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현식의 명곡들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뮤지컬 <사랑했어요>(기획/제작 ㈜호박덩쿨)가 열기 가득한 상견례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뮤지컬 <사랑했어요> 상견례 현장에는 정세훈, 성기윤, 고유진, 홍경인, 김용진, 세븐, 강승식(빅톤), 박정혁, 선율(업텐션), 신고은, 박규리, 임나영 등 작품을 이끌어 나갈 주연 배우들과 작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위양호, 고혜성, 성은, 김미려, 김나희, 정진욱, 류성훈, 이재형, 정철호 등 조연 및 앙상블 배우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작품의 방향성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작품을 향한 셀렘과 기대감이 가득한 분위기로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봄 여름 가을 겨울’등 故김현식의 주옥 같은 곡들의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가 뮤지컬로 재탄생해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곡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며 가슴을 울리는 진한 감성으로 올 가을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공연개요 | ||||||||||||||||
공연명 |
뮤지컬 <사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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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
광림아트센터 BBCH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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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간 |
2021년 8월 14일(토) ~ 2021년 10월 31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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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 |
(월 공연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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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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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이상 관람가 / 미취학 아동 관람 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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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현재 이준혁 조장혁, 정세훈, 성기윤 | 과거 이준혁 고유진, 홍경인, 김용진 | 윤기철 세븐, 강승식(빅톤), 박정혁, 선율(업텐션) | 김은주 신고은, 박규리, 임나영 | 안호준 위양호, 고혜성 | 최미애 성은, 김미려, 김나희 | 박두식 정진욱, 류성훈 | 나영남 이재형, 정철호 | 앙상블 남궁민희, 전소영, 이은지, 이호연, 김강진, 서은혜, 전기수, 김지연, 김성재, 강수민, 최우성, 강태욱, 이예빈, 이준호, 오하은 | 스윙 곽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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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진 |
작사/작곡 故김현식 외 | 기획/프로듀서 신병철 | 협력 프로듀서 송승종 이창섭 김동선 정찬우 박정수 | 대본 박연주 | 연출 임영근 | 편곡/음악감독 강수진 | 안무 서병구 | 무대디자인 박동우 | 조명디자인 이주원 | 음향디자인 이세용 | 영상디자인 박준 | 의상디자인 도연 | 소품디자인 조윤형 | 분장디자인 김유선 | 특수효과 하동선 | 기술감독 김미경 | 프로덕션무대감독 노병우 | 제작감독 김대우 | 제작PD 박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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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처 |
인터파크, 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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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호박덩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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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대행 |
㈜펀에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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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마케팅 |
오픈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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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오픈리뷰㈜ 1588-5212 |
단아한 외모, 청아한 목소리, 깊이 있는 연기와 노래까지. 매 무대마다 본인만의 색채로
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주는 배우 조정은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일과 사랑, 그리고 꿈은 무엇일까.
무대 위 배우 조정은의 모습은 흡사 고려청자를 닮았다. 화려하기보다는 단아하고, 강렬하게 빛을 내뿜기보다는 고고히 그러모은다. 그 단단하고 섬세한 빛줄기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이내 그에게 매료된다. 팬들은 이런 그를 ‘선녀’라고 부른다. 곱씹을수록 어울리는 닉네임이다. 선녀 같은 그가 무대에 오른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뮤지컬 <피맛골 연가>, <닥터지바고>, <엘리자벳>,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등 제목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자아내는 대형 뮤지컬의 주역으로 활약한 그는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여자 배우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명실공히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다.
정작 배우 본인은 뮤지컬이 처음부터 꼭 맞는 옷은 아니었다고 한다. 장르 특성상 몸짓부터 발성, 노래, 연기, 감정표현까지 모든 걸 무대에서 쏟아내야 하는 뮤지컬이 자신의 타고난 ‘결’과 적잖이 다르다고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 한국 초연에서 ‘미나’ 역할에 캐스팅되면서 그의 뮤지컬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 스펙타클한 무대 장치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당시 2개월 만에 10만 관객을 모으며, 2주간의 재연 공연에서는 3000석 이상의 객석을 메우며 매 시즌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정은이 맡은 ‘미나’는 드라큘라에 대한 자신의 수많은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다. 현재의 삶에서 약혼자 조나단을 뿌리치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죽음으로 이끄는 드라큘라에 대한 이끌림과 연민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다.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지만 조정은은 도전해보기로 했다.
단, 혼자가 아닌 연출가와 배우들과 함께 상의하며 상상 속 미나의 실체를 그려 나갔다. 그 과정이 그는 좋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얻는 배움과 재미, 감동은 조정은이 뮤지컬 배우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큰 보폭으로 진화하는 데 단초가 됐다. 그래서일까. 최근 다시 ‘미나’로 돌아온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는 파트너”라고 했다. 배우 조정은이 말하는 뮤지컬 <드라큘라>의 찐 매력과 무대 안팎의 인간 조정은에 대해 두루두루 이야길 나눠봤다.
우선, 2014년 초연과 지난해 삼연에 이어 2021 시즌 드라큘라에 합류한 소회가 궁금해요.
“사실 이번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처음엔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죠. 혹시라도 관객들이 ‘또 나오나’ 하실까 봐요.(웃음) 그런데 일단 지난해 삼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한 달가량 일찍 막을 내려서 아쉬움이 컸어요. 무엇보다 이 작품에 제가 정말 애정이 크거든요.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사람들과 다시 무대에 서는 것도 반갑고, 새로운 캐스트들과의 조합은 새롭고, 즐거워요. 여전히 미나의 노래와 연기는 까다롭지만, ‘이것 역시 (더 나은 것을) 찾아가는 거구나’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나 역을 맡으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고 들었어요. 복잡 미묘한 미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나요.
“아직도 머리로는 그녀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항상 ‘일 더하기 일은 이’라고 딱 떨어지듯 설득되는 게 아니잖아요. 때때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제자리에 머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일들도 생기고요. 그래서 미나를 연기할 때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나요.
“초연 작업을 할 때 연출님과 미나 역할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길 나눴어요. 당시만 해도 미나에 대해 ‘딱 이거다’라고 정해진 게 없었죠. 그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점이자 매력이었어요. 정해진 게 없어서 제가 상상하는 미나, 그리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그려 나가는 미나를 연기하면서 제가 비로소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들을 통해 저는 그간 제가 발견하지 못한 제 내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점이 작품에도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시너지를 줬다고 할까요. 저에겐 그야말로 ‘파트너’ 같은 존재인 작품이랍니다.”
작품 속 드라큘라의 유혹처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좀 평소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에 대해서든, 일에 대해서든 머뭇거리거나 미리 앞서 결과를 고민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쉽게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정말 앞뒤 안 재고 ‘아, 이거다’ 했던 건 유학이에요. 그건 정말 꼭 해야 했어요.”
왜인가요.
“그때는 정말 ‘이제 더는 못하겠다’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당시 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학 가는 게 마냥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고민은 없었어요. 그땐 정말 그게 꼭 필요했어요.”
혹시 아직도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나요.
“지금은 배움에 대한 갈증보다는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그게 뮤지컬이든 어떤 것이든 뭔가를 창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더 생겨나요.”
그게 꼭 연기가 아니더라도요.
“네네. 심지어 그게 목적과 결과가 명확한 공연의 형태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꼭 무엇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기보다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 혹은 뜻이 맞아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디벨로핑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가령, 2019년 제 단독콘서트를 했을 때도 (이런 갈망들이) 일정 부분은 좀 해소가 됐기도 했어요. 처음이었기에 만들어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아, 이래서 콘서트를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제작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완벽주의자 성향을 좀 내려놓았다고 들었습니다. 변화가 있었나요.
“네, 그럼요. 사실 예전에 저는 ‘난 좀 뮤지컬이란 장르랑 안 어울리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그래서 기존 틀에 무작정 저를 맞추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 소리를 냈다기보다는 되고 싶은 걸 흉내 내고, 자꾸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들이 제가 타고난 성향이나 ‘결’과는 좀 다르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뭐든 완벽할 수 없고, 내 안의 진짜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만족할 수 없더라고요. 완벽주의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을 학대하지 않으려 해요. 그저 매사 최선을 다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세 명의 드라큘라와 호흡은 어떤가요.
“정말 잘 맞아요. 준수 씨와 동석 씨는 이전 시즌에서도 합을 맞춰서 편하고, 새롭게 만난 성록 씨랑도 과거에 여러 작품에서 만났거든요. 그래선지 호흡도 잘 맞고 성록 씨를 통해 이전에는 몰랐던 작품 속 의미들도 새롭게 발견하게 돼요. 무엇보다 3인 3색 드라큘라가 저는 정말 좋아요. 같은 작품이지만 각 드라큘라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매회 그날만의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 제안이 들어오신다면 어떠세요.
