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시민’ 뮤지컬의 등장
새로운 ‘소시민’ 뮤지컬의 등장
[위드인뉴스 김영식]
“네! 남구청 복지과 독고정순입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리고 건반이 눌러지면 현이 따라오며 시작되는 공연. 후드티를 입고 뛰어나오는 여자는 급한 일이 있는 것일까? 아침 운동을 하는 것일까?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빨래>의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편곡가의 신작으로 재개발을 앞둔 ‘산장 아파트’와 ‘남구청’의 복지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독고정순은 산장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으로 독고정순 역에는 배우 조정은, 윤공주가 참여해 공연 만들어간다.
왔다가 떠나는 인생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오프닝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하다. 작곡가 민찬홍이 특유의 아름다운 화음과 멜로디가 이번에도 돋보이는데 가사를 주고 받으며 오프닝 넘버를 만들어간 주연배우와 앙상블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차분하게 오프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여지는 홀로 사는 이웃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 낡은 아파트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곳에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청년이나 아파트를 청소하는 주민들, 관리인 아저씨가 함께 한다. 인간의 삶이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아파트 역시 생명을 다해 재개발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독고정순은 이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 사람들과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고독사를 직접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뜨겁게 삶을 살다가 노년에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살다가 죽는 것이 정해진 인생이라 하겠지만 독고정순은 한 사람이 삶을 마무리 할 때 홀로 떠나가는 것과 그렇게 무연고 사망자의 인생 전체를 남들이 그런 것처럼 한 두줄의 문장으로 서류 정리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과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냉소적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독고정순
“무섭긴 한데 죽기 밖에 더 하겠어?”
독고정순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고 업무적으로 딱딱하게 어둠과 함께 하는 것 같지만 그녀는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인물이다. 극한 상황에서 수수께끼를 내며 여유를 찾는 독고정순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으며 그 자체로 더불어가는 삶을 만들어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건반 멜로디에 바이올린 등 현 위주의 편곡이 작품을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이끌어주는데 독고정순의 넘버 역시 감정이 가득하고 그 넘버들은 관객들에게 편안하기도 하고 감정적 격정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아름다운 달빛이 있고 음악이 있는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제목에서 주는 냉소적인 작품이라기 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다함께 잘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이 초연작을 보며 독고정순의 서사를 위한 솔로 넘버가 한두곡 정도는 더 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초연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앙상블의 안무나 동선에 여백이 있어 추가적인 작업으로 디테일이 더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무연고 사망 혹은 고독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고 따뜻하고 격정적으로 삶을 노래하고 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150분(인터미션 20분) 간 진행되는데 기존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전해준다.
9월 6일 개막한 공연은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위드인뉴스 / 김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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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추민주와 작곡가 민찬홍 콤비가 만들어낸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드디어 관객들을 찾아왔다. 연출가 추민주는 창작 뮤지컬 ‘빨래’를 통해 소외된 달동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희망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05년 초연 이후 17년 동안 100만 관객, 5000회 이상 공연을 기록했다. 또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는 대학로 롱런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이후 추민주 연출은 서울 변두리 동네 핫플레이스를 무대로 도시 소시민들의 사연 많은 삶을 감동 깊게 그려낸 연극, ‘에덴 미용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고립되고 단절된 이들의 ‘고독사’를 통해 혼자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현대 사회엔 수많은 사연을 안고 혼자가 되거나 가족이 있어도 혼자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근원적으로 혼자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답을 동시에 담고 있는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폭넓은 관객층에 공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출 작품마다 등장하는 추민주 표 희망과 위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해 준다.
우리가 혼자여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
무대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의 거친 숨소리로 시작된다. 그녀는 재개발 예정인 산장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독고정순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그녀만은 아니었다. 아파트 한구석에는 길고양들에게 몰래 먹이를 주고 있는 남자도 있다. 그는 이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서산이다. 이내 아파트에 푸른 아침 햇살이 비쳐들고 하나둘씩 아침을 시작하는 움직임들로 분주해진다.
자신들만의 아침을 시작하던 정순과 서산, 그리고 이 아파트 주민 할아버지는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고 만다. 난리 법석이 난 서산과 달리 차분하게 앉아 수수께끼를 내는 정순, 두 사람은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안에서 투닥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엘리베이터 고장을 알리는 아파트 관리인의 안내 방송이 이어진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 아파트에 또 다른 주인공 관리인은 보험왕 아주머니와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서로를 알고 있는 정이 가득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 낡고 오래된 산장 아파트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지낼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으로 혼자가 되어 살고 있다.
한두 줄로 요약되어버린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다
우리의 주인공 독고정순은 남구청 소속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자다. 어느 날 이곳에 낙하산으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가 들어온다. 이름은 서산, 남구청 구청장의 아들이다. 서산은 독고정순 밑에서 일을 배우게 되고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알아차리게 된다. 독고정순은 오로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애를 쓴다. 서산은 그런 정순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게 된다.
