅찰 만큼 애절한 모성애를 그려낸다. 실제로 아들을 둔 엄마로서, 2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배우로서 매일 뜨겁게 무대에 오른다.
김선영은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제이미’에 마가렛 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 작품은 드랙퀸(여장 남자)을 꿈꾸는 조금 특별한 아들 제이미와 엄마 마가렛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 김선영은 “얘기를 듣자마자, 하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다”고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게 제 상황과도 맞닿아있고, 당연히 마음이 끌렸죠. 그 전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모자 서사를 그린단 생각에 맘이 움직인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아이가 5살밖에 안됐지만, 커서 어떤 인생을 살 지는 모르는 거죠. 제이미 같은 선언을 할 수도 있고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나는 과연 우리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게 될 것인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엄마니까 편안하게 할 수 있겠지 했던 것과 달리 연습할수록 ‘나는 과연 어떤 엄마가 될까,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계속해서 고민에 부딪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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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20 pangbin@newspim.com |
김선영은 21년간 활동하며 대극장의 대작 무대의 여주인공 역은 모조리 거쳐온 배우다. ‘제이미’에서는 조연으로 분량은 크지 않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직접 마가렛 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름대로는 ‘준비 아닌 준비’를 하게 됐다고. 동시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온전히 엄마’인 마가렛을 그리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도 있었다.
“제이미 같은 상황이 오기 전까진 모를 것 같아요. (웃음) 그럴 때 제가 과연 어떨지, 장담은 못하죠. 그래도 연습은 시켜주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널 사랑하고, 지지할 거라는 마음이 변하진 않을 테니까요. 작품 보시면 아시겠지만 입는 옷부터 아주 수수하고, 속눈썹도 안붙이고 나와요. 맨발로 무대에 서고요. ‘화장기 없는 얼굴’이라고 누군가 적어주신 걸 보고 마가렛답게 표현되고 있구나 싶어 좋았어요. 일상의 엄마의 모습이라 편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마가렛 역 역시, 김선영이 살아보지 않은 삶과 고민을 마주하는 캐릭터라는 게 숙제였다. 특별한 아들을 둔 엄마, 남편과 헤어져 홀로 살아가는 여인, 그 무엇도 아닌 엄마로만 살아가는 존재로서 마가렛은 김선영이 표현해내기에 마냥 쉬운 인물은 아니었다.
“전작보다 몸은 조금 편할 수 있지만 삶의 아픔들이 드러나는 장면이 참 어려워요. 아들과 결정적인 순간에 충돌하고 나서 부르는 ‘He’s My Boy’도 그렇고요. 어느 때보다도 감정이 깊게 들어가는 느낌이죠. 남녀간의 사랑도 있지만, 엄마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계산되는 게 아니잖아요. 나름대로 진폭이 있는 관계죠. 저는 엄마이자 배우지만, 마가렛은 그냥 아들만 돌보는 엄마예요. 어떻게 보면 온전히 살아보지 못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거죠. 그 무엇도 아닌, 단지 엄마가 돼보기에 집중하려 했어요.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만 바라보며 기르는 마음이 어떨까. 어떻게 내면으로 이 삶을 받아들일까. 철저히 더 일상적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집에선 더 열심히 엄마로 살아보기도 했어요.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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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20 pangbin@newspim.com |
특히 김선영은 극장을 찾은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제이미’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작품에서는 제이미가 실제로 드랙 연기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또 생각보다 가족과 사람들의 관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누구나 마가렛을 보면서 부모님을 떠올리고, 제이미를 보면서 실제 아들, 딸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이 공연의 특징이다.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면서 점차 명확해졌어요. 드랙퀸이라는 소재를 빌려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는구나 느꼈죠. 사람간에 지켜야 할 것들, 편견, 차별, 이런 게 서로를 얼마나 아프게 하고 죽이는지. 그걸 넘어서 사랑해주고 관심을 줄 때 어떻게 한계를 넘을 수 있는지 보여주죠. 나이가 드신 분들조차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게 한달까요. 제이미의 드랙쇼 장면은 안나오거든요. 그게 또 센스인 것 같아요.(웃음) 그 신이 없어도 충분히 의미있는 얘길 할 수 있어 신선하죠. 1차원적으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뭘 했든, 편견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들이 기분 좋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구조가 특별해요. 많이 고민하고 만들었구나 싶더라고요.”
‘제이미’에서는 아들사랑이 지극한 엄마지만, 전작인 ‘보디가드’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곡을 13곡이나 라이브로 선보이는 도전을 했다. 21년이 지났어도 팔색조처럼 대극장을 누비는 그에게 계속해서 큰 작품의 주역을 맡아주길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는 “계속 그러면 제가 지겨워지실 걸요”하면서 웃어보였다.
“‘보디가드’ 했으니 이런 것도 한번 해보는 거죠. 마가렛도 존재감이 큰 역이고 2막에서 아들을 향해 확 감정을 쏟아주잖아요. 그런 장면도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닌데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니까 저도 재밌어요. 체력적으로 안배도 좀 하고, 연말에는 다시 돌아가야죠. ‘보디가드’는 연습과정이 고됐지만 공연은 즐겁게 했어요. 언제 또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이렇게나 열창하겠나 싶었죠.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거에요.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걸 계속 가져가는 게 비정상적이지 않을까요. 100세 시대라고는 해도 40대, 50대에 할 게 있는 거죠. 다만 지나온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잖아요. 저도 크게 아쉬울 때가 있었어요. 하하. 지나와서 한발짝 물러서서 작품을 바라보면 더 채워야 할 게 많았죠. 이런 생각도 자연스러운 거고요. 5년 후에는 제가 또 무슨 얘길 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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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20 pangbin@newspim.com |
몇년 전부터 김선영은 작품을 풍부하게 하고, 상대방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로 살아가길 바랐다. 지금도 ‘제이미’ 시작 전에는 배우들이 한순간이라도 엄마처럼 느껴지길 바라고, 한번 더 얼굴을 쓰다듬는다고. 그런 그가 몇년째 다작을 하면서 배우로서 원동력을 잃지 않는 이유는 다름아닌 가족, 그리고 일상이었다.