“몇 차례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생각지도 못한 제안들이 온 적이 있어요. 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죠. 과연 그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혹은 새로운 제작 환경에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고사한 적이 있어요. 만약 또 그런 기회가 온다면 가장 ‘조정은다운’ 모습부터 자연스럽게, 작은 것부터 해보겠다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직까지 큰 계획은 없습니다.”
벌써 데뷔 20년이에요. 격세지감을 느끼시나요.
“크게 다른 건 모르겠고, 확실한 건 하나 있어요. 선배보다 후배가 현저히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후배들이 인사할 때요. 요즘도 <드라큘라> 연습이나 공연하러 가면 후배들이 ‘안녕하십니까’라며 아주 소스라치게(?) 인사해요.(웃음)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이 친구들과 나이나 경력이 많이 차이가 나는구나’ 싶죠.”
눈에 띄는 후배가 있나요.
“저는 현재 같이 공연하는 예은 씨요. 예은 씨는 저한테 없는 에너지가 정말 많아요. 항상 배역을 깊이 연구하고, 열심히 하죠. 무엇보다 무대를 즐길 줄 아는 배우예요. 처음 예은 씨를 본 건 뮤지컬 <레미제라블> 연습실에서였어요. 그때는 예은 씨가 앙상블에 참여했는데 이후 <드라큘라>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와, 이렇게 잘하는 친구구나’ 싶었죠. 막상 이번에 함께 해보니까 더는 그저 후배란 느낌이 안 들어요. 심지어 이제는 예은 씨가 저를 이끌어 갈 때도 있답니다.”
배우의 삶이 고단할 것 같은데 평소에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저는 정말 특별히 뭘 안 해요. 그저 가만히 있어요. 졸리면 자고, 몸의 긴장을 빼려고 해요. 심지어 음악을 많이 듣는 편도 아니에요. 그런 것도 쉴 때 저한테는 피곤하게 느껴져서, 그저 가만히 저를 두려고 해요. 아, 간혹 김연아 선수의 과거 스케이팅 모습이나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레 무대,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를 종종 찾아볼 때는 있어요. 그것들을 통해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그 외에는 종종 동네 친구랑 근처 대학교 캠퍼스에 산책을 가거나 맛있는 것 함께 먹는 거 좋아합니다. 제가 또 배고픈 건 잘 못 참아요.(웃음)”
작품이 끝나면 긴 휴식을 갖는 편인데, <드라큘라>가 끝나면 또 어떤 쉼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혹시 추후 작품 활동이나 콘서트 계획이 있으신지요.
“올해는 쉬지 않으려고요.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은데 아직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더라고요. 다만, 올해든 내년이든 온라인상에서라도 기회가 된다면 공연이든 뭐든 한번 팬들과 만나보려고 구상 중이에요. 온라인상의 만남도 재밌고 좋더라고요.”
수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셨는데 유독 합이 좋았던 배우나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 있나요.
“파트너들마다 저한테 좋은 영향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그중 지금 생각나는 분들을 꼽자면 뮤지컬 배우 박은태 씨와 김준수 씨요. 은태 씨는 뮤지컬 <피맛골 연가>에서 만났어요. 일단 은태 씨는 사람들을 참 편하게 해줘요.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고, 어딜 가도 적응력이 빠르더라고요. 거추장한 체면치레도 없고, 늘 상대에 대한 배려가 깊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어떤 작품에서 만나도 편할 것 같아요. 준수 씨는 뭐랄까 저한테 없는 걸 참 많이 가진 친구예요. 무엇보다 감각이 뛰어나고요. 갖고 있는 에너지도 크고, 그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어떻게, 폭발적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 늘 밝고 긍정적이고, 똑똑해요. 드라큘라를 할 때도 자기 배역만을 하는 게 아니라 극 전체를 꿰뚫고 시너지를 내죠.”
드라큘라는 결국 사랑에 대한 얘기잖아요. 배우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실 좋아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질 못해요.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훅 빠지기도 하죠. 저는 저에게 없는 매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게 연기든 노래든 성격이든 저에게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이요. 보태어 제가 감정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안정되고 무던히 저를 지켜줄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제 약점을 편하게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이면 참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돈과 시간, 심지어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장을 온다는 건 엄청난 열정이거든요. 그리고 배우들에게 쏟아주시는 관심과 자비 등을 느낄 때면 제가 참 좋은 직업을 갖고 있구나 싶죠. 감사해요.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와서 막이 오르고 내리는 2시간 30분 동안 아무 방해 없이 작품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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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던스가 팀으로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첫 콘서트다.
‘팬텀싱어 3’ 준우승팀인 라비던스는 소리꾼 고영열, 테너 존 노, 베이스 김바울, 뮤지컬 배우 황건하 4인조로 구성됐다.
라비던스는 클래식과 팝페라뿐만 아니라 국악, 월드 뮤직에 이르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특히 경쾌하고 신나는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70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7월초 발매 예정인 첫 미니 앨범 ‘프리즘’(PRISM)의 수록곡을 선공개한다.
지난해 싱글 ‘고맙습니다’, ‘이별가’ 이후 장고 끝에 내놓은 이번 앨범은 4인 멤버들의 개성을 끌어내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공연은 젊은 에너지의 디토 오케스트라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지휘자 이병욱이 함께 한다.
1부는 클래식, 국악, 뮤지컬 넘버(노래) 등을 오케스트라와 보컬의 사운드로 재구성했다.
2부에서는 라비던스의 스페셜티인 에너지 넘치는 음악에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더해져 폭발력 넘치는 시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공연은 27일 오후 3시, 7시 30분 두 차례 열린다. 관람료는 4만~12만원.
“안녕하세요, 히히~.”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는 양희준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단처럼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학생 창작 뮤지컬로 시작해 상업 뮤지컬로 재탄생한 작품. 서울예대 출신인 양희준은 초창기부터 3년 넘게 단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시조의 나라 조선, 그러나 시조 짓는 일이 금지된 시대. 주인공 단은 백성의 흥과 한을 시조 가사에 담아 당당히 시조를 읊고 다니는 인물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양희준의 첫 뮤지컬이며, 이 작품으로 그는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은 공연 실황 영상으로 제작돼, 5월 13일 극장 개봉했다.
-스크린에 걸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보니 어떻던가.
=어색했다. 스크린이 너무 커서 표정과 몸동작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보여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의도하지 않은 표정이 카메라에 포착됐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고,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인상 자체도 영광이었지만, 함께 연기한 김수하 배우와 같이 상을 받아서 더 기분 좋았다. 한 작품에서 두명의 주인공이, 그것도 두명의 신인배우가 함께 신인상을 받는 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 영광스러웠다.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위에선 ‘상 받을 것 같으니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도 했는데, ‘그래, 내가 상을 받을 수도 있으니 소감을 준비해볼까?’ 이런 생각은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상을 못 받으면 그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웃음)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서울예대 학생들이 만든 창작 뮤지컬을 상업 뮤지컬로 발전시킨 작품인데, 창작진이 같은 학교 선후배들이다. 나는 학교에서 무대에 올릴 때부터 참여했다. 처음엔 내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맞나 싶었다. 당시 졸업생 신분이었는데, 왠지 졸업한 선배가 후배에게 갈 기회를 빼앗는 기분이라 불편함이 있었다. 나중에 우진하 연출님이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 함께하자고 제안하셨고, 그땐 거절할 수 없었다.
-아픔을 숨기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단은 소년 만화의 주인공 같은 면모를 가졌다.
=공연을 할수록 나만의 숙제처럼 무언가 더 찾고 싶었다. 텍스트에선 단의 밝고 천연덕스럽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부각돼 있다. 처음엔 단의 그런 면모를 어떻게 재밌게 살릴까 했지만 점점 밝은 면 뒤의 어두운 면을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의 아픔과 슬픔에 최대한 공감하면서 인물을 구축하려 했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공연 때마다 실제로 눈물을 흘렸나.
=그렇다. 공연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 더 많이 울고 조금 울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항상 울었다.
-듣기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녔다. 노래도 편안하게 귀에 감기더라.
=노래를 잘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다. 항상 노래가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내가 가진 소리를 얼마나 더 자유롭게, 얼마나 더 듣기 좋게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갈고 닦는 과정에 있다.
-춤, 노래, 연기 중 노래가 제일 어렵나.
=순서를 매기기 어려울 만큼 셋 다 너무 어렵다. (웃음) 뮤지컬 배우라면 노래 실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제일 어려운 게 무엇이라고 순서를 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힙합,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다양한 안무도 소화해야 했다.
=춤을 워낙 좋아해서 안무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는데, 학교에서 공연할 땐 연습할 공간이 없어 고생했다. 시멘트 바닥에서 구르며 춤추기도 했고, 더운데 모기 물리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그러다 상업영화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안무 연습실이 생겼다. 그때 ‘우와, 우리 성공했다’ 싶었다. 에어컨이 있는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언제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꿨나.