추민주 연출은 ‘한두 줄로 요약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되살려냈다. 그 한두 줄조차 기록되지 않는 존재조차 희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추민주 연출이 그 전작부터 꾸준하게 담아내고 있는 주제이다. 작곡가 민찬홍이 만들어 낸 뮤지컬 넘버 역시 다른 창작 뮤지컬 넘버들과 확연히 다른 색을 갖고 있다. 특히 함께 부르는 넘버는 정확한 가사와 귀에 박히는 리듬이 합쳐져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이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인간의 삶을 수수께끼로 풀어내다
2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 돋보이지만 독고정순역을 맡은 배우 조정은과 윤공주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목소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극장 뮤지컬의 화려한 배역으로 익숙한 두 배우가 현대극에서 보여주는 소박하고 진솔한 연기는 새롭고 신선하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빨래’를 통해 익숙한 배우들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이 많은 부분 뮤지컬 ‘빨래’와 오버랩되는 것은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이 작품에는 ‘수수께끼’가 자주 등장한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위급한 상황에서도, 홀로 죽음을 맞은 이를 애도해야 하는 순간에도 수수께끼는 등장한다. 인생은 수수께끼와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힘든 상황도 한번 웃고 넘기자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의외의 순간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함께 풀다 보면 함께 웃고 있는 옆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산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작품을 통해 확인하면 좋겠다.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알지만 외면했던 고독사가 죽음을 넘어 생존의 문제를 묻고 있다는 것을 무대에서 확인하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20일(일)까지 계속된다.
공연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날짜 : 2022년 9월 6일(화) – 2022년 11월 20일(일)
공연시간 : 화~금 19시 30분/토, 일, 공휴일 14시, 18시 30분
관람연령 : 만 7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50분(인터미션 20분)
창작진 : 프로듀서 송혜선/작,연출 추민주/작곡,편곡 민찬홍/편곡, 음악감독 양주인/안무 홍세정/무대디자이너 왕석청/조명디자이너 이우형/영상디자이너 박준/음향디자이너 권도경/소품디자이너 최혜진/의상디자이너 안현주/분장디자이너 안희준/기술감독 방한석/무대감독 김용석/제작감독 김대우
출연진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황건하, 이갑선, 최영우, 이세령, 허순미, 이경수, 이형훈, 장격수, 김지혜, 심우성, 강동우, 노현창, 김혜미, 김채은
박지리 작가 동명 소설 원작 음악극 ‘합★체’
작은 키 고민인 쌍둥이 형제 성장담 유쾌하게 그려
‘그림자 통역’부터 ‘터치투어’까지, 배리어 프리로 진행
형제에게 아버지는 ‘예능인’이었지만,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 쇼쟁이!”라 불렀다. “매일매일 셀 수 없이 많은 공을 쏘아올리며” 놀이공원에서 공연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사람들은 ‘난쟁이’라는 점밖에 보지 못했다. 공연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구절을 인용한 대사로 문을 연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었다. (…) 난쟁이라는 것 외에,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의 성장담을 그린다. 성적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 키 순서로 1·2번을 다투는 형제는 학교에서 싸잡아 ‘합체’로 불린다. 작은 키 때문에 “니들은 이름처럼 합체 좀 해야겠다”는 놀림을 받던 형제는 어느 여름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계룡산으로 떠난다.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계도사’에게 ‘키 크는 비기’를 전수받고 특별 수련을 시작한 것이다.
하나의 배역에 두 명의 배우, 두 언어로 풀어가는 공연
쌍둥이 ‘합’과 ‘체’가 등장할 때 무대 위에 선 배우는 4명이다. 공연 내내 수어통역사들이 배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함께 연기한다. 짝을 이룬 배우와 수어통역 배우의 성별도 연령대도 다르지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과 표정을 지으며 함께 연기한다. 한 배역을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셈인데, 각각 한국어와 한국수어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다.
<합★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무장애)’ 공연을 지향한다. 자막과 수어통역, 음성해설, 수어를 활용한 안무까지 ‘무대가 들리고 노래가 보이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창작 단계부터 오랜 고민과 연구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림자 통역’으로 진행되는 수어통역은 수어통역 자격증을 보유한 배우 3명과 무대 경험이 있는 전문 수어통역사 2명이 맡았다. 이들은 배우의 대사를 수어로 전달하면서 춤추고 연기도 한다.
음성해설을 극중 배역으로 풀어낸 점도 차별화된 전략이다. 보통 배리어 프리 공연들이 별도 장비를 통해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 음성해설을 제공한 것에서 한발 나아간 방식이다. 원작 소설에선 잠깐 나오는 라디오 DJ ‘지니’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자로 등장해 음성해설을 대신 하는데, 마치 마당극의 재담꾼이나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극의 분위기를 띄우며 관객 웃음도 유도한다. 공연은 ‘지니’의 라디오 방송에 등장하는 여러 사연과 이 방송을 듣는 형제들의 반응을 통해 해설자의 존재 역시 자연스럽게 극의 일부로 녹여냈다.