“스스로 만족스러워요. 바쁜 와중에도 항상 아이를 보면서 일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죠. 더 집중하고 잘할 수 있어요. 지금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나중에도 그렇거든요. 그럼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할까요. 24시간 붙어있을 수 없지만 더 최선을 다해 살자는 맘이 들죠. 일 하면서 조금 나른해질 때도 시간이 너무 금쪽같아요. 아이를 떼어놓고 왔으니까요. 육아가 힘들다고 해도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그런 밸런스가 더 힘나게 해줘요.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그 에너지로 또 다른 인물이 돼보죠. 배우라서 워라밸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일상을 아줌마 김선영으로 살다가 일하는 순간엔 완전히 집중력을 발휘하는 거죠.”
연륜과 연차가 쌓인 배우들은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작품의 메시지가 잘 맞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곤한다. 20년차를 훌쩍 넘긴 뮤지컬계의 대선배로서, 김선영도 그럴까. 그 역시도 “가능하다면 제 대사 한 줄이라도 누군가에게 치유의 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업계에서, 팬들에게 김선영이 줄곧 ‘여왕’이라 불려온 이유를 알 듯 했다.
“대극장에서 멋진 역을 하든, 소극장에서 소박한 역을 하든 뭔가 제 연기와 뱉는 대사 하나가 사람들의 치유가 되는 순간이었음 해요. 어릴 땐 막연히 그랬고, 조금 구체화됐죠. 그런 명분이 있어야 배우 생활을 오래하겠단 생각도 들고요. 다들 힘든 시기고, 이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내일 당장 무대에 못설 지도 모르는 현실을 살고 있잖아요. 한 순간을 무대에 서더라도,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사람들이 지금 보고 싶어하고 원하는 것들과 맞닿아있으면 좋겠어요. 평소에 유쾌하고 밝게 살다가도, 역할로 들어가서 집중할 에너지를 남겨놔야 한단 생각도 종종 하죠. 귀한 메시지를 전하고 노래를 해야 하는데 생각들을 한번 더 정리하고요. 많이 부족하고 결핍도 많은 사람으로서 뭘 채워야 진짜처럼 표현해드릴까. 늘 고민해요. 결국 배우는 성찰이 있어야 새로운 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전체기사보기‘제이미’ 김선영 “조권·신주협·MJ·렌 매력 다 달라…대단한 친구들”
2020.07.20 / 서울뉴스핌 – 양진영 기자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제이미’의 배우 김선영이 조권, 신주협, MJ, 렌까지 네 명의 제이미와 호흡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선영은 20일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웨스트엔드 신작 ‘제이미’의 초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작품 안팎의 얘기를 들려줬다.
이날 김선영은 네 명의 제이미들과 연습 과정을 떠올리며 “정말 네 명이 다 다르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조)권이는 이미 아시겠지만 이미지가 찰떡이기도 하고 제이미 탄생 전부터 그를 이해하는 것 같다. TV에서만 봤는데 깝권인 줄만 알았다. 생각보다 너무 차분하고 진중하고 맏형으로서 동생들 다 챙기는 거 보면서 멋있고 근사한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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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7.20 pangbin@newspim.com |
이어 “(신)주협이는 원래 뮤지컬을 해오던 친구고 제가 물어보니까 주협이가 제일 상남자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본인도 이 작품을 하고 싶긴 했는데 이렇게 내려놓을 줄 몰랐다는 거다. 이번에 8kg나 체중을 감량하기도 하고 손끝발끝까지 제이미를 만들어냈다. 무슨 작품을 해도 너무 잘 맞춰서 해낼 친구다”라면서 감탄했다.
또 아스트로 MJ(김명준)를 떠올리며 “얼굴이 정말 작아서 굉장히 순하고 작은 강아지같다. 넷 중에 아마 제일 샤이한 친구가 아닐까. 처음에 어떻게든 잘해내려 하는데 익숙치 않으니 고생을 하다가 마지막에 가장 많이 놀랐다. 테크리허설 하는데 완전 딴사람이었다. 좀 안쓰럽고 안아주고 싶은 제이미다. 소년같은 느낌이 확 산다”고 말했다.
뉴이스트 렌(최민기) 역시 그만의 매력이 확고하다고. 김선영은 “민기는 민기같다. 너무 사랑스럽고 실은 연습실에서는 많이 다들 걱정을 했다. 원체 끼가 많은 친구라 주체를 못한다. 막상 무대에 올라오니 그 아이만이 뿜어내는 날것의 에너지가 있더라. 민기만의 제이미를 하니까 사랑받기 충분한 것처럼 느껴진다. 완전 야생마같은데 저게 무대에서 괜찮을까 싶었다. 민기가 무대하는 거 보면서 레이 역의 정영아씨와 저도 모르게 현실 웃음이 터진 적도 몇 번 있다”면서 “정말 네명 모두 대단들하다”고 털어놨다.
김선영은 ‘제이미’에서 제이미의 엄마 마가렛 역을 맡아 최정원과 더블 캐스트로 활약 중이다. ‘제이미’는 드랙퀸을 꿈꾸는 고등학생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로 오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