=중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축제를 하면 무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밴드부 활동을 했다. 밴드부의 보컬이었다. 대학 진학할 땐 꿈을 좇기보다 현실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과가 어디일까 고민하다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깨달았다.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바로 자퇴했다. 난 무대에 서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군대에 갔다. 어차피 군대는 가야 했고, 꿈만 꾸며 허송세월하기 싫어 군대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제대하고 연기과 입시를 준비했고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이게 다 군대에서 치밀하게 짠 계획이었다. 생각보다 계획한 것들이 빨리 이루어졌다.
-그때의 계획대로라면 몇살쯤 뮤지컬 주연을 할 거라 생각했나.
=35살쯤 돼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웃음)
-뮤지컬 배우가 돼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다. 그다음 단계도 고민하고 있을 텐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나.
=원래는 무대에만 서고 싶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두 장르만 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최익환 감독님이 연출하고 장현성, 이일화 배우가 출연한 <마이썬>에서 기철 역을 맡았다. 뮤지컬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다 극과 캐릭터에 온전히 스며들게 된다면 영화는 순간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연기해야 한다. 그만큼 부담도 됐지만 장인이 공들여 무언가를 만들듯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하며 장면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도 소화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주인공 진 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는 탄탄한 노래 실력과 생기 넘치는 연기로 단번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반의 딸이지만 자신의 신념을 따라 씩씩하게 살아가는 진의 모습이 김수하의 야무진 모습과도 퍽 잘 어울린다.
김수하는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먼저 데뷔했다.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앙상블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고, 이후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며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후 <렌트>와 <포미니츠>로 인상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매력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실황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다음해 <렌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려서부터 꿈꾸던 뮤지컬 시상식장에 후보자로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신인상 받았을 땐 정말 기뻤다. 그러고 1년 뒤에 <렌트>로 큰 상을 받았는데, 상이 주는 무게감이 꽤 컸다. 당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중이었고, 여우주연상을 받은 다음날도 공연이 있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는지 <나의 길>이라는 솔로곡을 부르고 난 뒤 무대 뒤에서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엔 어떻게 합류했나. 오디션을 본 건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스 사이공> 월드 투어 공연을 하고 있었다. 투어 막바지에 스위스에 있었는데, 그때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제작한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스위스로 나를 만나러 오셨다. 내가 진 역할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고, 그렇게 해서 이 작품이 내 한국 데뷔작이 됐다.
-진은 전국에 시조 금지령을 내린 시조대판서의 딸이지만 시조의 부흥을 꿈꾸며 골빈당 활동을 한다. 아버지의 뜻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인물이다.
=처음에 진은 정의롭고 영웅적인 모습이 강했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이 인물이 단편적으로만 보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도 인간적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걸 보여주면 관객이 더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정의를 위해 나서는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양반의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백성들과 함께할 때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식으로 진의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불의를 참지 못하는 진의 의협심은 내 실제 성격과 닮았다.
-고음이 매력적이다. 어려서부터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꽤 들었을 것 같다.
=꽤 들었다. (웃음) 그런데 뮤지컬에서 노래를 잘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에선 캐릭터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그래서 뮤지컬을 할 땐 노래를 잘해야겠다가 아니라 캐릭터의 이야기를 잘 표현해야겠다, 캐릭터의 생각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노래한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과 대학로 소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을 봤는데,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 앞에서 장기자랑하는 걸 좋아했고, 학교에서도 동요부르기 대회에 종종 나갔다.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지만 연기도 하고 싶었다. 뮤지컬 배우는 그 모든 걸 충족시키는 일이었다.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뮤지컬 데뷔를 했다. 특별한 데뷔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맹성연 작곡가님을 통해서, 일본 <미스 사이공> 공연에서 주인공 킴을 연기할 신인배우를 찾고 있으니 응해보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다. 대학교 4학년 올라갈 즈음이었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작곡가님의 남편이기도 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고 일본에 가서 오디션을 봤다. <미스 사이공>을 비롯해 캐머런 매킨토시(<레 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제작한 세계적 뮤지컬 제작자._편집자)의 뮤지컬은 그가 직접 최종 오디션 영상을 보고 캐스팅 확정을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내 오디션을 캐머런 매킨토시가 봤고, 마침 영국 웨스트엔드에 올리는 <미스 사이공>에 앙상블과 킴 커버(대체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영어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당장 영국으로 오라더라. 무작정 짐을 싸서 영국에 갔다. 이 모든 일이 한달 안에 이루어졌다.
-혼자 외국에서 대형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뭘 잘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어도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한달 동안 매일 울면서 악보를 보다가 잠들었다. 그야말로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당시 핸드폰 메모장에 ‘내가 킴의 옷을 입을 자격이 있을까’라고 쓰기도 했다. 킴의 의상을 입어보고 나서 적은 메모였다. 그 옷을 입으면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이 없었고, 불안했다. 그때 배운 건 인생은 혼자라는 것,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거였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된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영화도 찍었다고.
=유연석 배우와 올가 쿠릴렌코가 출연하는 프랑스영화 <고요한 아침>을 찍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캐스팅 디렉터가 추천해줘서 오디션을 봤다. 학생 때 영화과 친구들의 영화엔 출연해봤지만 상업영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소속사 대표님에게 영화는 영 자신이 없다고 말했는데 첫 촬영 끝나자마자 영화 또 찍고 싶다고 말했다. (웃음) 뮤지컬과는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앞으로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까.
=배우 전미도 선배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이미 그전부터 뮤지컬계의 스타였는데,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배의 진가를 알게 됐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세상 사람들이 전미도 선배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알게 돼 진심으로 기뻤다. 나 역시 기회가 닿는다면 뮤지컬뿐 아니라 연기를 할 수 있는 곳 어디서든 연기를 하고 싶다.
토니어워즈 8관왕,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수상 등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군 뮤지컬 <하데스타운>(프로듀서 신동원/제작 에스앤코)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한국어 공연으로 오는 8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뮤즈와 인간의 혼혈로 절대적 위력을 지닌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이자 봄을 불러올 노래를 만들고 있는 몽상가 오르페우스 역에는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이 캐스팅됐으며 <하데스타운>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관객들을 새로운 뮤지컬의 세계로 인도할 헤르메스 역에는 최재림과 강홍석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익숙한 여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장난기 많고 자비롭지만 때론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는 페르세포네 역은 김선영과 박혜나가 맡았으며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강인하면서 독립적인 영혼을 지닌 오르페우스의 뮤즈 에우리디케는 김환희와 김수하가 그려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하 광산을 운영하는 지하 세계의 주인이자 왕 하데스는 이름만으로도 무게와 신뢰를 안겨주는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이 연기한다.
역사적인 한국 초연을 이끌 12명의 배우들을 살펴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이들이 국내 뮤지컬 시상식에서 휩쓴 트로피만 21개에 달한다. 수상의 기록으로 증명되는 명실상부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가창력과 연기력은 물론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만남은 다채롭고 흥미로운 순간을 그려내며 가장 완벽한 하모니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은 2007년 데뷔해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며 주역을 꿰찬 실력파이다. 평단과 관객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는 타고난 센스와 감정을 자랑하는 그는 2019년에 출연했던 각기 다른 두 작품 뮤지컬 <더데빌>과 <시라노>로 그 해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또한 JTBC 음악 예능 [팬텀싱어] 출연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소화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더욱 견고히 다졌다. 탁월한 연기력과 탄탄한 음악적 재능, 배우 스스로 가지고 있는 매력의 집약체와 같은 캐릭터 오르페우스를 통해 관객들은 다시 한 번 배우 조형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도전하는 매 작품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강현’ 역시 한국의 첫 번째 오르페우스로 이름을 올렸다. 관객을 전율케 하는 가창력, 깊이 있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배우로 호평받고 있으며 특히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처리하는 짜릿한 고음이야말로 박강현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오르페우스 역의 경우 하이 테너 음역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박강현은 <하데스타운>을 통해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목소리로 관객들을 반길 예정이다.
그룹 엑소의 멤버로 월드 투어를 비롯한 글로벌 활동으로 남다른 무대 내공을 자랑하는 ‘시우민’이 뮤지컬 <하데스타운>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그는 그룹 활동뿐 아니라 지난해 뮤지컬 <귀환>을 통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전방위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영혼을 지닌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강한 오르페우스와의 운명적 만남은 시우민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뮤지컬의 신세계 혹은 지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줄 헤르메스 역에는 최재림과 강홍석이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긴 어려운 일이다. ‘최재림’은 배우 고유의 매력을 더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완성하며 어떤 작품이든 출연했다 하면 인생 캐릭터, 자신의 대표작을 만들어 냈다. 대체불가한 내공의 연기력과 탁월한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저력의 배우 최재림이 <하데스타운>을 만나 선보일 새로운 무대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강홍석’은 다채로운 캐릭터 변주,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팔색조 매력을 자랑하는 천의 얼굴로 손꼽힌다.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그의 디테일한 연기는 소울풀한 목소리와 탄탄한 가창력 그리고 무대가 더해지면 더욱 폭발적 시너지를 자랑한다. 재즈와 블루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된 <하데스타운>과 강홍석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음악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퍼스트레이디에서 78세 노파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뮤지컬 <에비타>와 의 타이틀롤을 맡아 하나의 작품으로 당시 현존하던 두 개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쓴 유일무이한 기록의 주인공, 한국 뮤지컬 역사와 함께해 온 뮤지컬계의 여왕 ‘김선영’이 페르세포네 역에 낙점됐다. 20여 년간 선보여 온 관록의 무대가 증명하는 이 배우는 가히 설명이 필요 없는 완벽 그 이상의 캐스팅인 셈이다.