수어 활용한 안무, 음악에 녹인 소리···‘무대가 들리고 노래가 보이는’ 공연
배리어 프리 공연을 제작하며 장애인 당사자성을 담아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수어와 어순이 다른 한국어 문장을 이질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농인 당사자가 수어 대본을 번역했다. ‘예쁜 꽃’이라는 표현을 수어로 ‘꽃 예뻐’로 표현하는 식이다. 극중 저신장 장애인인 아버지 역할은 장애인 배우가 연기했다.
음성해설과 수어를 음악과 안무에도 반영했다. 안무 속 수어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 모든 배우가 수어 교육을 받았고, 음악에서도 통통통 공이 튀는 소리,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살렸다. 17일 공연 전엔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 투어(Touch Tour)도 마련된다. 공연 전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해설자의 설명과 함께 무대와 소품 등을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공연 프로그램북 역시 점자책으로 제작했다. 소설 원작에 쓰인 ‘난쟁이’라는 표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은 프로그램북의 안내 문구에 담겼다. 작품의 표현상 이 단어를 사용하지만,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김지원 연출은 지난 1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프레스 리허설에서 “무장애 공연을 추구했지만 완벽한 ‘무장애’ 공연은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것을 느낀 작업이었다”며 “조금씩 양보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것, 그렇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무장애 공연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로 장애예술인들과 다수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온 그는 “관객들이 다양한 사람과 문화, 언어가 공존하고 있다는 감각을 이 공연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며 “무장애 공연이 하나의 장르로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왜 하필 작은 공이야? 난쟁이는 큰 공 좀 쏘아올리면 안 돼?”
난쟁이라 불리던 아버지의 죽음과 사람들의 시선으로 “작은 것은 곧 불쌍한 것”이라 여겼던 형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당한 수련을 시작했지만, 이 모험을 거치며 조금씩 변화한다. 합과 체는 생전 아버지가 말했던 ‘좋은 공’의 조건, “땅에 떨어져도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힘”과 같은 내면의 회복 탄력성을 찾아간다. 계도사의 장담처럼 극적으로 키가 자라진 않더라도, 넘기 어려워 보이던 장벽에 부딪혔던 쌍둥이 형제는 부딪히고 튀어오르며 새로운 해법을 찾아낸다. 작지만 큰 공을 쏘아올렸던 아버지의 유산은 공연 말미 합과 체의 농구 경기 장면으로 뭉클하게 이어진다.
7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경쾌한 음악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배우와 수어통역의 호흡 등 여러 요소요소가 조화롭게 ‘합체’된 공연이다. 공연은 15~1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경향신문 / 선명수 기자
전체기사보기▲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프레스콜이 15일 오후 3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독고정순 역을 맡은 조정은, 윤공주와 서산 역을 맡은 양희준, 황건하를 비롯해 이갑선, 이세령, 허순미, 이경수, 이형훈, 장격수, 김지혜, 심우성, 강동우, 노현창, 김혜미, 김채은 배우와 프로듀서 송혜선, 작곡/편곡 민찬홍 등이 참석했다.
약 90분동안 진행된 프레스콜은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 기자 간담회, 포토타임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어차피 혼자’, ‘작은 널 보며’, ‘재개발 반대’, ‘그날 아침’, ‘장마가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에’,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까’, ‘마라톤’, ‘사라지면 안 돼’ 장면을 시연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남구청 복지과 무연고 사망을 담당하는 독고정순이 복지과에 입사한 신입사원 서산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산장아파트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작품은 1인 가구와 고독사, 재개발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를 다룬다.
▲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두 번째 한국뮤지컬이자 뮤지컬 ‘빨래’의 작가 및 연출 추민주, 작곡가 민찬홍이 참여한 작품인 ‘어차피 혼자’는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 되었다.
민찬홍 작곡가는 “2013년도에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선보이게 됐다. 당시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그래서 추민주 연출이 이 소재를 선택한 것 같다. 뮤지컬로 다루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이야기 해볼만 하다 싶었다.”며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조명하고, 어려운 부분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추민주 연출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혜선 프로듀서는 “2013년도에 쇼케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몇 년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이 작품을 제작하는 분이 없는 걸로 알게 돼서 제작하게 됐다. 당시에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공연을 보고 큰 위안을 받았다. 이 작품에 어머니를 끝까지 모실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다른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쉽지 않지만 제작을 결정하게 됐고, 극을 올린 것 자체에 감동을 받고 있다”고 제작 결정 이유를 밝혔다.
▲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만큼 화려하게 반짝이며 시각적인 만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극은 아니다. 무대와 음악 역시 관객이 독고정순과 서산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부담없이 받아들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건하는 “쇼적인 것이나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 뮤지컬이기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중요시 하는 연극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처럼 민찬홍 작곡가 역시 “소재나 주제나 무게가 있다 하더라도 볼 때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스며들듯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메시지가 다가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또한 민찬홍 작곡가는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친근한 음악들, 경쾌한 음악을 사용하거나 따뜻한 왈츠 리듬을 넘버 속에 차용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여러 시도들이나 장치들을 음악 안에 배치하려 노력했다”고 말하며 작품을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게 만들었다.
▲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
2013년 리딩 공연부터 함께한 조정은과 함께 윤공주가 작품의 주인공인 독고정순을 맡았다.
조정은은 “독고정순은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 많이 달라서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공연하면서 관객분들께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진심만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내게 맡겨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진실을 관객분들꼐 어려움 없이 전달하고자 고민하고 연습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공주 역시 “창작 뮤지컬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작업 기간이었다. 나는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공연을 하면서도 계속 고민이 이어질 것 같다. 정순을 통해서 위로 받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저 또한 관객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초연 창작 뮤지컬에 참여하게 된 배우로서 소감을 밝혔다.
한편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지난 9월 6일 막을 올려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서 공연한다.
스포츠W / 임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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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케이스타뉴스 조은빈 기자]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다가 5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 작품을 보고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어머니를 보내고 난 후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차피 혼자’ 프레스콜에서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황건하를 비롯해 송혜선 프로듀서, 민찬홍 작곡가가 참석했다.
‘고독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애써 외로움을 외면하고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산장아파트와 남구청 사람들의 이야기로, 고된 서울 살이의 애환 속에서 작은 희망만으로 원동력을 얻는 우리들의 현실을 그린다. 17년간 100만 한국인에게 감동을 전한 뮤지컬 ‘빨래’의 창작진 추민주와 민찬홍이 또 한 번 만났다.
조정은/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민찬홍 작곡가는 “작품의 출발은 2013년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형태는 아니었고, 지금보다 짧은 형태의 작품이었다. 당시부터 ‘고독사’라는 사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뮤지컬로 다루기가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번쯤 이야기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들을 통해 사회에서 가려져있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조명하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지금 시대에 맞춰 수정된 것도 있지만 혼재된 것도 있을 것”이라며, “창작이라는 작업이 긴 시간을 걸쳐 발전을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들은 계속해서 수정하고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찬홍은 다른 뮤지컬들과의 차별점에 대해 “소재가 무게가 있지만 볼 때는 어렵지 않고 스며들 듯 흥미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스타일로 기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황건하/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프로듀서는 “2013년에 첫 리딩 공연을 보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고, 가슴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몇 년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이 작품을 제작하는 분이 없는 걸로 알게 돼서 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히며, “어머니를 보내고 난 후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극을 올린 것 자체에 감동을 받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산 역을 맡은 황건하는 작품에 대해 “쇼적이거나 화려하기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중요시하는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양희준/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같은 역의 양희준은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로 작품이 진행되는데, 그 주제를 통해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싶다”며, “상처로 혼자였던 서산이 사랑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회복돼서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독고정순 역을 연기한 조정은은 “13년도 리딩에도 함께 했었다. 그때 받았던 대본과 지금의 대본은 차이가 있긴 하다. 새로 받은 대본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공연하면서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심,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나한테 맡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윤공주/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같은 역을 맡은 윤공주는 “정순을 통해 위안받은 부분들이 있다. 힘들어서 달리고, 행복해서 달리고. 관객들에게 ‘결국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역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 ‘는 오는 11월 20일까지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케이스타뉴스 / 조은빈 기자 (echo0405@ihq.co.kr)
전체기사보기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 제작진이 뭉친 창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소시민들의 현실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한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어차피 혼자’ 프레스콜이 열렸다. 송혜선 프로듀서, 민찬홍 작곡가를 비롯해 배우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황건하 등이 참석했다.
‘어차피 혼자’는 외로움을 애써 외면하고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산장아파트와 남구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작가 겸 연출가, 민찬홍 작곡가가 다시 뭉쳐 만든 신작이다.
이 작품은 사회 문제로 대두된 ‘고독사’를 소재로 한다. 민찬홍 작곡가는 “2013년도에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선보이게 됐다. 당시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그래서 추민지 연출이 이 소재를 선택한 것 같다. 뮤지컬로 다루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이야기해볼만 하다 싶었다.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조명하고, 어려운 부분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연출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송혜선 프로듀서는 “2013년도에 쇼케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제작을 하게 됐다. 당시에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공연을 보고 큰 위안을 받았다. 이 작품에 어머니를 끝까지 모실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다른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쉽지 않지만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고 제작 결정 이유를 밝혔다.
조정은, 윤공주가 남구청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 독고정순 역을, 양희준, 황건하가 독고정순의 후배이자 산장아파트 이웃인 서산 역을 맡는다.
독고정순 역을 맡은 조정은은 “쇼케이스에 함께했고, 이번 공연에도 함께 하고 있다. 두 대본은 조금 달라지긴 했다. 첫 대본은 저에게 많이 낯설었던 것 같다. 새롭게 대본을 받고서는 어떻게 소화해내야할지 개인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창작 작업에 힘을 보태자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그간 맡았던 역할과는 많이 달라서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하는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나에게 맡겨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연습을 해왔다”고 말했다.