한편 또 다른 페르세포네 ‘박혜나’는 뮤지컬 <위키드> 한국 초연 엘파바이자 영화 <겨울왕국>의 대표곡 Let It Go 한국어 버전을 부른 주인공으로 한국의 엘사라고도 불린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차세대 디바의 거침없는 행보는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로 이어졌다. 최고들의 만남으로 손꼽히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최초 한국 공연에 박혜나의 합류는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는 동시에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오르페우스를 단숨에 사로잡았듯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신예 김환희와 김수하가 에우리디케로 무대에 오른다. ‘김환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베르나르다 알바>, <빅피쉬>, <포미니츠> 등 참여하는 매 작품마다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했다. 과연 이 배우의 한계는 어디인가 가늠조차 어려운 무한한 잠재력의 주인공으로 손꼽히며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에우리디케는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김환희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을 통해 데뷔한 실력파이자 국내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 수상, 이듬해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김수하’가 <하데스타운>과 만났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캐릭터를 실감나게 담아내는 디테일한 연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존재감의 주인공인 그가 그려낼 에우리디케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세계를 다스리며 남다른 위엄을 자랑하는 하데스 역에는 지현준과 양준모 그리고 김우형이 캐스팅됐다. ‘지현준’은 어떤 역할을 맡든 대본 속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마치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이다. 절제하는 모습에서 폭발하는 감정까지 내밀하게 얽힌 캐릭터의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 올리는것은 물론 등장하는 순간 객석의 공기마저 달라지게 만드는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데스타운>을 통해 또 한 번의 개성 강한 캐릭터를 탄생시킬 지현준에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모’는 뮤지컬 <영웅>,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내로라하는 작품의 주역으로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아왔다. 특히 한 마디 대사와 눈빛만으로도 전해지는 무게감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끄는 그의 깊고 진한 내공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베테랑 배우 양준모가 그려낼 캐릭터에 많은 관객들의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분명 같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하데스를 선보일 3인 3색의 무대, 그 마지막은 ‘김우형’이 장식한다. 김우형은 <하데스타운>뿐만 아니라 <레미제라블>, <고스트> 등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초연 무대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다. 자신만의 색으로 덧입힌 캐릭터를 통해 한국에서의 첫 무대를 이끌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온 그는 특유의 강인함 속에 숨겨진 부드러움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김우형만의 하데스는 어떤 모습일지, 이번에는 어떤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캐스팅 공개와 함께 역사적인 여정의 시작을 알린 <하데스타운> 최초 한국 공연은 8월 개막을 앞두고 있으며 그에 앞서 오는 6월 중 첫 티켓 오픈을 진행할 예정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배역 캐스팅
오르페우스役 조형균-박강현-시우민
헤르메스役 최재림-강홍석
페르세포네役 김선영-박혜나
에우리디케役 김환희-김수하
하데스役 지현준-양준모-김우형
*공연정보
공연장 : LG아트센터
공연개막 : 8월 24일(화)
티켓가격 : VIP석 150,000원 / R석 130,000원 / S석 100,000원 / A석 70,000원
러닝타임 : 160분(인터미션 포함)
관람등급 : 8세 이상(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국내협력연출 : 박소영
국내협력음악감독 : 한정림
국내협력안무 : 홍유선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전체기사보기2021.04.27 / 위드인뉴스 김영식 기자
뮤지컬 데뷔 20주년 맞은 배우 윤공주
하루는 알돈자로, 다음 날은 벨마 켈리로 사는 윤공주를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지난해 개막할 예정이었던 ‘맨오브라만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연기되면서 윤공주는 격일로 두 공연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오늘 빨갛게 손톱 매니큐어를 칠하면, 내일은 매니큐어를 말끔히 지우고 무대에 오른다. 내 안에는 알돈자의 한(恨)도, 벨마의 화려함도 있다. 변신하느라 힘들 틈이 없다”며 웃었다.
▲ 윤공주는 “저는 섭외 0순위 배우도 아니었고, 오디션에도 약한 사람이다. 다만 몇 안 되는 기회를 잡아 무대에 섰을 때 제작진, 관객에게 믿음을 쌓으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은 그 어떠한 것보다 저를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라고 했다.
맨오브라만차, 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5만 원, 14세 관람가.
시카고, 7월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14세 관람가.
“제니가 치열하게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도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 초연 뮤지컬 ‘포미니츠’에 출연 중인 배우 김수하(27)의 말이다.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의 독일영화(2006)가 원작인 ‘포미니츠’는 60년간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거트루드 크뤼거’라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다.
김수하가 맡은 역할은 살인죄로 복역 중인 18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다.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스스로를 가두고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최근 국립정동극장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김수하는 “결핍이 많은 제니가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크뤼거를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슴 속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모습을 연기한다”며 “관객들도 제니의 모습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미니츠’는 단국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런던 웨스트엔드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온 김수하가 2년 전 국내로 복귀한 후 출연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6개월간 맹연습한 끝에 작품 속에서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는 김수하는 “스스로 피아노를 예뻐하자 무대에서 소름돋는 순간이 생겼다”고 웃었다.
[ 다음은 일문일답 ]
▷ ‘제니’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저는 작품을 하게 되면 먼저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결핍이나 상처를 들여다 봐요. 누구나 말 못할 고민과 상처가 있잖아요. 그것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게 작품 속 캐릭터에요. 제가 27년간 살면서 겪은 작은 상처를 크게 만들어서 그 캐릭터에 대입시키는 편이에요. 제니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재능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요. 결핍이 많다보니 사랑하는데도 서툴고 사랑받는데도 서툴죠. 그런데 자신을 잔심으로 대해주는 크뤼거를 만난 후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받고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죠.”
▷평소 본인과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오는 즐거움은?
“제니는 극적인 캐릭터에요. 살면서 할머니한테 욕하고 남자를 때려 눕히지는 않으니까요. 크뤼거가 제니한테 하는 말이지만 저한테 하는 말인 것처럼 와 닿을 때가 있어요. 극 후반부에 크뤼거가 ‘넌 아직 밝고 창창해. 후회들로 너의 날을 강물에 흘려 버리지 말라’고 말해요. 공연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짐해요. ‘난 아직 젊고 태양처럼 밝구나. 허투루 살지 말자.’ 스스로 힐링된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하는 보람이죠.”
▷이번 작품 하면서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발견한 점이 있나
“제니는 항상 날이 서 있어요.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불같이 화내고. 평소에는 남들 배려하면서 살다보니까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기 쉽지 않지만 제니는 그렇게 하잖아요. 사람들이 눈채치지 못하는 순간 제니의 그련 모습이 터져 나와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언젠가부터 저를 내려놓았고 크뤼거가 독방에 갇힌 제니를 찾아간 장면에서 크뤼거에게 진심으로 소리지르는 저를 발견했어요. 순간 ‘이게 정말 제니일지 모르겠구나’ 싶었죠.”
▷온 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피아노 연습과정이 궁금한데
“피아노는 어릴 때 딱 1년 배운 게 전부에요. 직년 10월쯤 연습 들어가고 나서부터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던 것 같아요. 노래, 춤, 연기와 달리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난 영역이니까요.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도 저조차 스스로를 못 믿는 게 답답했죠. 그러던 중 동갑내기 음악조감독이 피아노 레슨 후 보내준 메시지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김)수하야, 피아노를 예뻐해주면 좋겠어. 피아노는 널 기다리고 있어. ‘포미니츠’라는 작품을 만나서 너가 피아노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돼.’ 생각해보니 저는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사랑한 적이 없었어요. 피아노랑 항상 싸우고 있었죠. 그 다음날부터 피아노를 어루만지면서 ‘사랑해. 잘 부탁한다’라고 속삭였어요.”
▷4분간의 엔딩에서 ‘제니’와 배우 김수하는 어떤 마음을 연주했을까
“제니와 피아노는 애증 관계에요. 그토록 증오하지만 제니는 스스로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요. 나아가 피아노는 제니 인생의 전부죠. 피아노 때문에 소중한 걸 잃었지만 얻기도 하니까요. 이 장면은 제니 자신을 위해 연주하죠. 제니는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거에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 크뤼거가 브라보를 외칠 때 제니가 정말 순수하게 웃죠. 배우 김수하로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제니를 보여주기 위해서 젖먹던 힘까지 써요. 1시간 50분 동안 에너지를 쏟고 나면 공연 막바지에는 기진맥진해요. 4분 동안 현을 뜯고 두드려야 하는데 저도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 같아요.”