같은 역할의 윤공주는 “창작 뮤지컬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작업 기간이었다. 작가, 연출의 의도를 최대한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표현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공연을 하면서도 계속 고민이 이어질 것 같다”며 “정순을 통해서 위로 받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저 또한 관객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서산 역을 맡은 황건하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의도를 잘 전달하려면 서산을 잘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역할의 양희준은 “작품이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서산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치유 받는다. 그 부분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혼자’는 오는 11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ㅣPL엔터테인먼트
스타투데이 / 신영은 기자
전체기사보기농인 번역, 장애인 배우로 ‘당사자성’ 강조
배우와 그 옆의 ‘그림자 통역사’ 일체
수어와 대사, 안무, 행동 맞추는 과정
“자막과 연기 일심동체, 애드리브 금지”
진화한 배리어프리 공연과의 만남
“공존·소통 넘어 장르로 인식됐으면”
박지리 작가의 소설 ‘합★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음악극 ‘합★체’의 김지원 연출가와 배우 박정혁, 이성민, 김범진(왼쪽부터)은 이 작품은 “언어, 공연의 장르, 무장애 등 모든 것의 합체”라고 입을 모았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모든 것을 옳게 보고 있었다. 난쟁이라는 것 외에,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설 ‘합★체’ 중)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은 박지리 작가의 ‘합★체’. 이 소설이 무대(9월 15~18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로 오른다.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 오합, 오체의 성장담이다.
주조연 배우는 6명이나, 무대엔 모두 24명이 올라간다. 연기하는 배우들, 배우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수어 통역 배우, 라이브 밴드까지…. 무대에선 수어 통역사는 물론 한글 자막, 음성 해설까지 더한다. 작품은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합★체’는 모든 것의 합체예요. 공연의 장르와 언어, 배리어프리. 여러 가지 것들의 합체예요.”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합★체’의 김지원 연출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배우의 연기, 수어 통역, 음성 해설, 음악, 시선 등 한 무대에서 너무나 다양한 언어가 나온다”며 “모두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시각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와 진화한 ‘무장애 공연’의 태동에 함께 하고 있는 김지원 연출가와 배우 김범진 박정혁 이성민을 만났다.
음악극 ‘합★체’ 김지원 연출가는 이 작품에 대해 “배우의 연기, 수어 통역, 음성 해설, 음악, 시선 등 한 무대에서 너무나 다양한 언어가 나온다”며 “모두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시각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사진은 김지원 연출가, 배우 박정혁, 김범진, 이성민(왼쪽부터). 박해묵 기자 |
■ ‘우유 금지’ 합체된 캐스팅…‘장애인 당사자성’도 반영
똑 닮았지만 전혀 다른 성격, 게다가 쌍둥이, 저신장 아버지…. 소설을 무대로 옮겨오며 캐스팅은 ‘주요 관건’이 됐다.
“첫 미팅 때 생각보다 키가 너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박정혁)
오체 역할을 맡은 배우 박정혁의 키는 171.7㎝. 김지원 연출가는 “원작에는 합과 체의 키가 저신장이라고 나와있지 않다”며 “‘작은 키’라고만 했는데, 얼마나 작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작을수록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작은 키의 배우를 찾았지만, 눈에 띄는 배우는 많지 않았다. “키가 크면 안된다는 것이 캐스팅 조건이었어요. 작품 동안엔 우유를 먹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웃음)” (김지원) 박정혁 이성민의 캐스팅은 이렇게 이렇게 성사됐다. 쌍둥이답게 두 사람은 외모도 닮았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박정혁 이성민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닮은꼴’로 통했다.
오합 역할을 맡은 이성민은 170㎝다. 사실 그는 ‘작은 키’가 때때로 마음에 걸렸다. “늘 키가 작다”는 생각, “키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연기하는 쌍둥이 형제처럼 그랬다. “보통 오디션에 갈 때마다 깔창을 넣거나 키높이 신발을 신었는데, 이 오디션엔 당당히 단화를 신고 갔어요. 그런데 ‘깔창 깔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웃음)” (이성민)
‘쌍둥이 형제’는 다행히(?) 키가 크지 않았다. 농구를 하고 뛰는 장면이 많아 다이어트까지 성공했다. 박정혁은 5.7㎏, 이성민은 6㎏이나 빠졌다.
형제의 아버지는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맡았다. 그는 김지원 연출가의 ‘원 픽’이었다. 작품 안에서도 ‘공으로 기술을 부리며 쇼를 하는 예능인’으로 나오는 만큼 저신장 배우이면서 ‘몸을 잘 쓰는 배우’로 차순위가 없었다. ‘장애인 당사자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김 연출가는 “장애 당사자인데, 극 중 ‘난쟁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김범진이 연기하는 아버지는 특별하다. 작품 안에 숱하게 등장하는 ‘난쟁이’라는 단어가 덧씌운 이미지를 넘어선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로 시작해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로 끝날 수 있는 사람, 자신있고 당당하게, 당신의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에요.”(김지원)
김범진은 “난쟁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다들 많이 신경을 써주셨는데, 사실 개의치 않았다”며 “그보다는 극이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합★체’는 그에게 자신의 지나온 시절, 다가올 날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김범진은 “너무 신경쓰지도, 방치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키워준 부모님은 내게 다가온 벽을 넘어선 동력이었다”고 했다.
“쌍둥이들의 키에 대한 고민을 들으며 언젠가 나의 아이들도 저런 생각을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역시 작은 키 때문에 쌍둥이처럼 힘들었던 적이 있었고요. 부모님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지만, 전 아직 부딪혀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고 여전히 그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합체’를 만났고, 아버지의 역할로 부모님에게 받은 것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범진)
음악극 ‘합★체’는 진화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완벽한 합체’가 관건인 작품이다. 작품엔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공연의 사전 정보도 제공한다. 사진은 김지원 연출가와 배우 박정혁, 이성민, 김범진(왼쪽부터). 박해묵 기자 |
■ 밟히고 꼬이고…낯선 불편함의 과정을 지나 ‘합체’
음악극 ‘합★체’는 모든 장면의 ‘완벽한 합체’가 관건인 작품이다. 진화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가 많다.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공연의 사전 정보도 제공한다.
무대는 다소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배우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그림자 통역’ 배우가 네 명이나 등장한다. 이들은 배우들의 대사를 수어로 통역하면서 춤도 추고, 연기도 한다. 라디오DJ 지니 역 배우는 음성 해설을 수어로 통역한다. 대본은 농인 당사자가 수어로 번역해 음성 언어와의 ‘어순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이질감을 줄였다.
김 연출가는 “수어 통역 배우는 배우들의 조력자이면서, 하나의 자아이기도 하고, 소품이기도 하다”며 “여러 역할을 하는 만큼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에 힘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어 통역사가 배우들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다 보니 서로 발도 밟히고, 동선도 꼬인다. 배우들의 어려움도 수어 통역사와의 합체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성민은 “배리어프리 공연은 처음이라 적응이 힘들었다”고 했다. “자꾸 어디를 가려고 하면 항상 옆에 있고, 뭔가 벽처럼 느껴졌어요. 두 달의 연습기간을 거치며 이젠 적응이 돼서, 무대에 혼자 등장하는 신에서도 함께 하니 의지가 되더라고요.” (이성민)
수어와 대사, 수어와 안무, 음성해설과 행동의 어긋남이 없어야 했다. 모든 배우들은 간단한 수어를 익혔고, 안무엔 수어 동작도 활용했다. 음악에선 공을 던지는 소리, 튀기는 소리,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의 의성어 의태어를 살렸다. 이는 육성으로도 표현한다. 박정혁은 “기존 뮤지컬의 안무는 박자에 맞춰 동작을 하는데, ‘합★체’에선 의미 전달이 먼저이다 보니 박자는 어느 정도 무시하고 수어를 한다”며 “음악 안에 수어를 넣는 과정, 서로 다른 수어의 템포를 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생전 춤 한 번 춰본 적 없는 수어 통역사들도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김 연출가는 “배우는 움직이는데 수어 통역사가 가만히 있는 건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 그 순간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금은 어설픈 수어 통역사들의 안무는 이 작품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가장 걱정됐던 장면들이 가장 재밌는 장면이 됐어요.” (이성민) “원래 합체 신의 안무인데, 완전히 뺏겼어요.” (박정혁) “아이돌 엔딩 포즈까지, 그렇게 힙하게 출지는 몰랐어요. (웃음)” (김지원)
작품엔 금기사항도 있었다. 무대의 모든 언어는 수어로 통역되는 만큼 배우들에겐 약속된 것 외의 ‘모든 애드리브’는 금지다. 이성민은 “원래 무대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인데, 배리어프리 공연은 서로의 약속이 중요한 만큼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친 ‘합★체’는 쌍둥이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내면의 탄력도”(김지원)를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쌍둥이에게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다시 회복하는 좋은 공을 가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떨어져도 다시 튀어오르는 나만의 공이라는 건 결국 내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좋은 공은 마음의 차이이더라고요. ‘합★체’는 장벽에 막혀도 내일을 낙담하거나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기르고 탄력도를 키워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요. 제가 느낀 것을 관객들과도 나누고 싶어요.” (이성민)
음악극 ‘합★체’ 김지원 연출가와 배우 박정혁, 이성민, 김범진(왼쪽부터). 박해묵 기자 |
■ 배리어프리 공연, 장벽을 넘어 ‘합체’
“장애인 할인이 왜 있는지 아세요?”