▷4분간의 연주가 끝난 후 ‘제니’와 배우 김수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제니는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서 연주에 몰입해요. 연주를 마치고 나서야 관객이 눈에 들어오죠. 그 순간, 제니가 보는 관객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 없어요. 그런데 어둠 속에서 크뤼거의 모습을 보고 제니는 엄마 잃은 아이가 엄마를 되찾았을 때의 안도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배우 김수하로서는 ‘내 연주가 천재 피아니스트 연주처럼 보여야 하는데’라는 걱정이 가장 커요. 그래도 지금은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멘탈이 생겼어요. 제니라면 신경 안 썼겠죠. 제가 점점 제니와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하하”
▷’제니’가 보는 ‘크뤼거’는 어떤 사람이고 ‘크뤼거’는 왜 ‘제니’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제니가 처음으로 말을 듣게 되는 사람이에요. 아빠가 자신을 억압시키는 존재였다면 크뤼거는 자신을 바른 길로 인도할 것 같은 사람이죠. 그래서 더 반항하고 싶지만 크뤼거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제니는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죠. 한편으로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에요. 제니가 진심과 다르게 말을 내뱉는다는 걸 크뤼거는 알죠. 더구나 크뤼거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던 연인 ‘한나’를 잃었잖아요. 죄책감 때문에 제니를 더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니’가 방어막을 쳤던 ‘크뤼거’에게 마음을 여는 결정적인 지점은 언제일까
“청소년 콩쿠르 본선에 갔을 때 제니가 망상에 시달려요. 사람들이 ‘넌 살인자야’라고 수군댄다고 생각하죠. 그때 크뤼거가 ‘제니는 특별해요. 도망치지 말아요’라고 얘기해요. 그 말에 제니가 허를 찔리죠. 교도소에서 사고를 칠 때마다 자신을 억압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모습을 보고 크뤼거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늘 정돈되고 꼿꼿했던 크뤼거도 제니와 진심으로 교감하면서 웃음이 많아지고 부드러워져요. 제니가 잃어버린 아이 ‘오스카’ 얘기를 꺼낸 다음부터죠. 제니가 머리를 묶는 것도 이 장면부터에요. 외적인 모습에 변화를 줘서 제니의 마음 속 상처가 조금씩 아문다는 것을 표현한 거죠.”
▷김수하 배우 주변에도 ‘크뤼거’ 같은 존재가 있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저의 재능을 처음 알아봐 주신 이아라 선생님, 대학 입시를 앞두고 만난 유영재 선생님, 그리고 제가 런던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수 있게 길을 터준 양준모 선생님, 맹성연 작곡가님, 요코 선생님에게 고마워요.”
▷전작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포미니츠’ 모두 창작초연이다. 창작초연의 매력은 뭔가
“제가 그 캐릭터를 처음 연기한다는 거죠. 그 작품의 넘버(음악)와 대사를 내뱉는 것도 제가 처음이고요. 창작진과 출연진의 필요에 따라 작품을 바로바로 수정하는 것도 장점이죠.”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신인상(스웨그에이지),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렌트)을 받았다. 수상이 동기부여가 되나
“신인상 받았을 때는 ‘상을 받기 전과 후가 똑같은 사람이 되자’는 마음이었어요. 올초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나서는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했죠. 수상하고 다음날 ‘스웨그에이지’ 무대에 섰는데 부담감이 컸나봐요. 제가 맡은 ‘진’ 캐릭터 솔로곡 ‘나의 길’ 끝나고 퇴장하자마자 울었어요. 몇 주 동안 오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소속사(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님이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외롭고 쓸쓸해지겠지만 배우라면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선배들도 그런 과정을 거쳤어’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과 맡고 싶은 캐릭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요. 제가 미국(렌트 ‘미미’)에서 조선시대(스웨그에이지 ‘진’)로 갔다가 독일(포미니츠 ‘제니’)로 왔잖아요. ‘김수하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얘기 들을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제가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거든요”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 중인 배우 윤공주는 9년 전 <시카고>에 참여하며 록시 하트를 할 때보다 지금 벨마 켈리로 연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
“제가 춤을 정말 좋아하는데 벨마 켈리가 되어 오랜 만에 맘껏 춤을 추게 되었어요. 킥도 마음껏하고 숨이 여기까지 차오를 때까지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제가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을 신나게 하는 역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뮤지컬 <시카고>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1~10 가운데 어느정도였냐고 묻는 질문에 당연히 10 이었고 지금은 10 이상되는 것 같다며 정색하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20대 때는 작품만 보고 살았고 30대에는 여유가 생겼으며 40대는 조급함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는 윤공주 배우는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카고> 벨마 켈리 역을 잘하고 있으니 이것에 충실하고요. 그 다음에 염려하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제가 조연을 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때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을 것 같아요. 나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고, 그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뮤지컬배우의 꿈을 꾸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무대라는 곳은 기댈 곳이 없이 모든 것이 드러나는 곳이라며 하지만 실력이 되면 기회는 당연히 찾아온다고 말하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주 조금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받고 싶다는 말을 하던 배우 윤공주의 열정과 에너지를 기사로 옮기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 인터뷰 기사를 보시는 분들 중에 많은 텍스트로 읽기를 포기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자가 느끼고 알게된 윤공주라는 뮤지컬배우를 한 단어로 요약해 드리면 그저 ‘뮤지컬배우 윤공주’ 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하 인터뷰 전문
뮤지컬 <시카고>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벨마는 카운티 교도소에 살인죄로 들어온 죄수이자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섰던 스타예요. 하지만, 록시 하트가 교도소에 들어오면서 스타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입니다. 정말 똑똑하고 스마트하고 실력도 있는 그런 멋있는 죄수입니다.
제가 아는 윤공주 배우님는 무대 위에서 강하고 오디션에 약한 배우로 알고 있는데 <시카고> 오디션에는 어떤 각오로 어떻게 임하셨는지?
제가 9년 전에 록시 하트를 했잖아요. 그때 사실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 작품은 풍자와 해학이 있는 작품인데 무엇인가 공감하려고 하니까요. 당연히 공감이 안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살인을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 스타가 되려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 작품의 스타일과 색이 바로 그런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해도 못하고 마음 껏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올려진다면 록시 하트보다는 벨마 켈리가 저랑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연습하면서도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제가 잘해서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냥 이 작품이 너무 매력있는 것을 너무 잘 알겠고요. 지금 와서 보니 벨마 켈리 역할이 정말 재미있는거예요.
제가 춤을 정말 좋아하는데 벨마 켈리가 되어 오랜 만에 맘껏 춤을 추게 되었어요. 킥도 마음껏하고 숨이 여기까지 차오를 때까지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제가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을 신나게 하는 역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재미있게 준비했고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벨마 켈리를 연기했어요. 확신은 있었지만 두려움도 있었죠. 이것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낯설 수 있잖아요. 그냥 두려움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관객분들이 저만의 색깔도 이해해주시고 나쁘지 않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해요. 공연 전에는 ‘싫어하시면 어떻하지?’ 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공연하고 있습니다.
제가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거든요.
무대 위에서 공연을 2~3주 밖에 안했지만, 벨마는 더 믾은 열정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고, 제가 마음껏 뿜어내도 넘치지 않게 보이는 역할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그냥 연습하면서도 이제야 <시카고>의 매력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벨마하고 싶다”는 말씀을 제가 먼저 신시컴퍼니측에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신시측에서는 “벨마? 정말 괜찮겠어?” 하셨어요. 지금 제 나이에서 벨마를 맡는 것이 맞기도 한데 “공주가 벨마를?” 의야해 하면서도 반가워헀던 것 같아요. 그 이후 오디션에 도전해보라고 해주셨고 오디션 봤는데,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아니나 다를까? 록시 하트의 느낌이 있었나봐요.
그래서 최종오디션 갈 때에는 가발도 사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가고 한국연출이나 음악감독님이 벨마는 이런 식의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팁을 주면 제가 더 연구하고 해서 최종오디션까지 갔고요. 다행히도 최종오디션에서 합격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제가 벨마 켈리를 잘한다기보다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록시 하트를 하던 때보다 지금이 더 여유가 있고 뮤지컬배우 생활을 20년 쯤 하고 나니까 이제서야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제가 완벽주의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죠. 그때도 완벽하지 않았고 지금도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 나아갈 곳이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지금 완벽하지 않은 제 모습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음공연이 더 기다려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감사한 것 같아요. 말도 안되게 힘든 시기인데 <시카고>로 관객분들이 찾는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정말 감사한 것 같습니다.
뮤지컬 <시카고> 역사에서 록시, 벨마 두 캐릭터를 모두 경험한 배우인데요 어떤 느낌인가요?
록시 하트역이 힘들어요. 나이대도 어려서 그런지 그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번 이상 씩은 울더라고요. 저도 엄청 울었던 것 같고 연기적으로도 힘들고요. 그런데 벨마가 되고서야 록시가 정말 매력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즐겁고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즐겁게 공연하니까 관객분들도 당연히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고요.
저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9년 전에 <시카고>를 할 때 제가 ‘벨마를 하기 위해 연습을 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되돌아보면 9년 전에는 상대역이었던 최정원 언니와 더블로 같은 역을 하고 있는 것이 의미있고요. 제가 2002년 앙상블로 처음 뮤지컬이라는 것을 했을 때 박건형 배우님은 남자주인공이었는데 지금 상대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고요.
10년, 20년 알고 지내던 사람과 또 새로운 일을 하고 있으면서 제가 20년 간 이 길을 하고 있는 것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정말 사람 일 알 수 없고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 것도 공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시카고>는 얼마나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숫자로 표현한다면 1에서 10 사이에서 어느 정도일까요?
<시카고> 요? 당연히 10이죠. 저는 10 아니면 안합니다. 제가 우유부단 한 것 같지만 하기 싫은 것은 안하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10 으로 시작했고,.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은 10 이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무대 위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요.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그렇습니다. 점점 무대 두려움과 긴장감 보다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오프닝 곡 ‘올댓 재즈’의 전율, 록시 하트를 할 때도 벨마 켈리의 ‘올댓 재즈’ 오프닝이 부럽지 않았나요?
벨마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조명을 받고 자세를 취하잖아요. 물론 처음에는 긴장됐죠. 공연 때보다 드레스 리허설 할 때가 긴장되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20년 들었던 노래를 행사가 아닌 무대 위에서 하니까요. 정말 좋은 것 같고요. <시카고> 안에서 ‘올댓 재즈’라는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벨마 켈리가 관객들을 이 쇼 안으로 초대하는 그런 노래잖아요.
제가 하니까 좋고, 매회 더 더 멋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카고>는 가슴을 뻥뚤리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정말 뮤지컬을 잘 모르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인 것 같고요.
나이와 경력이 늘어나면서 뮤지컬을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것들이 있나요?
뮤지컬배우 20년 동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항상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할 수 있을 떄까지 열심히 하자 이런 식으로 작품 하루 하루 했던 것 같아요.
20대 때는 작품만 보고 살았다면 30대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고 40대는 더 여유가 생겼고 조급함도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20대 때는 ‘오디션 떨어지면 어떻하지?’, ‘나 이제 뮤지컬배우 못하는거 아니야?’ 그런 마음이 30대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나 이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30대에도 주인공을 오래 했으면서도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으면 그런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마음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작년 같은 경우에도 1년이라는 시간을 쉬면서 예전 같으면 ‘정말 어떻하지? 나 이제 뮤지컬 배우 못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정말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어요.저는 원래 저는 분명히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마음이 없어진 저를 보면서 재미있더라고요. 1년 동안 쉬면서 정말 좋았고 그 쉼, 멈춤이라는 것이 적잘한 시기에 멈췄던 것 같고 그 이후에 내 안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만약 뮤지컬배우 못해도 사람이 어떻게든 살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 내가 열심히 살아왔더니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것 같고요. 그래서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작품에 있어서도 제가 30대 초반, 40대 초반 여자 선배들이 나이가 더 들면 이제 여주인공 못하고 그럴꺼야라는 말을 했는데 그 분들 지금도 여주인공 다 잘하고 있거든요. 저는 그런 걱정이 처음부터 별로 없었어요. 나이가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도 모자른 시간이잖아요.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시카고> 벨마 켈리 역을 잘하고 있으니 이것에 충실하고요. 그 다음에 염려하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제가 조연을 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때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을 것 같아요. 나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고, 그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선물 같은 이 시간이잖아요. 마음껏 누리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1년 <시카고> 록시 하트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너희들 내가 볼 때 너무 잘하고 있는데, 나는 안다고 이 힘든 것 또한 지나갈 것이고 너희가 무대 위에서 잘 할 것”이라는 말한 것은 기억이 나요.
이번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를 연기하는 민경아, 티파니도 힘들어하는 것을 봤습니다. 잘하는 것 같은데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그런 과정이 있었고, 그것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또한 그 과정이 있어야 하거든요.
벨마 켈리를 하는 저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있고 힘든 순간이 있는데 그 힘든 순간이 있기 때문에 완성된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연기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록시 하트(민경아, 티파니)가 멋지게 잘 해낼 것을 알았어요. 지금 너무 잘 하고 있고 역시나요.
윤공주 배우는 요즘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요즘 제일 관심있는 것은 <시카고> 예요.(웃음) 저는 재미없는 인생이예요. 남들이 보면 재미없는 인생인데 저는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고 있잖아요. 이 작품은 끝까지 파보아도 재미있는 작품이예요.
그리고, 저는 기분좋게 나이를 먹는 것 같아요. 배우의 삶이라는 것이 남과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잖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좋은 것이 비교라는 것이 없어요. 제 안에서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거예요. 그러다보니 마음이 정말 평온해지고요.
배우 생활 힘들죠. 내 자신과 싸움이고 내 자신과 싸움에서는 지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작년에 쉬면서 운동을 많이 했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날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시간이 있으니까 운동했던 것인데 1년 간 쉬면서 운동을 그렇게 했더니 체력이 좋아졌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연습하고 공연하고 힘든 스케쥴 일 수 있는데 다행스럽게 해냈거든요.
운동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호흡에도 도움이 되고 하니까요. 이것은 매일 하자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11Km 달리기를 하고 왔습니다. 누구와 비교하는 것보다 나와 나 자신과 소통하면서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윤공주 배우님 인터뷰를 하다보니 마치 최정원 배우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저 그 이야기 정말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정원 언니를 이길 수 없습니다.(웃음) 정말 인정, 관리하는 면에서도 인정하고요. 언니는 뮤지컬이 언니인 것 같아요. 언니는 정말 공연을 안하면 아픈 사람이잖아요. 저보다 더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분 같아요.
윤공주 배우님의 열정을 8.5~9 정도로 한다면 최정원 배우님은 10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맞아요. 언니는 10 이예요. 이번에 다시 언니와 오랜만에 작품을 하면서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정말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연극 데뷔 전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연극을 정말 하고 싶은데 기회가 안되고 있어요. 아직 기회가 없어서요. 정말 언젠가를 정극을 해보는 것이 목표예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어느 무대에서라도 불러주시면 해보고 싶습니다.
뮤지컬배우의 꿈을 꾸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에게 DM이 오기도 하거든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소극장, 어린이 뮤지컬하는 분들이예요. 그 분들에게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겠죠.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해요. 몸만 아프지 않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 노력이 조금 부족해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고요.
그런데 정말 말하기 조금 조심스러운 것은 저는 앙상블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금방 주인공을 했잖아요.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운도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는 열심히 했던 것 같고요. 돈도 없고 레슨도 받지 못하고 그러니까 하루에 공연장 가기 전에 두 시간 노래연습하고 가고, 공연장 가서 다시 두시간 노래 연습을 하고 공연을 했던 것 같아요. 정말 하루 종일 노래만 했던 것이죠.
제가 샌디로 처음 주인공을 했을 때, 예쁘게 노래 불러야 하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면 “백번 부르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 노래만 계속 불렀어요. 그랬더니 정말 그 노래 만큼은 잘하게 됐던거예요. 그만큼 나에게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는 것 같고요.
또 제가 처음 뮤지컬을 했을 때 저는 스트레칭이 잘 안됐어요. 그래서, 저는 매일 스트레칭을 했던 것 같아요. 안그래도 되는데 뮤지컬배우는 왠지 다리를 찢어야 할 것 같고 춤을 잘 추는 역할이었는데 저만 스트레칭이 안되니까 저는 미리 한 두시간 먼저 와서 몸풀기를 헀거든요.
혼자하는 시간이 끝나면 다 같이 또 하고 자기 전에도 다리 벌리고 자기도 하고요. 어떻게든 자리를 찢고 싶었나봐요. 지금 20년이 지난 지금도 스트레칭이나 몸풀기를 매일 하거든요.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다리를 잘 찢는 사람이 되어 있어요. ‘꾸준하게 노력하면 저는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레슨하지 않아도 유튜브 등 배울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당시에 유명했던 레아 살롱가의 노래를 들었는데 ‘이 사람하고 똑같이 부르면 잘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백번, 천번 들으면서 노래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제는 힘들게 돌아왔는데 이제는 빠르게 가는, 빨리 잘하게 되는 방법도 터특하게 된 것 같고요.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주 조금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20~30대면 젊잖아요. 노력할 수 있는 젊음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연습하면서 해결 안되는 노래가 해결되고 이번 시즌에는 안됐던 것이 다음에 했을 때는 되는 것을 저도 매일 느끼고 있거든요. 노력하면 계속 달라지더라고요. 저도 작년보다 지금 노래와 공연이 달라진 것을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알돈자 노래를 했을 때와 지금이 다르거든요. <아이다>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렇게 작년과 지금의 제가 달라진 것을 느끼니까 정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라는 곳은 사실 기댈 곳이 없고 정말 모든 것이 드러나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실력이 되면 기회는 당연히 온다고 생각해요.