‘합★체’의 제작기는 접근성 매니저의 ‘배리어프리 강의’부터 시작됐다. 장애예술과 특수교육 전문가인 권지현 접근성 매니저는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 배우, 연주자들과 만나 이렇게 물었다. 박정혁은 “이 질문을 받고 아무도 답을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장애인 관객은 100% 공연을 보장받지 못하고, 온전히 전달받지 못하기에 장애인 할인이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어요. 내 티켓의 할인율만 생각했지, 이런 이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박정혁)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은 이들 모두에게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하나의 벽’을 넘어서는 과정이었다. 사실 배우들은 나름대로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나인프리다’, ‘어느 마을’ 등의 작품을 통해 무장애 공연 경험을 쌓은 김범진은 “배리어프리 공연은 아직까지 매뉴얼이 없다 보니 배우와 창작진 모두 엄청난 압박감에 신경을 쓰게 된다”며 “장애인과 장애인, 장애인과 관객마다 생각하는 것이 달라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혁은 “사전에 정의된 배리어프리라는 용어가 너무도 어렵게 다가왔다”며 “이 공연을 하는 내가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사명을 가져야 하나 싶어 부담이 됐다”고 고백했다. 배리어프리 공연의 완성을 위해 모두가 ‘지난한 노력’와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잘못된 표현이나 용어를 공부”했고, 작품에 녹아들며 ‘매일의 변화’를 만났다. “작은 변화가 인식을 바꾼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합★체’는 분명 진화한 배리어프리 공연이나, 김 연출가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딱 1㎝ 만큼의 변화와 공감, 소통을 희망한다.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로 20여년간 장애예술인과 작업해온 그는 “이런 시도가 우리에게 다양한 언어와 표현 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를 준다면 좋겠다”며 “무대엔 음성 언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어도 있고, 음악의 언어, 몸의 언어, 예술의 언어가 있다는 것, 한 작품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공존하는 다양한 언어만큼, 객석엔 다양한 표현 방식이 자리한다. 김 연출가는 “공연이 끝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박수를 치는 모습, 모두가 공감하는 표현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농인, 시각장애인,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나의 불편을 감수하고,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함께 하는 것, 그게 배리어프리의 매력이에요.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배리어프리가 하나의 장르이자, 공연의 양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이모께서 다리가 불편하신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제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제겐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며 의미가 다르게 전달될까 두려움이 있어요. 비장애인 관객 중에도 배리어프리가 낯설고 불편한 분들이 있을지 몰라요. 그런 걱정 내려놓고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에요.” (박정혁)
헤럴드경제 / shee@heraldcorp.com
전체기사보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계기로 장애인과의 사회적 대화 분위기 확산 기대
음악극 ‘합★체’ 출연배우와 수어배우들
장애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극장은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를 15일부터 18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마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 세계적인 화제 속에 8월18일 종영한 바 있어, 장애인과의 사회적 대화 분위기 확산에 대한 ‘시사성’이 커진 상태다.
<합★체>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가 살아가는 인생 스토리. 정반대 성격의 일란성 쌍둥이 ‘오합’과 ‘오체’가 키 커지기 위한 특별 수련을 떠나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작품은 키가 아닌 마음이 성장한 형제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시련에도 공처럼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연극에서도 장애인 화제작들이 있었다.
2020년 <생활풍경>에서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 꿇고 호소한 학부모들의 이야기, 2019년 <킬미나우>에서는 자신을 헌신적으로 키운 아빠가 병마에 시달리자 아빠를 안락사 시키기로 한 장애인 아들의 이야기 등.
위 왼쪽부터 연출 김지원, 극본 정준, 안무감독 김명제, 접근성매니저 권지현
음악극 <합★체>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연출은 20여 년간 장애 예술인과 다수의 작품을 만든 김지원, 극본은 극작가 정준이 맡으며 원작 특유의 유쾌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겠다는 각오다.
음악감독 강수빈은 “밴드 연주로 작품의 경쾌한 분위기를 이끄는 데 중점을 두면서도 ‘공을 튕기는 소리’, ‘골대가 흔들리는 소리’ 등의 효과음도 악기로 표현해 극의 재미를 더하겠다”고 밝혔다.
주인공 ‘합’과 ‘체’ 역에는 뮤지컬 배우 이성민·박정혁이 각각 캐스팅됐다. 두 배우는 정반대 성격의 쌍둥이를 익살스럽게 연기하며 조화로운 호흡을 보여준다.
음악극 ‘합★체’ 연습실
이 밖에도 뮤지컬 배우 라준·정다희·김혜정 등이 출연해 저마다의 사연과 매력을 지닌 인물을 섬세한 연기와 노래로 그려낼 에정.
국립극장과 창작진은 “음악극 <합★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 모두를 아우르는 ‘무장애 공연’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무장애 공연’이란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입체화한 작품.
이를 위해 배우와 함께 그림자처럼 움직이면서 수어뿐 아니라 안무, 표정 연기 등을 보여주는 수어 통역사, 청각 장애인 관객을 위한 ‘사단법인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과 협업을 시도했다.
공연 예매·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가능하다.
워크투데이 / 유승철 대기자
전체기사보기8월 29일 시츠프로브 현장 라이브 공개
8월 30일 2차 티켓 오픈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오는 9월 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한국뮤지컬 <어차피 혼자>(제작:PL엔터테인먼트/프로듀서:송혜선)가 연습실 스케치 사진을 공개했다.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는 외로움을 애써 외면하고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산장아파트와 남구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연습실 스케치 사진을 공개하며 창작 초연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개막을 2주가량 앞둔 연습실의 공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으며, 작품 속의 캐릭터로 온전히 빠져든 배우들은 열정의 땀방울만큼이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조정은은 애써 담담한 듯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만 떨어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으로, 윤공주는 잡을 수 없는, 혹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간절한 표정을 통해 사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두 사람이 맡은 캐릭터 ‘독고정순’은 산장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남구청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이다.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뜨겁게 모든 것을 쏟으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는 서툰 독고정순을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배우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한순간 감정에 몰입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내면의 슬픔을 표현해 내는 양희준의 연기는 연습실의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만들었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서산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황건하는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인 고양이를 돌보는 평안한 표정으로 양희준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어, 서산이 지닌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독고정순과 서산은 남구청 소속 선후배 사이이자 산장아파트 이웃이다. 종종 마주치면 티격태격 하지만, 어느 새 서로에게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익숙한 고독감과 외로움을 알아챈다. 다른 듯 닮은 둘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거리감이 엿보는 사진은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는 “개막이 가까워지며 강도 높은 연습이 지속되지만, 배우와 스태프들 누구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오직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다.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뮤지컬을 선보이겠다는 한 마음으로 노력해주는 배우, 스태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겠다”라며 개막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멜론티켓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2차 티켓을 오픈한다. 9월 27일부터 10월 10일 공연의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조기 예매자에게는 20%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공연 개막 첫 주인 9월 6일 – 12일까지 프리뷰 공연은 누구나 프리뷰 할인 30%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오는 8월 29일 시츠프로브 현장 라이브를 통해 예비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어차피 혼자>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진행될 시츠프로브 라이브는 본 공연의 리얼함을 담아 일부 넘버를 공개할 예정이다.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오는 9월 6일부터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문화투데이 / 진보연 기자
전체기사보기국립극장이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극본 정준, 연출 김지원)를 9월 15∼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의 성장담을 그린 작품으로,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함께하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으로 선보인다.
24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이자 20여년간 장애예술인과 다수 작품을 만든 김지원이 연출을 맡은 ‘합★체‘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다. 정반대 성격의 일란성 쌍둥이 ‘오합’과 ‘오체’가 키 커지기 위한 특별 수련을 떠나며 펼쳐지는 일화를 그린다. 작품은 키가 아닌 마음이 성장한 형제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시련에도 공처럼 튀어오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각자 고민으로 움츠러든 현대인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무장애 공연으로 기획된 만큼 음성‧수어‧자막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창작 단계부터 치열한 고민과 연구 과정을 거쳤다. 수어 통역은 ‘그림자 통역’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배역에 뮤지컬 배우와 수어 통역 배우 2명을 캐스팅한 것. 수어 통역 전문 자격증을 겸비한 배우 3명과 무대 경험이 있는 전문 수어 통역사 2명이 수어 통역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수어 통역을 기본으로 하되 배우의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며 각 인물의 안무와 연기를 소화한다. 음성 해설은 극 중 배역으로 풀어낸다. 원작에서 잠깐 나오는 라디오DJ ‘지니’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자로 등장해 음성 해설을 한다. ‘지니’의 대사는 원작의 묘사를 살리는 동시에 무대 변화와 등장인물의 내·외적 변화를 섬세하게 전하게 된다.
아울러 오랜 기간 장애예술과 특수교육 등을 연구해온 권지현이 접근성 매니저로 참여해 장애인 관객과 배우의 접근성, 제작 방법 등을 함께 논의했다. 또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에 접근성 관련 자문을 받아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와 공연 전 제공하는 음성 소개(Audio Introduction)를 제작했다.
작품은 장애인 당사자성을 반영하기 위한 고민도 담아냈다. 청각장애인 관객도 작품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사단법인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과 손잡고 청각장애인이 직접 수어 대본을 번역했다. 전문 수어 통역사라 할지라도 비장애인이 수어를 번역할 경우, 외국인이 번역한 것처럼 어색한 부분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예컨대 ‘예쁜 꽃’은 수어로 ‘꽃 예뻐’라고 표현하듯 수어 어순이 한국어 문장과 다르다.
작품에 나오는 장애인 역할은 장애인 배우가 연기한다. 키 작은 예능인 아버지 역을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맡았다. 연극·무용·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 김범진은 “작품 속에서 아버지가 쌍둥이 형제에게 강조하는 이야기가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어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누구나 ‘자신만의 좋은 공’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며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장은 장애인 관객의 관람 접근성에도 신경썼다. 이번 공연에서는 9월 17일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를 진행한다. 오후 1시 30분부터 30분간 무대에서 음성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의상‧소품 등을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다. 15일까지 홈페이지에 기재된 접근성 매니저 연락처를 통해 전화‧문자로 신청할 수 있다. 공연 예매 단계에서는 사전 정보 제공을 위해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들어간 공연소개 영상과 예매방법 안내 영상도 제공한다. 앞서 국립극장은 지난 6월과 8월 공연장 안내원을 대상으로 ‘장애인과 수화 언어의 이해’ ‘관객응대 기본 수어’ 등의 교육을 진행했다. 관람 당일에는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보조 휠체어 서비스 등도 기존과 동일하게 마련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까지 운행한다.