<시카고>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비싸죠. 비싼 만큼의 값어치가 있고 그 이상의 기쁨과 그 이상의 행복감, 감동을 느끼고 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 잠깐은 두시간 반 동안 현실을 벗어나서 <시카고>라는 세계 속에 빠져 있다가 나오면 다시 달릴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 스탭들 간절한 만큼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외국 스탭들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공연들이 멈춰있잖아요. 브로드웨이도 멈췄고요. 그래서 <시카고>라는 작품은 오로지 대한민국에서 하고 있으니 전세계에서 한국 공연을 주목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스탭과 배우들이 최고의 퀄리티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작품성은 보장된 작품이니까요. 꼭 보러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배우 윤공주의 멈추지 않는 꿈이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건강히 오래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무대 위에서 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지금의 제가 좋아요. 과거의 젊은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요. 지금이 가장 좋은데 그것은 아직까지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이 상태를 조금 더 오랫동안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 여한이 없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윤공주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무엇이면 좋을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없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들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것이 주인공, 조연을 떠나서요. 그 제가 하면서 망한 작품들도 다 소중해요.
그저 윤공주라는 이름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배우 윤공주’로 기억해주시고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생각했을 때 ‘윤공주’라는 이름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너무 감사하죠.
밸런스 게임 – 윤공주는 오디의 딸 vs 신시의 딸
저는 우리 엄마 아빠의 딸이다. (웃음) 하지만, 제 집과 차는 오디와 신시에서 사주셨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해요. ^^
윤공주를 대표하는 해쉬태그 – (2017년 인터뷰 당시 #세젤편, 세상에서 제일 편한 언니 라는 답변을 했다)
#지금이순간 : 2021년 윤공주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누리려는 사람.
#감사 : 저는 힘든 일이 많았거든요. 그때도 내가 감사할 수 있을까 헀는데 감사하더라고요.
전체기사보기뮈체 역의 정상윤은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고, 같은 역의 육현욱은 “이 작품은 불행, 절망, 힘듦, 역경 등 많은 감정들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준모는 “’포미니츠’는 많은 분들에 노력에 의해 탄생한 작품이다. 제니와 크뤼거는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없는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통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5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원작영화 중 ‘우리 모두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너는 당장 엉덩이를 떼고 움직여야 한다’는 크뤼거의 대사가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을 하기로 결심했죠.”
뮤지컬 ‘포미니츠’(5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크뤼거로 출연 중인 김선영은 출연 이유를 이렇게 전하며 “그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그 메시지만 잘 전달되고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인 한나를 잃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던 죄책감으로 60년 동안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 채 살고 있는 크뤼거를 연기하고 있는 김선영은 올 초까지 공연됐던 전작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도 나치시대에 겪은 일로 수십년 동안 자신을 버린 채 원고 K에 집착하는 노인 에바 호프을 연기했다.
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너무 밭게 하게 돼서 고민은 잠깐 했어요. 작가님도 같고 이야기의 구조에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사실 걸리긴 했죠. 게다가 코로나19로 ‘호프’ 공연이 미뤄지면서 ‘포미니츠’와 연습이 겹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이 작품이 향해 내달리는 마지막 4분, 콩쿠르 결승전에 제니가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크뤼거의 마인드에 집중했죠.”
“아멜리아도, 제니도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공통점 같아요.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죠. 아멜리아는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좋게 생각한다면 제니는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이거든요.”
‘포미니츠’에 대해 “인생 얘기 같아서 많은 걸 느낀다”며 “제 입으로 제니에 대해서, 크뤼거에 대해서, 포미니츠의 연주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다 보면 생각이 더 많아지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이전의 역할들은 폭력을 당하거나 방관자였어요. 제니 같은 성격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죠. 폭력적이고 내 안의 것을 분출하는 솔직한 사람이요. 모든 사람들 마음 한켠에는 그런 성격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저 역시 처음 제니를 만났을 때는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할수록 내 안에 제니의 성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는 2006년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선보인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루카우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쳐온 트라우드 크뤼거(김선영·김선경, 이하 관람배우 순)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김환희·김수하)의 이야기다.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며 높은 벽을 쌓아 올린 크뤼거와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가 서로를 통해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여정을 따른다.
‘영웅’ ‘레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의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 나서 감독과 직접 연락해 저작권까지 확보한 작품으로 ‘펀홈’ ‘차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일’ ‘섬’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호프’ ‘검은 사제들’ 등의 강남 작가, 오페라 ‘리타’, 뮤지컬 ‘워치’ 등의 맹성연 작곡가, ‘제이미’ ‘더 그레이트 코멧’ ‘웃는 남자’ ‘영웅’ 등의 박재현 음악감독 등이 꾸렸다.
◇피아노, 사랑받기 위한 도구 그리고 애증
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제공=정동극장) |
“크뤼거는 아주 좋은 피를 물려받았고 군수물자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렸을 거예요. 계급사회에서는 괜찮은 계급에 속하는 집안이지만 크뤼거가 피아노를 치는 목적은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기 위해서 였을 것 같아요.”
김선영은 극 중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크뤼거의 사연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금요일 함께 음악회에 갔다가 식사를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때가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보는 시간”이라며 “그때만 유일하게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형편이 좋으니 좋은 선생님도 있었을 거고 피아노는 당연히 잘 쳤고 대회에서 입상도 했겠죠. 하지만 스스로는 본인이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뮈체(육현욱·정상윤)가 ‘선생님을 봤을 때 가슴이 뛰었다’는 말에 대한 ‘과장이 심하군요’는 진심인 거죠.”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크뤼거에게 피아노는 “사랑받기 위한 도구”라고 표현한 김선영은 “피아노를 좋아하는지,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연주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음악을 사랑해야한다는 것 또한 교육을 받고 학습되는 거죠. 부모에게 사랑받으려면 이런 음악을 감당하고 항상 정한 규칙과 원리원칙 안에 잘 있어야 한다는 정서적 학대가 있었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크뤼거에게 피아노가 사랑하는 대상이었나는 의문이에요.”
더불어 “게다가 사랑하는 한나가 재능을 보였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 한나는 죽었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면서 살아남은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피아노를 곁에 두고 의무감으로 견뎌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아노와 손절을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의무감과 벌을 받는 것처럼 60년을 견디고 살면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하다가 제니를 만나면서 과거와의 충돌을 겪고 직면하게 돼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이 친구의 자유를 향한 갈망, 눈빛 등을 통해 과거 치열한 전쟁에서 한나와 겪었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거죠. 어찌 보면 크뤼거는 제니를 만나 사건들을 겪고 난 후, 극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니 역의 김환희는 피아노에 대해 “피아노를 배워야 했던 배우 김환희에게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제니에게도 피아노는 애증”이라며 “제니에게는 유아시절 받았던 폭력, 사라져 버린 아이 등 피아노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증오하게 되는 존재”라고 밝혔다.
“피아노는 다 지워버리고 싶고 살기 싫게 만드는 기억이 돼버렸죠. 하지만 계속 눈에 밟히고 생각나고.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질 수 없고 떼려고 하지만 끈끈하게 계속 붙어 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제니에게 피아노는 (다들 천재라고 하는데) ‘나는 특별해’가 아니라 ‘특별한가?’예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죠.”
◇지켜야할 이들을 지키지 못한 두 사람의 ‘지켜’
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전쟁 상황 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 한나는 이미 죽었어요. 제니의 말처럼 ‘당신 때문에 죽은 게 아닌데’ 그렇게 됐어요. 그 사람을 모른다고 얘기한 건 당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어요. 그렇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을텐데 크뤼거는 그러질 못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전한 김선영은 “거기서부터 ‘참 착한 사람이구나’ 싶고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며 “제니도 그렇다.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를 가져서 잃어버린 슬픔과 아픔, 트라우마를 잊거나 모른척하거나 빨리 치워버리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갈 수 있지만 이 친구는 그 안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
“속에 굉장히 착함과 따뜻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죠. 상황 때문에 가시가 생기고 단단해지고 방어를 하게 되는 인물로 변해가잖아요. 그런 인물들이 쌓아놓은 벽들을 하나씩 허무는 것들을 보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라는 들어요.”
그리곤 “60년의 자기 인생을 지배해버린 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크뤼거, 이 착한 사람이 잘 이겨내고 풀 수 있는 열쇠를 이 친구를 만나 찾고 해방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니를 보면 한나도 떠오르지만 저 자신도 투영이 돼요. 이 아이가 뱉는 말들, 눈빛, 행동들이 그래요. 처음엔 천재적인 재능에서 한나를 투영했다가 제 자신이 속에서 몇십년 동안 해왔던 말들을 이 어린 친구 입을 통해 듣는 묘한 순간들을 만나게 되죠.”
그리곤 ‘지켜’라는 넘버와 장면을 예로 들었다. 김선영은 “그 장면에서 제니가 외치는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한 나’ ‘나를 박살내러’ 등은 크뤼거가 늘 규정하지 못했던 말들”이라고 설명했다.
“크뤼거도 굉장히 의연한 척하면서 살았지만 계속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어린 친구 입에서 내가 평소 생각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되게 복잡해졌어요. 이 친구를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크뤼거에게 제니는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김선영의 말에 김환희는 “크뤼거는 창살도, 창문도 없이 꽉 막힌 감방 안에 있는 제니에게 아픈 바늘이 아닌, 숨통을 틔워주는 구멍을 뚫어 빛을 내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
“그로 인해 제니는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숨을 쉴수록 구멍이 커지면서 제 삶에 색깔을 입혀줬다고 생각해요. 제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닥까지 다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아픔을 알아봐주지 않아요. 그저 쓰레기, 살인자라고 욕하죠. 하지만 크뤼거는 달라요. 어떤 이유에선지 나를 알려고 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고 하고…내게 빛을 주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죠. 제니에게 크뤼거는 호기심의 대상이에요. ‘이 사람 뭐지?’ ‘내 인생에 이런 존재가?’라고 느껴지는 사람이죠.”
김환희 역시 ‘지켜’라는 장면을 “제니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크뤼거가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리곤 크뤼거에 대해 “참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 뭔가 어이없고 계속 호기심이 드는 사람”이라며 “제니로서는 이 사람 인생이 아니고 ‘이 사람 나한테 왜 이러지?’가 궁금해진다”고 밝혔다.
“크뤼거가 종이를 먹으라고 하면서 순종하기, 손 아끼기 하는데 나무라거나 강압적인 느낌이 아니었어요. 제니에게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죠. 제니가 ‘당신도 마지막에 쓸모없어지면 버릴 거잖아’라고 상스러운 욕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해도 크뤼거는 ‘다시 처음부터’ ‘다시’하면서 계속 기회를 주고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오스카 얘기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남아 있는 숙제, 스스로를 가둬 버린 크뤼거와 제니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피아노도 피아노인데 성격적인 부분에서 거칠게 표현해야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제니 자체가 저에겐 도전이었죠. 상처받은 제니의 마음은, 하루는 어떨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조심스레 다가갔어요.”
제니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김환희는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다가 아닌, 언제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질지 모를 애를 표현하는 게 계속 숙제였다. 걸음걸이조차”라며 “지금도 무대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표현으로만 하다 보니 많이 다치고 목도 안좋아지고 그랬어요. 게다가 에너지가 때리는 힘으로만 가니 집중력도 떨어졌죠. 연출님, 배우님들과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김선영 역시 “크뤼거의 정서는 한번에 끝나지 않는, 연습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체화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긴 시간을 외롭게 버티고 견디고 싸워온 사람만이 가진 모습, 정서 등을 더 찾아내고 유지해 가는 게 제일 어려운 작업”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혼자 남는 걸 가장 두려워했던 크뤼거가 혼자 남기를 택한 것에 대해 김선영은 “계속 끝나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표현했다.
“한나는 이미 죽었고 자신이 그 사람을 부정함으로서 ‘한나’라는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닌 게 됐다고 믿으면서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죠. 그게 남은 삶 동안 한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크뤼거는.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방어막을 치는 건 크뤼거가 그 긴 세월을 살아내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잃고 모든 걸 놔버리겠다는 제니의 결정도 어쩌면 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을 거예요. 크뤼거에게도, 제니에게도 사실은 ‘궁여지책’이었던 거죠.”
‘궁여지책’이라는 김선영의 표현에 김환희 역시 “혼자 남는 건 스스로에 대한 벌”이라며 “스스로 벌을 주지 못해 미칠 것 같고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한 게 한이 되는 그런 마음”이라고 말을 보탰다.
“연기를 하다가 힘 조절을 못하면 멍이 들어요. 하루 한번은 멍이 들죠. 그걸 보면서 제니를 더 생각하게 돼요. 제가 아파서가 아니라 제니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거든요. 생각 자체만으로도 힘들텐데 몸까지 가만두질 못하는 제니 생각에 멍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아가씨”에서 “제니”까지, 그 지난한 여정 끝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한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
“영화에서 제니가 드레스를 입고 연회장 같은 데서 수갑을 차고 크뤼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동성애자인 크뤼거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제니는 또 어떤 마음이었을지 몇 번을 돌려보면서도 헷갈리는 장면이었죠. 진심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말하기까지 제니가 크뤼거에게 얼마나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생겼고 그렇게 열리기까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돼요.”
김환희의 말처럼 제니도, 크뤼거도 쉽지 않았을 연대의 시작은 난장판이 됐던 첫 만남 이후 규칙을 강조하는 크뤼거가 꼬박꼬박 “아가씨”라고 칭하던 제니의 이름을 부르면서부터다. 자칫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아가씨’라는 호칭에 대해 김선영은 “대본 리딩 때도 얘기가 됐던 부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저는 ‘아가씨’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무심한 듯 ‘너는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 아냐’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았거든요. ‘나는 너한테서 목적만 가지고 가면 돼’라는 표현이죠. 설령 내(크뤼거) 마음속에는 그게 다가 아니라도. 이 친구에게 ‘네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 너는 알아야 하고 이제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일깨우면서도 더 이상 선은 넘어오지 않기를 바라죠.”
그리곤 “제니가 지켜야할 규칙을 얘기하면서는 ‘널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여기 있는 친구들을 대변해서 네가 해야할 일’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 대사가, ‘아가씨’에서 ‘제니’라고 바뀌는 호칭이 심플하게, 그런 뜻만 있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복잡한 것들, 감정들을 숨기고 하는 말 같거든요. 그래서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일부러 불특정다수 중 하나라고 얘기하다가 ‘네가 해야 할 일, 이제부터 너는 움직여야 해 제니’라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거죠.”
김선영의 말에 김환희는 “이름을 불러주는 크뤼거에게도 여전히 ‘이 사람 뭐지?’의 감정”이라며 “끝까지 제니에게 크뤼거는 ‘이 사람 뭐지?’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교도소에서는 주어진 죄수번호를 부르거나 ‘제니 폰뢰벤’이라고 풀네임을 부르겠죠. 정말 언제 들어봤는지도 모르겠는 ‘제니’라는 크뤼거의 한마디에 동공지진이에요. 제니는. ‘나한테 제니라고 불렀어?’ ‘어떤 뜻에서 제니라고 날 불렀을까?’ 질문이 이어지면서 생각이 너무 복잡해져요. 그때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그 전에는 반항심과 ‘왜 이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였다면 그때부터는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죠.”
◇마지막 4분, 삶을 향한 몸부림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 |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살았던 건 아마 남은 숙제, 하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도 그건 마지막 4분에서 시작됐다고 봐요. 크뤼거로 인해 그제야 제 삶의 숙제를 깨닫게 되는 거죠.”
김환희의 말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된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니의 4분짜리 연주는 두 사람의 ‘연대 아닌 연대’ 그리고 이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삶을 향한 몸부림과도 같은 마지막 4분은 제니 역의 배우들과 피아노의 호흡이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
김환희는 “(홍유선) 안무감독님이 안무적으로 뭔가를 하기 보다는 제니의 감정대로 가면 좋겠다고 저희에게 맡겨주셨다”며 “기본적인 틀만 주시고 ‘여기서 이 음을 왜 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숙제를 내주셨다. ‘그 안에 너희들의 드라마가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지금도 끊임없이 숙제를 주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분들(오은철·조재철)과 얘기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건반 쓸기, 현 튕기기, 건반 누르기, 타악 등 하나하나에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제니의 인생이 다 담겼어요. 오스카, 아빠에 대한 증오도, 크뤼거에 대한 고마움, 나 자신에게 하는 ‘잘했다’는 칭찬, 세상을 향한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외침 등이 있죠.”
크뤼거가 한결같이 꼿꼿하게 고수하던 원칙이나 규칙의 강요도 없이, 제니가 세상과 드잡이 하듯 쏟아내던 욕설이나 반항도 없이 그 4분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고 기꺼이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저(크뤼거)는 제니가 자신의 방식대로 연주할 걸 어느 정도 예상한 것 같아요. 제대로 시작했다가 ‘다당’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한달까요. 네가 너의 인생을 그렇게 살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살아볼게 하는 것 같아요.”
김선영의 말에 김환희 역시 “연주에 대한 것보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나 이런 삶을 살게’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감사인사를 드리는 것도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
“피아노에 대한 가르침 뿐이 아니에요. ‘피아노를 가르쳐 줘서 고마워요’라거나 ‘나 이렇게 머지게 연주했죠’가 아니라 삶에 대한 고마움이죠. 피아노 때문에 시작됐지만 나를 이렇게 생명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